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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탈레반으로부터 이제 자유롭다고 위로하니 그제야 울음을 그치더군요"
13일 피랍 26일만에 석방된 김경자, 김지나 씨를 처음 탈레반으로부터 인계한 하지 자히르(32) 씨는 이날 밤(이하 현지시간) 연합뉴스와 통역을 통한 단독 전화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자히르씨는 또 이날 인질 석방의 `뒷거래' 의혹에 대해 "조건없는 석방이었으며 대가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질 2명이 석방된 것은 아주 큰 성과"라며 기뻐하고 이들을 태우고 오는 동안의 이야기를 연합뉴스에 풀어놨다.
자히르 씨는 가즈니주 다이크 지역 콘다르 마을의 부족 원로로 그의 집안은 대대로 탈레반 세력과 신뢰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정부나 탈레반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전형적인 아프가니스탄의 마을 원로집안 출신이라고 했다.
다이크는 가즈니주 주도인 가즈니시에서 남서쪽으로 7㎞ 정도 떨어진 마을이다.
그는 탈레반에게 인질 2명을 넘겨 받고 1시간30분 정도 그의 회색 코롤라 승용차를 몰아 아르조까지 중계 역할을 했다.
적신월사 차에 이들이 옮겨 탄 것이 13일 오후 4시께였으므로 자히르 씨는 오후 2시30분께 탈레반의 손에서 여성인질 2명을 인계한 셈이다.
자히르씨는 "오늘(13일) 아침 탈레반이 우리 집에 찾아와서 `아르조까지 차를 준비해 달라'며 시간과 접선 장소를 알려줬다. 아르조에 가면 적신월사 차가 있으니 그들을 만나면 된다고 탈레반은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아마 어제 밤(12일)에서야 인질 석방 시간이 최종 결정된 것 같다"고 추측했다.
하지만 그는 탈레반과 약속이라며 인질을 인계한 장소는 밝히지 않았고 여성 인질 2명이 어느 곳에서 왔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 여성 2명은 나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린 뒤 5분 정도 계속 흐느꼈고, 차를 타고 나서도 1분 정도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며 "앞자리에 탄 내가 영어로 뒷좌석의 그들에게 `이제 탈레반으로부터 자유롭습니다. 더는 탈레반과 함께 있지 않습니다. 이제 당신들의 가족을 볼 수 있습니다'라고 위로하니 그제서야 울음을 그쳤다"고 말했다.
울음을 간신히 그친 그들을 운전석 거울로 보니 가끔 서로 웃음을 지으며 무언가 한국말로 이야기를 나누다 순간적으로 눈물을 보이기도 하는 등 감정의 굴곡을 보였다고 그는 전했다.
그는 "그들이 웃는 걸 보니 나도 기뻤다. 이는 인질협상의 큰 성과이며 이런 일을 하게 돼 행복감을 느꼈다"고 기쁨을 표시했다.
인질을 데리고 나오는 도중 다른 탈레반의 위협을 받지 않았냐는 질문에 그는 "아르조로 오는 지역은 미군이 없는 탈레반 장악지역"이라며 "인질을 넘긴 탈레반 지역 사령관이 위성전화로 이 지역을 장악한 다른 탈레반 사령관에게 내 차의 색깔과 차종, 운행 목적을 설명하며 `공격하거나 납치하지 말라'고 연락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인이 납치된 초기부터 협상에서 다른 부족 대표 2명과 함께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다"며 "탈레반은 선의로 이들을 무조건 석방했기 때문에 한국이 대가를 제공하진 않았다"고 확인했다.
자신 역시 차량 제공 대가를 받지 않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자히르 씨는 "남은 인질 석방 때 또 탈레반이 차량 지원요청을 해온다면 기꺼이 수락하겠다"며 "협상 전망은 잘 모르겠지만 신의 가호가 있을 것"이라고 인질 석방을 기원했다.
hskang@yna.co.kr(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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