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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신의 <바람이 흙이 가르쳐주네> 표지
박효신의 <바람이 흙이 가르쳐주네> 표지 ⓒ 여성신문사
여성신문사에서 펴낸 <바람이 흙이 가르쳐주네>는 네이버 블로그 '풀각시 뜨락'의 박효신이 35년간의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충남 예산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귀농이야기다.

박효신은 시작하는 글에서 "은퇴 후 어떻게 살 것인가? 나는 4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은퇴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정했다. 은퇴 시기는 힘이 남아 있을 50대 후반으로 잡자. 그런데 어떤 모습으로?" 라고 말한다.

필자 역시 50대에 귀농을 꿈꾸고 있는지라 첫장부터 가슴에 와닿았다. 박효신은 15년간의 준비 끝에 예산에 정착을 해 본격적인 농사꾼이 된다. 첫 출발은 1995년 예산에 땅과 집을 사 부모님을 먼저 내려보내고, 그녀는 주말마다 내려가서 농사를 돕는 식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다가 2004년 인근의 온양박물관 관장을 맡게되면서 서울생활을 정리하고 예산으로 내려가 출퇴근을 하면서 시골살이 준비 2단계에 들어가게 된다. 다시 2년후인 2006년에는 직장생활을 접고 온전한 농사꾼이 되기 위해 공주대 산업과학대학원 농업경영자과정 원예반에 등록하면서 농사일을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시골로 이사하던 날 그녀는 제일 먼저 고무신부터 샀다. 도시생활의 때를 완전히 벗고 농사꾼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그녀는 고무신부터 준비한 것이다.

첫농사는 옥수수로 시작해 100일만에 수확의 기쁨을 맛본다. 그리고 첫작품인 옥수수를 역전장에 내다팔기로 했는데, 1시간만에 다 팔고 돌아온다. 직장생활 당시 억대 연봉을 받던 그녀가 고작 5만원의 수입을 올렸지만 어느 때보다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던 모습이 인상적이다.

1500원하는 팥죽 한그릇을 어머니와 나누어 먹으면서 행복을 느끼고, 시골 특유의 느리게 사는 법도 배우게 된다. 서울의 한 음식점에서 나물무침의 벌레를 보고 주인을 호통치던 그녀는 벌레와도 친해지면서 진정한 농사꾼으로 변신한다.

이제는 벌레가 징그럽지 않다. 배추에 파란 벌레 발견하면 그냥 손으로 집어낼 정도로. 농약치지 않으면 벌레 있는 건 당연하고 과일에 벌레 구멍 있는 것도 당연하다. 약 치지 않은 채소 열 번을 씻어도 벌레는 나올 수 있다. 나는 오히려 농약 범벅의 깨끗한 채소보다 벌레 곁들여진 못생긴 채소가 더 개운하다.

'그래 같이 먹고 살자. 네가 여덟 먹고, 두 개 남은 거 내가 먹지 뭐.'

-<바람이 흙이 가르쳐주네> '나비가 미워요' 중에서


저자는 할미꽃을 키우면서, 꽃차를 만들면서, 우편함을 무단점거해 새집을 지은 곤줄박이를 통해서도 행복을 느낀다.

봄에는 씨를 뿌리고 쑥버무리도 해먹고, 여름에는 매실원액을 뽑고 매실주도 만들고, 가을에는 수확의 기쁨에 부자가 된다. 수확이 끝난 후엔 메주를 쑤고, 김치담그기에 들어간다. 그러면서 그녀는 4계절의 변화가 뚜렷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농촌을 더 사랑하게 된다.

시골생활의 재미를 느끼던 저자에게 한차례 위기가 찾아온다. 2005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다. 병원에서 눈물범벅이 된채 쓴 글 '엄마한테 이러지 마세요'는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묘순이바위 전설, 의좋은 형제 축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600년생 은행나무와 목신제를 통해 예산의 전통문화도 엿볼 수 있다.

마지막에 실린 풀각시의 농사일지 역시 귀농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정보다. 옥수수 제대로 키우기, 달고 물많은 배나무 기르기, 맛난 단호박 성장기, 감잎차 즐기기 등 농사에 유용한 정보들이 실려 있다.

박효신의 <바람이 흙이 가르쳐주네>는 귀농을 꿈꾸는 이들에게 한줌 바람과 같은 존재다. 동네 아줌마들이 깔깔대며 놀래대도, 흔해빠진 광대나물을 화분에 옮겨 심어 정성스레 키우기까지 한다.

양말을 전구에 꿰매어 신다가 나중에는 짝짝이 양말에 꽃수를 놓아 신고 다닌다. 저자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그랬다고 하는데 이책의 많은 내용 중 가장 돋보이는 감동적인 부분이다. 때로는 시행착오를 겪기도 한다. 저수지가 잘 보이게 동향으로 집을 지었다가 햇볕이 잘 드는 집이 더 좋다는 걸 나중에 알고 후회하기도 한다. 그런가하면 서울에서 열리는 바비킴 콘서트를 보기 위해 거금 10만원을 투자하기도 한다.

한 장 한 장 책을 넘기다보면 바람과 흙이 가르쳐주는 시골생활의 순수함과 진실속에 전원생활의 매력을 가슴깊이 느끼게 된다. 귀농을 하면서 많은 준비를 할 필요는 없다. 저자는 15년의 준비 끝에 시골에 안착했지만 모두가 그럴 필요는 없는 것이다. 박효신은 "몽땅 버리고 다시 시작할 용기가 있다면, 그리고 노동할 체력만 뒷받침 된다면 시골살이는 내일부터라도 당장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행복이란 녀석이 그리 먼곳에 있지도 않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도, 운 좋은 사람에게만 있는 것도 아니다. 행복은 구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손 뻗으면 닿을 만한 거리에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시골을 동경하는 이라면 꼭 한번 쯤 읽어보아야 할 책이 박효신의 <바람이 흙이 가르쳐주네>가 아닐까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바람이 흙이 가르쳐주네 - 네이버 인기 블로그 '풀각시 뜨락' 박효신의 녹색 일기장

박효신 지음, 여성신문사(2007)


#귀농#박효신#바람#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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