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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씬하고 예쁜 미인들의 알카자 쇼는 태국 게이쇼
ⓒ 김강임
노래하고 춤추고 보여주는 쇼, 어찌 보면 쇼는 그 나라의 문화다.

나는 해외여행을 많이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아시아권 지역에서 중국과 일본, 베트남과 캄보디아 여행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여행지에서 쇼를 보게 되었다. 춤과 노래, 손짓과 발짓, 몸짓을 통해 그 나라의 문화를 표현하는 예술, 그것이 토속문화든 대중문화든 쇼를 보고 있노라면 그 나라 사람들이 살아온 과거와 현재의 삶을 보는 것 같았다.

아시아의 동남쪽에 있는 태국, 동남아시아 중에서도 문화와 종교, 지리적으로 교차로 역할을 하는 태국은 아직까지 우리에게는 후진국으로만 인식돼 왔다. 하지만 요즘 태국은 여름휴가철이 되면 유럽과 중국 일본 등지에서 휴가를 즐기기 위해 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 무대는 태국왕궁과 에머랄드사원
ⓒ 김강임
관중과 함께 하는 세계3대 쇼 중 하나

지난 7월 23일 밤 9시 30분, 태국 알카자 쇼 공연장 입구는 세계 여행객들이 줄을 이었다.

"쭉쭉 빵빵 잘 빠진 미녀들과 함께 쇼를 즐겨 보십시오! 만일 미녀들과 사진을 찍으려면 1달러, 미녀들의 몸을 만지고 싶거든 4달러를 팁으로 주십시오!"

차 안에서 던진 가이드의 말은 왠지 서글프게 느껴졌다.

공연장의 크기는 장엄했다. 외부는 다소 유럽풍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장의 좌석은 1200여석이 넘을 정도. 알카자 쇼는 프랑스의 리도쇼, 미국 라스베이거스쇼와 함께 세계전통 민속춤의 3대 쇼 중의 하나로 꼽힌다. 그렇다 보니 기대감도 클 수밖에.

막이 오르자, 무대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태국의 왕궁과 왕실사원의 화려한 무대가 등장했다. 그리고 무대 앞으로 키 크고 날씬한 아름다운 미녀들이 펼치는 버라이어티 쇼가 이어졌다. 미녀들이 추는 춤의 손놀림은 캄보디아 압살라 춤을 연상케 했고, 미녀들이 부르는 노랫가락은 다소 중국풍의 노래 같기도 했다.

또 미녀들이 연출하는 전통무용 사이에는 숨 고르기를 하듯 한국 노래와 부채춤 등이 선보였다. 이는 관중의 70% 이상이 한국과 중국인들이기 때문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 게이들의 손짓, 발짓, 몸짓은 날개가 있으면 날아갈것 같다.
ⓒ 김강임
▲ 한국과 중국의 관광객을 위해 한국 노래와 해학의 쇼를 펼치기도...
ⓒ 김강임
전통 춤 미흡하지만 욕망이 꿈틀거려

하지만 태국의 전통춤과 노래라 하기엔 미흡한 점이 많았다. 다소 해학적이고 관중들과 함께 하면서 쾌락을 자극하는 쇼, 화려한 의상에 현란한 불빛이 반짝이는 쇼, 그러나 그 쇼를 관람하는 나는 슬펐다. 여자를 꿈꾸는 미인들의 몸에서는 욕망이 꿈틀거렸다. 그들이 웃고 있을 때 나는 가슴이 아파왔다. 하지만 그것은 내 관점에서 보였던 미성숙함인지도 모르겠다.

▲ 미녀들이 쓴 왕관의 의미는 그들의 자존심이다.
ⓒ 김강임
그러면 알카자 쇼는 어째서 세계3대 쇼인가? 알카자 쇼는 남성이 여성으로 성전환한 카토이쇼, 한마디로 게이쇼이다. 물론 알카자 쇼에 등장하는 미녀 대부분이 게이들이다.

그렇다고 모두 성전환수술을 한 것은 아니라 한다. 알카자 쇼의 배경은 태국에서는 매년 알카자 선발대회를 열고 여기서 선발된 게이들이 알카자 쇼에 진출할 수 있다 한다. 그렇다 보니 그들이 머리 위에 쓴 왕관의 의미를 알 수 있겠다.

▲ 여자를 꿈꾸는 그들의 욕망이 꿈틀거렸다.
ⓒ 김강임
게이들의 삶 인정하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쇼

더욱이 알카자 쇼는 태국 정부가 지원하는 관광 상품 중의 하나이다. 게이들의 삶을 인정하고,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이 자유롭게 무대에 나설 수 있게 지원하는 문화, 아마 그래서 알카자 쇼는 세계3대 쇼를 자랑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알카자는 유럽의 궁전 중에서도 아름다운 스페인의 세르에 있는 알카사르 궁전 이름에서 유래됐다 한다. 특히 미국의 디즈니 '백설공주'의 모델로 '절대로 함락당하지 않는 요새'로 알려졌다.

▲ 스페인 '알카사르 궁전'처럼 그들의 미소가 아름답고 영원하길 바란다.
ⓒ 김강임
늦은 밤 1시간이 넘게 진행되는 알카자 쇼는 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하지만 여자이기를 꿈꾸는, 여자로 살고 싶은 그녀들의 꿈틀거림을 쇼를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설 수 있는 나라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웠다.

쇼는 끝났다. 그러나 쇼를 본 느낌은 허무하고 슬펐다. 알카자 쇼 공연장 앞에서 미녀들은 떠나는 관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들의 미소가 밤하늘을 수놓았다.

덧붙이는 글 | 지난 7월 22일부터 26일까지 방콕과 홍콩에 다녀왔습니다. 

방콕기행은 '탈것으로 지갑 터는 산호섬', '알카자 쇼, 어째서 세계 3대쇼인가?', '소승불교 왕실사원 너무 화려하지 않은가요?', '코끼리, 밀림에서 쇼까지', '시장투어' 등을 담아보려 합니다.


#태국#알카자 쇼#게이#관광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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