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오마이뉴스 김병기 기자입니다.
우선 당내 경선에서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해 축하의 인사를 드립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이 대선 고지를 향한 1차 관문을 통과한 것에 대해 축배를 들고 있을 지금, 유감스럽게도 당신이 내건 대표 공약 경부운하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전달하기 위해 공개 편지를 띄웁니다. 경부운하는 '제2의 국운융성'이 아니라 한반도의 재앙을 가져올 게 불보듯하기 때문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0개월간 생태지평연구소와 공동기획('경부운하, 이명박 발목잡다')을 통해 경부운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해왔습니다. 이를 위해 '운하의 나라' 독일과 네덜란드를 다녀왔습니다. 4차례에 걸쳐 경부운하 예정지를 탐사하기도 했습니다. 또 최근에는 <경부운하, 축복일까 재앙일까>(박진섭·장지영 저)라는 제목의 책까지 발간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당신은 경부운하를 건설하면 국민소득 4만불 시대로 진입할 수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과 당신의 추종자들이 주장하는 2011년 전체 물동량을 토대로 산출한 결과, 하루에 2500톤급 선박 12척이 다니면 소화할 수 있는 물동량입니다. 5000톤급 선박을 띄우면 하루에 고작 6척의 배를 운행하면 당신이 주장하는 물동량을 이동할 수 있습니다.
수십조 원을 투자해서 하루 6~12척의 배가 다닐 뱃길을 만든다면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봐야 합니까? 이 정도를 가지고 '물류혁명' 운운하면서 국운융성의 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 부끄럽지는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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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인간의 생명과도 같은 먹는 물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입니다. 국민의 2/3가 한강과 낙동강물을 식수원으로 삼고 있습니다. 경부운하가 건설된다면 그곳에 16개의 수중보와 19개의 갑문을 설치해야 합니다. 당신은 경부운하 대부분의 구간을 자연형 하천의 형태로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수백년동안 운하를 건설해 온 네덜란드의 운하 컨설턴트(DHV사)에서조차도 경부운하가 건설된다면 1000km의 제방공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굽이쳐 흘러야 할 강물을 시멘트 욕조에 가둬놓고 2500톤급-5000톤급 배를 띄운다면 그 물을 먹을 수 있겠습니까. 사상 초유의 식수대란에 직면할 게 자명합니다. 설령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국민 2/3의 식수를 맞바꿀 수는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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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난 검증 과정에서 경부운하로 인한 식수 오염 문제가 제기되자 허겁지겁 '이중수로', '취수원 이전', '간접취수' 등을 대안으로 내세웠습니다. 이는 한강과 낙동강에 배가 다니면 스크류가 공기를 강바닥으로 주입하기 때문에 수질 개선효과가 있다는 기존 주장의 오류를 스스로 인정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나마 취수원 지점에 이중수로를 만들어 식수를 보호하겠다는 안은 곧바로 폐기처분했습니다. 당신이 그토록 강조한 장밋빛 청사진이 '준비되지 않은 공약'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셈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정부가 수도권 시민의 젖줄인 양평 취수지를 양수리쪽으로 옮길 예정이라면서 식수 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확인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게 판명 났습니다.
이제 남은 방법은 강변여과수 등 간접 취수 방식입니다. 당신은 선진국 시민들이 대부분 강변여과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대체 전세계 국가 중 어느 나라가 국민 2/3의 식수를 강변여과수로 제공하고 있는지요? 가령 운하가 발달한 독일의 경우 강변여과수 이용률은 약 7% 밖에 되지 않습니다. 강변여과수는 생산원가가 비싸고 지질 조건 등 생산 요건이 까다로운 '비싼 물'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이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서울시장으로 재임했을 당시 서울상수도사업본부에 한강 수계의 간접취수 타당성 검토를 지시했고, 그 결과 타당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당시 수십억원을 들여 조사한 결과 취수량이 턱없이 모자르고, 생산 비용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간접취수를 도입하는 게 타당하지 않다는 보고서가 이미 공개된 상태입니다. 이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조차 하지 않으면서 여전히 강변여과수를 수질문제의 유일한 대안으로 내세우는 당신의 모습에서 혹세무민의 절정을 보는 것같아 씁쓸할 따름입니다.
당신은 이것도 모자라 운하의 수질 오염 논리에 반박한다는 차원에서 "백두산 천지못은 갇혀 있는 데 맑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신의 핵심 참모인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는 "바이칼호는 수천년간 갇힌 물인 데 맑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짊어지겠다고 나선 대선 후보, 그리고 당신을 보좌한다고 나선 학자의 일반상식이 이 정도인 것이 부끄럽지 않습니까. 천혜의 자연 상태를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천지와 바이칼호를 운하와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언어도단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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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14조원을 들이면 사상 최대의 대역사 경부운하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사실 토목 공사에 대해 일천한 지식을 갖고 있는 제가 경부운하 공사비를 가늠하기는 어렵습니다. 게다가 당신은 사업비 산출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등 정보접근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습니다. 또 당초 20조원의 공사비가 들 것이라고 주장했던 경부운하 찬성론자들도 6조원이라는 막대한 공사비가 줄어든 근거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마이뉴스>는 퍼즐을 맞추듯 당신이 찔끔찔끔 흘린 공사비의 대략적인 윤곽을 쫓아다녔습니다. 그리고 지난 10여개월동안 독일과 네덜란드 현장과 경부운하 예정지를 둘러본 결과 너무도 많은 공사비가 축소되거나 누락됐다는 사실을 알게됐습니다.
가령 당신은 경부운하를 횡단하는 교량 115개 중 14개의 교량만 손을 보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당신이 밝힌 개략적인 공사비 내역에는 '교량' 항목이 아예 빠져있습니다. 하지만 수심 6~9m를 유지하려면 강바닥을 파야 하고, 부분적으로 높아진 구간의 경우에는 2500~5000톤급의 배가 통과할 수 있는 교량 높이(수면과 교량 상판 사이의 간격)를 유지해야 합니다. 또 교각 사이의 간격도 상하행선 두 개의 배가 서로 교차할 수 있는 폭을 유지해야 합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건대 대체 몇 개의 교각이 남아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마포대교의 공사비는 2198억원이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당신은 제방 보강 등 기타 공사비로 6000억원을 상정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했듯이 네덜란드의 DHV사는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제방을 1000㎞ 공사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신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토목업자들에게 한번 물어보십시오. 그 정도의 공사비로 가당키나 한 것인지.
운하가 건설되면 항상 배가 다닐 수 있는 수심을 유지하기 위해 물을 채워놓아야 합니다. 당연히 지천의 수위도 올라갈 것입니다. 한강과 낙동강의 경부운하 예정지에 몇 개의 지천이 있는 지 확인은 해 보셨는지요? 무려 1488개의 지천이 소위 '지천에 깔려'있습니다. 이 지천의 제방은 그냥 놔둬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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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경부운하 공사비의 절반 이상을 골재를 판 수익으로 충당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무려 8조3000억원이란 돈을 강바닥을 파서 마련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한강과 낙동강 본류 뿐만 아니라 모든 지천을 다 파내면 마련할 수 있는 돈입니다. 통상적으로 골재 채취 가능량은 개발 가능량의 51%를 적용한다고 합니다.
지천을 포함한다해도 실제 골재채취 가능량은 이중 절반인 4조2500억원인 것입니다. 물론 이 골재대금에는 생산비와 운송비가 제외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이는 골재 1㎥당 1만원으로 계산을 한 액수인데, 4년동안 막대한 양의 골재가 쏟아지면 가격도 하락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다행히도 저는 지난 6월 당신이 주최한 기자회견장에서 당신께 직접 질문을 던질 기회를 잡았습니다. 그 때 제가 경부운하의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하자, 당신은 핵심 참모인 곽승준 고려대 교수를 바라보며 "곽 교수, 골재 팔리지 않으면 내가 수출할테니 걱정마세요"라고 큰소리를 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기자회견장에 선 당신은 곽 교수가 아니라 국민을 향해 큰 소리를 친 것입니다. 토론조차 거부하는, 국민의 알권리조차 봉쇄하는 자세, 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분의 태도는 아닌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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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가 길어졌습니다. 부동산 문제 등 힘겨운 관문을 통과하고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당신에게 마땅히 축하의 인사를 드려야겠지만, 당신의 대표공약 경부운하에 대한 갑갑증 때문에 말이 길어졌음을 너그럽게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지난 10여개월동안은 전초전에 불과합니다. 경부운하가 제2의 국운융성을 가져올 것이라는 정치선동을 계속한다면, 지역의 개발주의를 부추겨 표심을 자극하겠다는 정략을 버리지 않는다면 <오마이뉴스>뿐만 아니라 전국의 시민사회단체들도 들불처럼 일어날 것입니다. 경부운하가 건설된다면 한반도에 재앙의 먹구름이 몰려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로 뛸 당신께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경부운하가 죽어야 나라가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