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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남북정상회담이 2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근본적인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전격 발표된 남북정상회담 개최는 우리가 이 변화를 주체적으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게 한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한 간 풀어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은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과연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내야 하는지, 정상회담 의제 긴급점검 5번째 편으로 남북 경협에 대해 분석한다. <편집자주>
남북은 지난 5월 17일 오전 경의선 문산역과 동해선 금강산역에서 각각 '남북철도연결구간 열차시험운행' 공식 기념행사를 갖고 오전 11시30분 북측 개성역과 남측 제진역을 향한 열차를 동시에 운행했다. 사진은 56년만에 경의선이 문산역을 출발하는 모습.
남북은 지난 5월 17일 오전 경의선 문산역과 동해선 금강산역에서 각각 '남북철도연결구간 열차시험운행' 공식 기념행사를 갖고 오전 11시30분 북측 개성역과 남측 제진역을 향한 열차를 동시에 운행했다. 사진은 56년만에 경의선이 문산역을 출발하는 모습.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남소연

2차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와 함께 남북 경제협력이 가장 중요한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대북 문제 전문가는 "관계 부처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는 남북경협"이라고 전했다.

이는 최근 노 대통령의 잇따른 발언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15일 제62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이번 정상회담과 관련해 남북 경제공동체를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경제협력에 있어서는 남북 경제공동체의 건설을 위한 대화에 들어가야 할 것"이라며 "이제는 남북경협을 생산적 투자협력으로, 쌍방향 협력으로 발전시켜 우리에게는 투자의 기회가, 북한에게는 경제회복의 기회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남북경협"

지난 7월 19일 제13기 민주평통자문회의 출범식에서도 노 대통령은 '남북공조를 통한 북방경제시대 개척' 구상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북방경제 시대가 열리면 베트남 특수, 중동 특수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우리 한국경제의 큰 도약의 기회를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도 우수한 자질과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잘 협력해 나가면 남북이 함께 번영하는 한반도 시대를 열어 나갈 수 있고 나아가서는 동북아 경제의 주역으로 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7일 군 주요 지휘관과의 대화에서 '경제통합-문화통합-정치통합'이라는 '3단계 통일론'을 얘기하면서 경제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지난 2005년 9월 중앙언론사 경제부장단 간담회에서는 "통일비용의 개념은 준비비용"이라며 "우리 경제에 하나의 활로, 베트남 특수나 중동 특수보다 볼륨이 더 클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기 때문에 '북방투자'라고 인식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이탈리아 순방 중 동포간담회에서도 노 대통령은 미국의 마셜플랜을 거론하며 "북한이 달라는 대로 주고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도 남는 장사"라고 언급했다.

북한-러시아, 경의선-TSR 연결에 이미 합의

TKR(한반도종단철도)와 TSR(시베리아횡단철도)을 연결후 지도.
TKR(한반도종단철도)와 TSR(시베리아횡단철도)을 연결후 지도. ⓒ 통일부 제공
양문수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북방 경제라는 말이 요즘 많이 나오는데, 일차적인 핵심은 남북 철도 연결"이라며 "이번 정상회담에서 철도 연결에 대한 가시적인 노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석기 산업연구원 북한산업팀장도 "북방경제는 아직 추상적이고 당위적인 개념 수준"이라며 "가장 핵심적이고 시급한 것은 남북 철도 연결"이라고 지적했다.

남북경제통합을 하든 중국과 러시아까지 아우르는 북방 경제를 구상하든, 관련국들 사이에 물류의 흐름이 원할해야 하는데 남북 철도 연결이 핵심이다. 안병민 한국교통연구원 북한교통센터장에 따르면 북한은 여객수송의 60%, 화물수송의 90%를 철도에 의존한다.

철도 연결 분야는 크게 두가지로 나눠 생각해볼 수 있다. 일단 경의선과 동해선의 상시 운행이다. 남북은 지난 5월17일 경의선과 동해선 시험 운행을 했다.

경의선을 개성공단 북한 노동자들의 출퇴근, 남쪽 원부자재의 개성공단 수송, 개성 공단 생산품의 남한 반입 등에 활용하는 것이다. 남쪽의 제진역-북한의 금강산 청년역 철도를 이용해 금강산 관광객을 수송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다.

다음은 한반도 횡단철도(TKR)과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연결하는 문제다. 동해선과 TSR을 연결하는 것이 가장 짧지만 남쪽 강릉~제진 구간이 미완공 상태에 있는 등 여러가지 문제가 있다.

지난해 7월 김용삼 북한 철도상과 블라디미르 야쿠닌 러시아 철도공사 사장은 경의선(서울-개성-황해도 평산)-청년이천선(평산-강원도 세포)-경원선(원산-함흥-청진)을 통해 TKR(한반도 종단철도)과 TSR(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연결하기로 합의했다. (<오마이뉴스> 5월10일 기사 참조).

경의선을 통한 TKR과 TSR 연결에서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가 비용이다. 북한 철도는 평균 시속이 15~20㎞에 불과하다. 국제적으로 철도 운행의 경쟁력을 가질려면 하루 1000㎞를 운행해야 한다. 시속 40㎞는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러시아가 지난 2001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북한 청년이천선과 경원선 등 781㎞ 구간을 개보수하는 데 25억달러가 들 것으로 추산됐다. 국제 컨소시엄 등을 구성해 비용을 조달하는 문제가 남아있다.

사실 이런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철도가 군사분계선을 통과하기 때문에 상시 군사적 보장에 합의해야한다는 것이다. 잘 알려있다시피 북한은 군사적 안전 보장 문제를 서해북방한계선(NLL) 재획정 문제와 연계시켜놓고 있다.

북한은 이번에 노 대통령의 육로 방북에 선뜻 동의했으면서도 철도 이용은 허용하지 않았다.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2차 정상회담에서 NLL문제가 다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도 결국 남북경협을 크게 확대하기 위해서는 철도 연결이 필수적이고, 이는 다시 NLL문제와 연계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재원은 어떻게? "민간 펀드 구성도 생각해볼 만"

56년만에 다시 달리는 경의선 열차를 타게 될 남북 사회각계인사들이 지난 5월 17일 오전 문산역에서 열차에 오르기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56년만에 다시 달리는 경의선 열차를 타게 될 남북 사회각계인사들이 지난 5월 17일 오전 문산역에서 열차에 오르기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남소연
남북 경협의 구체적인 분야는 사실 어느 정도 윤곽이 나온 상태다. 지난해 통일부는 '북한이 필요로 하고 희망하는 경제협력사업'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지난 2000년부터 북한 당국과 각종 접촉에서 확인된 사항을 매 분기마다 업데이트한 것이다.

<경향신문>에 의해 공개된 이 문건을 보면 북한은 에너지·사회간접 자본 등 총 3개분야에서 16개 사업을 원하고 있다.

▲200만㎾ 송전 ▲발전설비·송전선 개보수 ▲무연탄 설비 지원 ▲중유, 중유추출용 폐타이어 지원 ▲개성~평산, 온정리~원산 철도복구 ▲남북연결철도 북측구간 전철화 ▲개성~평양 고속도로 개보수 ▲남포항 시설 현대화·물류체계 정비 ▲IT협력 ▲비료공장·식료품 공장 건설 지원 ▲유경호텔 완공 지원 ▲화차공장, 수리조선소 건설 지원 ▲백두산 관광개발 지원 등이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대북 송전 비용만 5조5000억~9조7000억원, 북한 철도 일부 구간의 개보수 및 일부 구간 전철화에 1조원 등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남한 정부의 남북교류협력기금(한해 5000억원 정도)이 유일하다. 이 정도로는 한계가 많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남북경협 재원은 한국 정부 혼자만으로 감당하기 힘들다"면서 "세계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이 들어가야하는데, 이는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이 북한과 수교할 경우 100억 달러 정도의 식민지배 보상금을 지불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것 역시 납치 문제가 해결되고 북일 수교가 이뤄져야 가능하다.

김창수 민주평통 자문위원은 "지금 국내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유휴자금이 많다"며 "대북 민간 펀드를 조성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북 투자의 위험성 때문에 민간 펀드 구성이 어려울텐데, 정부가 이런 민간 펀드의 안정성을 어느정도 확보해주면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편 북방경제론과 한민족경제공동체론이 비슷한 것 같으면선도 개념상 차이가 나 용어 통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 교수는 "한민족경제공동체는 남북통일을 전제로 조선족이나 고려인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민족주의적"이라며 "그러나 북방경제론은 북한을 우리 민족으로 보기보다는 우리가 개척할 경제 지역으로 중국·러시아와의 지역 경제 협력도 강조하는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용어가 언뜻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개념상 차이가 있다"며 "용어 통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북정상회담#경의선#철도#남북경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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