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경선후보의 차명 재산'이라는 의혹을 받아온 도곡동 땅 중에서 이 후보의 형 이상은씨의 경우는 제3자의 차명재산으로 보인다. 이 후보의 처남 김재정씨의 경우는 김씨 본인의 재산으로 확인됐다. 허위사실 공표 등 혐의로 고발된 서청원 전 의원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그리고 검찰이 이상은씨의 돈을 관리한 제3자인 '이씨'를 조사하기 위해 출석을 요청했으나 '이씨'가 응하지 않고 있다. ㈜ 다스의 자회사인 홍은프레닝의 천호동 주상복합개발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
이상이 그간 이명박-박근혜 대선후보 양 캠프의 고소고발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의 8월 13일 중간 수사결과 발표 내용의 대강이다.
그런데 검찰의 수사 결과는 확실한 것 하나없이 오히려 논란만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중간 수사결과 발표라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수사권이 가장 강력한 검찰의 발표라고 믿기 힘들 정도다.
논란만 키우는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
우선 문제는 "이상은씨의 재산이 제3자 소유의 차명재산으로 보인다"는 부분이다.
경우에 따라 이명박 후보의 숨겨둔 재산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데, 그 재산의 실소유주가 누군지 검찰 발표를 봐서는 알 수 없다. 다만 이상은씨의 재산을 관리한 '이씨'라는 사람이 등장하고는 있는데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아 조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검찰이 밝혀야 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상은씨 재산의 실소유주가 과연 이명박 후보가 맞느냐는 점이다. 이것은 현재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인 이명박 후보가 과연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결정적 판단 근거다.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해 판단할 근거가 전혀 없다. 흡사 "이명박 후보가 거짓말을 과연 했을까요?"하고 국민들에게 물어보는 것 같다.
검찰 발표대로 이상은씨가 거짓말을 했다면, 차명 재산의 실소유주를 밝히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듯하다. 그런데 '이씨'라는 사람이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아 조사를 못하고 있다니, 정말 대통령에게까지 수사의 칼날을 들이대던 서슬 퍼런 그 검찰 맞나?
두번째는 서청원 전 의원에 대한 무혐의 처분에 관한 것이다.
서 전 의원은 도곡동 땅이 이명박 후보의 것이라는 말을 당시 포항제철 회장이었던 김만제 한나라당 고문에게 들었다고 밝힘으로써 애초에 김재정씨에 의해 허위사실 유포의 이유로 고소를 당했다. 김재정씨가 그 후 고소를 취소하긴 했지만, 지만원씨가 진실을 밝혀야 한다며 고소한 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이다.
그렇다면 검찰은 서 전 의원이 김 고문에게 그런 말을 들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또한 검찰은 포항제철이 1995년 서울 도곡동 땅을 김재정씨로부터 사들인 것은 김만제 당시 포철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는 점도 밝혔다.
그런데 검찰은 김 고문이 두 차례의 출석 요구에 불응함으로써 또 조사를 못했다고 한다. 검찰이 너무 신중하고 무력해진 것 아닌가?
신중하고 무력해진 검찰, 정치권 눈치 보나
이러니 검찰이 정치권, 특히 한나라당과 유력 대선주자들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상은씨의 재산관리인 '이씨'와 김만제 고문이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아 조사를 못한다는 것도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검찰의 변명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관련자의 입이 열리기만 기다리던 검찰이 아니지 않던가? 이번 사안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이제 한나라당의 대선후보 경선 날짜가 닷새 앞으로 다가왔다. 이대로 가면 한나라당 경선에서 유권자가 여러 정치적 공방들만 난무한 가운데 이명박 후보의 여러 의혹에 대한 사실 판단의 근거도 없이 투표를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본선에서도 그리 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만약 이명박 후보가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에 이명박 후보에 대한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에는 큰 정치적 혼란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이는 우리 정치의 미래에 아주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또한 더 나아가 대통령에 당선된 후에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 문제의 심각성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반대로 이명박 후보가 결백하다면 하루빨리 그에 대한 의혹을 해소해 유권자들이 제대로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결백할 경우 이 후보는 지금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검찰은 엄정하게 사실을 밝히는 곳이지 추리소설을 만들어내는 곳이 아니다. 그런데 검찰의 이번 수사 발표는 변죽만 울리고 국민들에게 고도의 추리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벌써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상은씨의 자금관리인이라는 '이씨'가 누구인지에 대해 온갖 추측과 억측들이 나돌고 있다.
검찰 수사가 이런 식으로 되어서는 안 된다. 다음 대통령을 뽑는 국가 중대사와 관련한 문제다. 노무현 정부 초 검찰이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대선불법자금을 밝혀냈을 때 국민들에게 박수와 신뢰를 받았다. 검찰은 정치권을 의식하지 말고 이명박 후보와 관련한 의혹의 진실을 하루빨리 밝혀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