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각) "만약 미국이 한국전쟁에 참전하지 않고 전쟁 후에 한국인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지 않았다면 수백만명의 한국인들은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정권 하에서 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열린 미 해외참전용사회(VFW) 연례모임 연설에서 이라크에서 조기 철군론을 강력하게 반박하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그의 이 같은 언급은 공교롭게도 지난 2003년 5월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한 이른바 '수용소 발언'과 비슷하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소련과 중국의 공산주의자들은 침략의 대가를 받았을 것이고 세계는 더 위험한 상황에 직면했을 것"이라며 "비판자들은 미국이 공산주의자들의 침략으로부터 한국을 구하기 위해 개입했을 때 불평을 터뜨렸다, 그들은 지금도 한국전쟁은 쓸데없는 짓이었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전쟁에 참전했을 때 진보 진영의 I.F.스톤은 남한이 북한을 침략한 것처럼 기술했고, 우익인 공화당 상원 지도부는 해리 트루먼 당시 대통령이 1950년 38선을 긋고 한국 방위에 나섰을 때 지지를 표명하다가 나중엔 '실수였다'고 비판하는 등 오락가락했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한국은 이제 미국의 강력한 민주 동맹국이 됐고, 한국군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미군과 나란히 참전하고 있다"며 "21세기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이데올로기 전쟁에서 한국의 자유로운 국민들은 미국의 영원한 파트너"라고 추켜세웠다.
그는 이어 "이는 한국전에 참전했던 여러분들의 희생 덕분"이라고 말했고 참석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부시 "미군 계속 주둔하면 이라크도 미국의 동맹국 돼"
부시 대통령은 베트남 전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베트남 전쟁의 명백한 유산은 미국이 철수한 뒤 수백만의 죄 없는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보트 피플', '재교육 수용소', '킬링 필드'와 같은 단어들이 추가됐다"고 말했다.
부시는 "2차 세계대전 뒤 많은 전문가와 정치권은 일본에 자유민주주의를 심는 것을 반대했으며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그러나 오늘의 일본은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부시 대통령이 느닷없이 한국과 일본, 베트남의 사례를 든 것은 결국 이라크 전쟁 때문이다. 이라크에서 지금 철수하는 것은 베트남 철군 뒤 '보트 피플'의 비극을 초래할 것이고, 계속 주둔하면 한국과 일본처럼 이라크를 미국의 '민주 동맹국'으로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부시 대통령은 "자유 이라크는 중동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유 이라크는 알 카에다에게는 거대한 패배"라면서 "이는 중동의 수백만 명에게 희망의 모범 사례가 될 것이다. 자유 이라크는 미국의 친구가 될 것이며 테러와의 전쟁에서 중요한 동맹국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미 민주당쪽은 즉각 반박했다.
지난 2004년 대통령 선거 때 부시 대통령과 맞붙었고 베트남전 참전용사이기도 한 민주당 존 케리 상원의원은 "부시가 (여러 전쟁들의) 차이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똑같은 비극을 무시하는 것은 전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라고 비꼬았다.
그는 "베트남에서처럼 우리는 이라크에 공식적인 사기에 근거해 군사적으로 개입했다"며 "베트남 전쟁에서 우리는 많은 미군을 보냈다, 그러나 그들은 우리가 막을 수도 없고 폭격한다고 해서 굴복시킬 수도 없는 (베트남인끼리의) 내전 속에 죽어갔다"고 비판했다.
케리 의원이 언급한 '공식적인 사기'는 베트남전의 경우 통킹만 사건, 이라크 전쟁의 경우 대량살상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