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살림이스트 현경 교수
살림이스트 현경 교수 ⓒ 이명옥
지난 15일 파주 헤이리의 리 앤 박 갤러리에서는 이슬람 15개국을 돌아보고 온 신학자 현경 교수의 '음악이 흐르는 현경의 이야기-행복을 피우는 살림이스트'라는 특별 행사가 펼쳐졌다.

페미니스트 가수 지연의 사회로 시작된 행사의 첫 장은 내면이 부르짖는 소리를 쫓아아 치과의사에서 음악인으로 변신한 가수 박소연의 노래로 열었다. 이어 현경의 '살림이스트'와 여신으로의 진화, 이슬람에 관한 이야기에 이어 최근 <여자로 태어나 미친년으로 진화하다>라는 인터뷰 모음집 저자 이명희와 나누는 대화의 시간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되었다.

현경은 '나는 꽃이네, 나는 흔들리네, 나는 살아 숨 쉬네. 나는 바람이네.' 깊은 호흡과 명상을 통해, 자신의 내면을 느끼고 자신의 주변에 살아 숨 쉬는 모든 것이 내뿜는 생명력을 느껴보며 호흡을 고르라고 주문한 뒤, 5년 전 어느 날 한 치과 의사로부터 받은 메일 한통에서부터 이야기를 풀어갔다.

그에게 메일을 보낸 사람은 치과의사에서 가수로 변신한 박소영씨다. 그녀는 예원을 다녔지만 생활인이 되기 위해 음악인의 꿈을 접고 치과의사가 되었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지만 자신의 내면에서 태어나지 못한 노래하고 싶은 아이가 절규하는 소리에 괴로워하다가 현경의 책을 읽고 도움을 청한다.

치과의사에서 가수로 변신한 박소영씨
치과의사에서 가수로 변신한 박소영씨 ⓒ 이명옥
현경은 이렇게 답했다.

"절대로 당신의 아이(내면의 불꽃, 혹은 꿈)를 유산시키지 마십시오. 꼭 유명한 가수가 되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게 노래를 하고 싶으면 일주일에 한번 밤무대에서라도 노래를 하십시오. 내 안에서 노래를 부르고 싶어 울부짖는 아이를 외면하지 마십시오."

그 메일을 받은 박소영씨는 자신의 꿈을 이루어 드디어 첫 번째 음반을 출반하게 되었다.

어둠까지 끌어안는 것이 '살림이스트'의 몫

'살림이스트 선언'을 낭독하는 청중
'살림이스트 선언'을 낭독하는 청중 ⓒ 이명옥
현경 교수는 모인 사람들에게 "영혼으로부터 울려나오는 저 노래가 탄생되기까지 한 여성이 얼마나 많은 날 가슴앓이를 했겠는가를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람들은 자기 안에 귀한 보석을 가지고 태어난다. 어떤 이는 수많은 가슴앓이와 눈물로 그 보석을 값진 진주처럼 다듬어 내고 어떤 이들은 현실에 얽매어 자기 안의 보석을 한갓 돌덩이처럼 팽개쳐 버리기도 한다"며 "자기 가슴 안의 내면의 불꽃에 불씨를 당겨 먼저 자기를 살리고, 주변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고, 망가지고 상처받은 것을 고치고 치유하는 이들이 바로 살림이스트"라고 정의해 주었다.

'살림이스트'란 명사 살림에서 온 말로 모든 것을 살아나게 한다는 뜻을 지닌다고 현경은 말한다. 그는 또 토종언어 중 가장 아름다운 말, 세상에 가지고 나가야 할 말이 바로 '살림'이고 에코페미니즘은 21세기를 이끌어 갈 진보적인 생명사상이라고 확언했다.

지금까지 세상을 지배해 온 것은 무지를 일깨우고, 자연을 정복하고, 남성중심적 힘에 의존하는 강자들을 위한 계몽적인 사상(enlightment)이었다면 앞으로는 어둠까지 포용하고 끌어안는(en-dark-ment) 그림자, 더러움, 슬픔, 고통, 분노까지 끌어안고 영혼의 진화와 명상에 밑거름을 삼아야 하는 것은 바로 '살림이스트'들인 여성의 몫이라고 한다. 어둠을 껴안지 않으면 진정한 진화와 진보는 이루어질 수 없다. 씨앗이 어두운 흙속에서 싹을 틔우고, 생명은 자궁의 어둠 속에서 자라나지 않는가.

코란과 이슬람에 관한 몇 가지 오해를 풀다

현경은 이슬람 국가를 돌며 그들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에 몹시 놀랐다고 한다. 그들은 미국은 힘은 있지만 지혜가 없는 나라, 유럽은 해가 기우는 문명, 일본은 경제 대국이지만 한국 같은 역동성이 없다고 정확하게 지구촌을 읽고 있으며, 심지어 이란에서 '대장금'을 볼 수 있으며 수줍고 자존심 강한 한 일본 여자는 집집마다 대형 브로마이드를 비롯해 벽에 도배를 해놨다며 한류, 한국적인 것이 과연 무엇인가, 대기업은 악, 노동자만이 선인가 등 한쪽으로 치우쳐 보는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우게 되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 사람들은 이슬람권 하면 차도르, 여성억압, 명예살인, 일부다처제 등을 떠올리게 된다. 그것은 이슬람 문화를 의도적으로 왜곡한 서구의 눈과 창으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현경은 이슬람 문화에서의 명예살인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차도르는 서구에 대한 이슬람 자신의 정체성 표현이며, 일부다처제 역시 앞뒤 정황을 모두 뺀 왜곡이라고 말한다.

이슬람 문화에서는 유대문화와 달리 여성들도 남성과 똑같이 재산을 받을 수 있다고 코란에 명시되어 있다고 한다.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하마드는 여성의 재산을 약탈하기 위한 강간이나, 여성납치로부터 여성들을 보호하기 위해 월경이 끊긴 나이 많은 과부나, 노인들을 아내로 맞이하여 그녀들을 보호했고 그 후 여러 명의 아내를 취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코란에 부유한 사람일 경우, 4명까지 아내를 둘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지만 뒤에 모두에게 성서비스를 비롯하여 경제적인 부분까지 차별 없이 동일하게 해줘야 하므로 한명의 아내를 두는 것이 적당하다고 분명하게 쓰여 있다고 한다. 그것을 권위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사고를 지닌, 일부 남성들이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여성의 몫은 출산까지만이다. 여성들은 여성 자신의 아름다움을 추구할 권리가 명시되어 있으므로 모유 수유를 거부할 수 있는 선택권 또한 주어진다. 모유 수유를 거부하면 남성은 유모를 붙여주거나 우유 값을 대 아이 양육을 책임져야만 한다.

재산권이나, 출산 후 양육의 책임 등을 볼 때, 이슬람 여성들은 한국이나 다른 국가 여성보다 더 평등한 권리를 누리고 있는 셈이다. 그뿐 아니라 어머니에게 절대복종해야 한다는 구절이 있어 어머니에게 절대복종한다고 하니 이슬람 여성들은 그저 노예처럼 억압받는다는 생각은 서구에 의해 잘못 입력된 편향된 지식일 수 있다.

미친년이 되고 싶은 여자들이여, '살림이스트'가 되라

현경 교수와  <여성으로 태어나 미친년으로 진화하다>의 저자 이명희씨(오른쪽)
현경 교수와 <여성으로 태어나 미친년으로 진화하다>의 저자 이명희씨(오른쪽) ⓒ 이명옥
대학에서 국문학을 가르치다가 뉴욕에서 신화학을 공부하여 삶의 행로를 바꾼, <여성으로 태어나 미친년으로 진화하다>라는 인터뷰 모음집을 낸 이명희씨는 자신도 미친년이 되고 싶은 열망에 젖어 있다. 미친년이라는 다소 과격한 언어는 열정을 다해 무언가에 미치지 않으면 최고가 될 수 없음을 표현한 말이다. 자기를 포기하지 않는 인간이라면 누구든 살고 싶은 삶과 현실의 삶 사이의 괴리감을 느껴봤을 것이다.

뉴욕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현경교수의 친구가 영시를 낭독해주고 있다
뉴욕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현경교수의 친구가 영시를 낭독해주고 있다 ⓒ 이명옥
영지주의 복음서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고 한다.

"네가 네 안에 있는 것(내면의 불꽃)을 꺼내면, 네 안에 있는 그것이 너를 구원할 것이다. 만일 네 안에 있는 것을 꺼내지 않으면 네 안의 그것이 너를 멸망케 할 것이다.

If it you bring out what is within you, What is within you,
it will save you. If you don't bring out what is within you, what is within
you it will destroy you."


자기 안에서 태어나고 싶다고 울부짖는 아이를 임의로 유산시키지 않고 밝은 세상 밖으로 끌어내어 호흡하게 하는 것, 그를 열정적으로 돌보고 키우는 것 그것이 바로 여성으로 태어나 미친년으로 진화하는 길이 아닐까?

그렇다. 가부장적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수많은 쓰레기를 깨끗하게 정화할 사람들은 생물학적 나이가 어린 여성이 아니라, 사회적 의식에 깨어 있는 진짜 젊은 여성들이다.

미친년이 되고 싶은 열정을 지닌 여성들.
미친년이 되고 싶은 열정을 지닌 여성들. ⓒ 이명옥
세상의 깨어 있는 여성들이여, 진정한 '살림이스트'가 되라! 열정을 다해 미친년으로 날마다 진화해 가라! 그러면 세상은 더욱 깨끗하고, 온전하고, 아름답고, 조화로운 곳이 될 것이나니. 열심히 만지고 변화시켜라. 당신의 손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변하고 새로워질 것이다.

She touches, She changes

She touches,
She changes
Everything she touches changes
Touch is change,
Change is touch.

그녀가 만지면
모든 것이 변하네
만지는 건 변하는 것
변하는 건 만지는 것

We are women,
Everything we touch changes,
Touch is change,
Change is touch.

우리는 여성들
우리가 만지는 모든것이 변하네
만지는 건 변하는 것
변하는 건 만지는 것.

She touches everything
She changes.
Everything she touches changes
Touch is change
Change is touch.

그녀는 모든 것을 만지네
그녀는 변화시키네
그녀가 만진 모든 것이 변하네
만지는 건 변하는 것
변하는 건 만지는 것.

덧붙이는 글 | 이슬람 15개국을 순례하고 돌아 온 에코페미니스트 신학자 현경 교수와의 만남을 원하신다면...

평화의 메시지를 펼칠 장소: 광화문 정 갤러리. (02-733-1911)
함께 얼굴을 마주할 날짜: 8월 18일 (토) 오후 6시.
참가: 시스터펀드 조성에 도움을 주신 분을 제외한 일반참가자는 소정의 회비(2만원)를 받습니다.


#현경#에코페미니스트#살림이스트#이슬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이 기자의 최신기사살아있음이 주는 희망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