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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하 대장이 일해공원의 '일'자를 떼어내고 있다.
이병하 대장이 일해공원의 '일'자를 떼어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김천욱 대장이 일해공원의 '해'자를 뜯어내고 있다.
김천욱 대장이 일해공원의 '해'자를 뜯어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이병하.김천욱 대장이 '일해' 글자를 뜯어낸 뒤 '생명의 숲'을 붙이고 있다.
이병하.김천욱 대장이 '일해' 글자를 뜯어낸 뒤 '생명의 숲'을 붙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일해공원' 간판을 뜯어내버렸다.

경남진보연합과 경남통일선봉대는 12일 오후 2시 30분경 경남 합천 '일해공원(옛 새천년생명의숲)'에서 '일해'라는 글자를 뜯어내고 그 자리에 원래 이름이었던 '생명의숲'을 붙였다.

학생·농민·시민들로 구성된 통일선봉대 200여명은 지난 10일부터 경남 일대를 돌다가 이날 합천을 방문해 공원 입구에서 200m 정도 떨어진 3·1독립운동기념탑 앞까지 "학살자를 기념하는 일해공원 철회하라" "일해공원 결사저지" 등을 외치며 삼보일배를 벌였다.

삼보일배를 하는 동안 비가 계속 내렸는데, 노동자들로 구성된 60여명의 통일선봉대원들은 비옷도 입지 않고 참여했다. 이들이 삼보일배를 하는 동안 인근 아파트 주민들이 나와 지켜보기도 했다.

3·1독립운동기념탑 앞에 도착한 통일선봉대는 대표자들의 인사말에 이어 기자회견문을 낭송한 뒤 망치와 송곳을 이용해 '일해'라는 글자를 뜯어냈다.

이병하 경남진보연합 공동대표가 '일'자를, 김천욱 전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위원장이 '해'자를 각각 뜯어냈다. 이들은 '일해'라는 글자를 뜯어낸 뒤, 그 자리에 '생명의숲'이라는 간판을 다시 붙였다.

앞서 삼보일배 동안 통일선봉대는 왕복 4차선 가운데 1차선을 이용해 삼보일배를 벌였는데, 경찰이 신고대로 집회를 하지 않는다며 제지하는 바람에 한때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또 합천군청 공무원과 경찰서 직원들은 집회 장면을 촬영해 항의를 받았다. 통일선봉대원들은 "채증 영장을 제시하라"고 요구하며 공무원의 카메라를 뺏거나 경찰이 촬영한 동영상을 삭제하기도 했다.

"왜 은근슬쩍 바꾸나"

경남진보연합은 12일 오후 합천 일해공원 옆 도로에서 200미터 정도 삼보일배를 벌였다.
경남진보연합은 12일 오후 합천 일해공원 옆 도로에서 200미터 정도 삼보일배를 벌였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경남통일선봉대 대원들은 비가 오는 속에 삼보일배를 했다.
경남통일선봉대 대원들은 비가 오는 속에 삼보일배를 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경남통일선봉대원들이 삼보일배를 하자 인근 주민들이 나와 지켜보기도 했다.
경남통일선봉대원들이 삼보일배를 하자 인근 주민들이 나와 지켜보기도 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간판 철거에 앞서 이병하 대장은 인사말을 통해 "진주에서는 '논개영정'을 친일화가가 그렸다고 해서 떼어냈다, '생명의숲'이라는 좋은 이름을 '일해'로 바꾸지 못하게 막는 것은 우리 시대의 사명이다"고 주장했다. '일해'라는 글자를 뜯어낸 뒤 이병하 대장은 "막상 간판을 뜯어내니 숙연해진다, 군수가 쓸데 없는 일 하지 말고 일을 제대로 하라"고 말했다.

또 그는 "일해공원은 추진과정에 있어 행정·법·절차가 무시되었다, 은근슬쩍 바꾸었는데 하자가 많다. 왜 당당하게 전국에 알려내지 못하느냐"면서 "경남진보연합이 합천군청에 공문을 보내 11일까지 간판을 철거할 것을 요구했는데 묵묵부답이다, 이는 묵시적 동의라 본다"고 말했다.

김천욱 대장은 "민족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선조들을 기리는 3·1운동기념탑이 있는 곳에 학살자를 기리는 공원을 세우는 게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강선희 민주노동당 합천위원장은 "군민들은 '일해공원'이라 부르지 않는다, 공무원들도 합천읍 앞에 있다고 해서 '읍 앞 공원'이라는 말을 한다"고 말했다.

경남진보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애초 계획했던 대대적인 명명식은 온데간데 없고 합천군민들조차 현판 교체를 모르고 있다"며, "이는 일해공원을 추진하는 자들 스스로가 일해공원에 대한 타당성과 그 어떤 명분도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학살자 이름을 딴 공원을 성역화함으로써 전두환의 영상이 지워질 리는 만무하다"고 덧붙였다.

경남 합천군은 올해 1월 29일 새천년생명의숲을 '일해공원'으로 바꾸었으며, 지난 7월 5일 안내간판을 바꾸었다. '일해공원' 안내간판은 공원 입구와 3·1독립운동기념탑 앞 등 2곳에 있는데, 이날 뜯겨진 간판은 기념탑 앞에 있는 것이다.

이날 경남진보연합이 '일해'라는 글자를 뜯어낸 행위는 공용물손괴에 해당될 수 있어 경찰과 합천군청에서 앞으로 어떻게 나올지 관심을 끈다.

경남진보연합 지도부가 합천경찰서 관계자와 삼보일배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경남진보연합 지도부가 합천경찰서 관계자와 삼보일배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합천경찰서와 합천군청 관계자들이 집회 장면을 촬영해 경남통일선봉대 대원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동영상을 촬영한 경찰이 항의를 받고 삭제하고 있는 모습.
합천경찰서와 합천군청 관계자들이 집회 장면을 촬영해 경남통일선봉대 대원들로부터 항의를 받기도 했다. 동영상을 촬영한 경찰이 항의를 받고 삭제하고 있는 모습. ⓒ 오마이뉴스 윤성효

경남진보연합은 3.1독립운동기념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경남진보연합은 3.1독립운동기념탑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이병하 대장이 '일해' 글자를 뜯어낸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병하 대장이 '일해' 글자를 뜯어낸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일해' 글자가 뜯겨져 나간 모습.
'일해' 글자가 뜯겨져 나간 모습. ⓒ 오마이뉴스 윤성효

경남통일선봉대 대원들이 삼보일배에 앞서 율동을 하고 있다.
경남통일선봉대 대원들이 삼보일배에 앞서 율동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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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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