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16일, 독립기념관장의 특강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
ⓒ 독립기념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독립기념관에서는 '평화를 위한 독립기념관 역사기행'이라는 취지하에 일본인 역사 연수를 실시하였다. 개관 20주년을 기념으로 열린 이번 행사는 일본 각지에서 모인 교사·학생·일반 주부 등 수십 명의 일본인들이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한일관계사에 관심을 가진 일본인들에게 독립기념관의 근현대사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역사인식 공유를 통한 두 나라의 상호 이해를 증진 시키는 데 목적을 두었다.

첫날 김삼웅 독립기념관장은 "어느 나라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정의와 인도를 사랑하는 양심적인 사람들이 있듯이, 오늘 독립기념관에 오신 여러분들은 일본의 대표적인 양심적인 분들이다" 며 "그래서 더욱 환영한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이어 <동양평화와 일본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열린 특강에서도 "위안부 처리문제를 두고 일본정부와 의회가 각종 로비와 신문광고를 통해 이를 저지하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 지도층에 비판과 개탄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강 마지막에는 "동양평화와 일본의 안전을 위해서는 일본의 양심적인 민간인들이 아시아의 평화세력과 연대하여 과거를 청산하고 군국주의화를 막는 역할이 필요하다"며 "잘못된 과거에서 역사의 교훈을 찾고, 함께 미래를 열어나가면 동양평화는 이루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강을 듣는 내내 연수에 참석한 일본인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독립기념관장의 말을 듣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이튿날, 한국 독립 운동사 연구소장 한시준 교수는 <인물로 본 한국독립운동사>라는 주제로 강의를 했다. 한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열사들의 이야기를 차근히 풀어 나갔다. 강의가 끝난 후, 일본인들이 질문을 하고 답변을 하는 과정에서 과거사에 대한 그들의 열의를 찾을 수 있었다.

참가자들은 "한국에서 학생들에게 이봉창 의사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에서부터 "열사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원이 없었는가?" 라는 질문 등 다양한 궁금증들을 발산했다.

일본인 참가자들 강의시간에 적극적인 모습 보여

▲ 17일, 한시준 연구 소장의 강의를 진지하게 듣고 있는 참가자들
ⓒ 김영선

강의를 듣는 참가자들은 제각기 챙겨 온 메모장과 필기도구를 사용, 관련 자료집을 보면서 틈틈이 메모를 하는 열의를 보이며, 질문시간에는 서로 질문을 하겠다고 손을 드는 등, 매우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한 교수가 강의 시간이 지나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며 "5분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하자 참가자들은 환호를 지르며 기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의열투쟁과 테러의 구분에 대해 말했다.

"의열투쟁은 정의를 바탕으로 불의를 공격하는 것이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공격하는 것은 테러"라며 "최근 탈레반의 한국인 납치사건을 독립운동 의열투쟁과 비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은 의열투쟁과 테러를 구분하지 못해서 생기는 일" 이라며 과거 한국인들이 간부급 일본인들을 살해했던 일에 대해 설명했다.

강의를 마친 한 교수는 "한국을 이해하려는 것이 존경스럽다"며 "오늘 강의는 일본인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을 만한 흥미 있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했다"고 밝혔다.

"아버지가 가라"고 해서 이번 연수에 참가하게 되었다는 야마모토 유야(20)씨는 "비록 아버지의 권유로 참석하긴 했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며 "정확한 과거지식을 가지고 세계를 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그는 "일본의 교육은 역사적인 사건에 대해 표면적으로만 가르치고 있다"며 "이 강의를 들으니 일본의 역사 교육에 대한 불신감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점심 식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독립기념관의 전시관을 관람하는 시간을 갖고 한국의 독립운동사에 대한 해설을 들었다. 저마다 사진 한 장이라도 더 찍으려고 노력하며 해설에 대한 메모도 잊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위안부 할머니 만나고 싶어 한국어 배웠다"

▲ 전시관을 관람하고 있는 연수 참가자들
ⓒ 김영선

다소 벅찰 수 있는 일정으로 짜여 있었지만 그 다음 강의 시간을 비롯해 모든 활동에서 지루한 내색 하나 없이 모두들 밝은 표정으로 행사에 임했다.

자신의 한국 이름을 '유관순'이라고 밝힌 토요나가 사치에(33)씨는 "매년 독립기념관을 찾는다" 며 "위안부 할머니들의 문제를 정확히 알고 해결하고 싶다"고 밝히며 뜨거운 열정을 보였다. 또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언어로 직접 얘기 하고 싶어서 한국말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김경미 독립기념관 교육개발팀장은 "참가자들이 적극적으로 역사를 이해하려고 했던 부분에 놀라웠다" 며 "이번 연수 프로그램들을 통해 몰랐던 과거사들에 대한 교육이 잘 이루어진 것 같아 만족 한다"고 뿌듯해 했다.

이어 "일본의 다른 시민 단체와도 교류를 통해 다양한 지역에서 독립기념관을 많이 찾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해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다.

저녁에는 영화 <우리학교> 김명준 감독과의 대화시간을 통해 재일 한국인의 문제를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마지막 날인 18일에는 추모의 자리를 참배하고 외부 전시물들 탐방을 끝으로 2박 3일간의 일정을 마쳤다.

고등학교 사회 선생님이라는 아오키 시게오씨는 "한국의 열사들에 대한 얘기는 이봉창, 윤봉길, 김구 등 이름만 아는 것이 전부였다"고 말하며 "이번 기회로 정확한 역사를 배워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일본에 돌아가 학생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현재 일본의 역사 교육은 서양을 중심으로만 이루어져 있지만 이제는 동북아시아 속에서의 일본, 동양 중심적인 교육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 고등학교 사회교사인 아오키 시게오씨. 그는 돌아가서 학생들에게 "동북아시아 속의 일본에 대해 말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 김영선

태그:#독립기념관, #일본인 역사 교육, #한일과거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