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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단지에 만개한 수련 위에서 벌이 꿀을 따고 있다
연꽃단지에 만개한 수련 위에서 벌이 꿀을 따고 있다 ⓒ 김정수
최근 창원 주남저수지에 연꽃이 만개해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다고 해서 그 모습이 궁금해 지난 7월말에 다녀왔다. 하지만 계속되는 장마로 인해 꽃들이 햇빛을 거의 못 받아서인지 꽃이 거의 피지 않았었다. 실망해서 사진 몇 장 찍고는 그냥 되돌아왔다.

그리고 지난 8월 22일 주남저수지를 다시 찾았다. 창원 주남저수지는 3개의 저수지가 한곳에 모여 있는 것으로, 가운데에 자리한 주남저수지(285ha)가 제일 크며, 그 아래쪽에는 동판저수지(242ha)가, 위쪽에는 산남저수지(75h)가 자리 잡고 있다.

3개의 저수지가 수로로 연결된 180만평의 광활한 늪지와 갈대가 자생하고 있는 섬이 저수지 중앙에 떠 있어 운치를 자아낸다. 주남저수지는 철새도래지로 유명하지만 여름에는 찾는 이가 거의 없었는데, 이번에 연꽃단지를 조성하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줄기에 앉은 잠자리 뒤로 가시연잎이 보인다
줄기에 앉은 잠자리 뒤로 가시연잎이 보인다 ⓒ 김정수
주남저수지 연꽃단지는 철새보호원 초소 건너편의 논에 조성되어 있다. 9105m²의 면적에 12종의 연꽃과 5종의 수생식물이 자라고 있으며, 연꽃은 매년 6~9월 만개해 아름다움을 뽐낸다.

연꽃단지 가운데로 농로가 나있어 탐방로를 대신하는 가운데 다양한 연꽃이 만개해 나그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농로 오른쪽에서 가시연이 뾰족한 가시를 물위로 밀어 올리며 꽃봉오리를 터뜨리고 있다. 이번 주말쯤이면 멋진 가시연꽃을 볼 수 있을 듯한데 다시 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가시연꽃 주변에 사마귀와 소금쟁이가 보여 생명이 살아 숨쉬는 곳임을 잘 알 수 있다. 가시연 앞의 풀잎에는 잠자리가 다소곳이 앉아 있다.

연꽃단지에서 어린이들이 식물을 관찰하고 있다
연꽃단지에서 어린이들이 식물을 관찰하고 있다 ⓒ 김정수
꽃망울을 터뜨린 가시연꽃 주변에 사마귀와 소금쟁이가 보인다
꽃망울을 터뜨린 가시연꽃 주변에 사마귀와 소금쟁이가 보인다 ⓒ 김정수
그 뒤로 수련이 나그네를 반긴다. 꽃은 오전 7시부터 10시 사이에 많이 피고, 오후 2시면 낮잠을 잔다고 해서 수련(睡蓮)으로 불린다. 하얀색과 빨간색 꽃이 푸른잎 위로 솟아올라 한껏 자태를 뽐내고 있다. 흰색 수련은 이슬을 잔뜩 머금고 있어 정초한 새색시를 보는 듯 수줍음이 묻어나온다.

부지런한 벌이 수련의 노란 수술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꿀을 모으고 있다. 밤에 꽃이 피기 시작해 오전 9시까지 꽃이 핀다는 야개수련은 붉은 꽃잎을 벌써 오므렸다. 오므린 꽃잎 위에 잠자리가 앉아 있다. 왜 꽃이 안 피는지 궁금한 모양이다.

물양귀비가 꽃을 피워올리고 있다
물양귀비가 꽃을 피워올리고 있다 ⓒ 김정수
그 뒤로 열대식물인 물양귀비도 보인다. 그런데 창원시청에서 세운 안내표지판에는 ‘양귀비 수련’이라고 되어 있다. 그렇게 부르기도 하지만 공식 이름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안내표지판이 잘못 세워진 것이다. 백과사전에도 물양귀비만 나와 있고, 주변에 알아보아도 물양귀비가 맞다고 한다. 접시 같은 노란꽃이 초록빛 잎사귀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다. 잎 위에는 파란 잠자리가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만개해서 수술과 연밥이 드러난 백련
만개해서 수술과 연밥이 드러난 백련 ⓒ 김정수
탐방로 왼쪽에는 백련과 홍련이 자라고 있다. 만개해서 지기 시작하는 백련의 모습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슬을 머금은 백련은 앞쪽에 꽃잎이 떨어져 나가면서 자신의 속살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있다. 노란 수술과 샤워기를 닮은 연밥이 그대로 보이는 가운데 꽃잎이 이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 묘하다. 붉은 빛을 띠는 홍련은 무리지어 여기저기 피어올라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백련은 대부분 꽃이 지고, 몇 송이밖에 안 남은 반면 홍련을 여전히 강한 생명력으로 꽃을 피워 올리고 있다.

우리꽃인 물옥잠은 잎이 하트 모양이다
우리꽃인 물옥잠은 잎이 하트 모양이다 ⓒ 김정수
농로 안쪽으로 들어서니 낯익은 꽃이 보였다. 작년 여름 아내가 꽃집을 운영할 때 많이 팔았던 부레옥잠을 닮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조금 다르다. 꽃은 너무 닮았는데, 잎이랑 다른 부분을 살펴보니 확실히 틀리다.

마침 옆에서 초등학생을 데리고 체험학습을 나온 선생님이 설명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물옥잠이라고 했다. 꽃집에서는 부레옥잠을 물옥잠이라고도 불렀는데 알고 보니 잘못된 표현이다.

부레옥잠은 열대지방에 사는 식물이지만, 물옥잠은 이 땅의 연못이나 늪에서 자라는 우리꽃이라고 했다. 그리고 부레옥잠은 뿌리가 물위에 떠서 자라지만, 물옥잠은 뿌리를 땅속에 박은 채 꽃과 잎이 물 위로 올라와서 자란다고 한다. 부레옥잠의 잎은 타원형에 가깝지만, 물옥잠은 하트모양을 하고 있어 한결 더 귀엽다는 것이다.

주변을 돌아보며 조금 더 촬영을 했는데, 손에 쥔 렌즈가 열을 받아서 후끈후끈하다. 햇빛 아래에서 조금만 더 있으면 렌즈에 손이 화상이라도 입을 판이다. 이제껏 전국을 떠돌며 수없이 촬영을 해왔지만 렌즈가 뜨거워서 촬영을 못할 지경에 이르기는 난생 처음이다.

할 수 없이 철새보호원초소에 가서 잠시 더위를 피하기로 했다. 초소에는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어 금세 더위를 잊을 수 있었다. 초소에서 내려다보는 연꽃단지 전경이 시원스럽다. 만개한 연꽃단지 뒤로 초록빛의 벼가 싱그럽게 자라고 있는 풍경이 정겹다.

주남저수지쪽은 여전히 가시연이 잎만 무성할 뿐 꽃이 올라오지 않고 있다. 초소를 지키는 철새보호원에게 물어보니 이미 8월초에 가시연꽃이 피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계속되는 집중호우에 물이 불어나면서 만개해가던 꽃들이 물속에 잠겼는데, 지금은 꽃이 물속에서 썩어가고 있을 거라고 한다. 안 그러면 지금 한창 만개해서 절정을 이룰 시기라는 것이다. 올해는 제대로 된 가시연꽃을 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갑지 않은 이야기다. 초소에서 물 한 잔을 마시고 더위를 식힌 후 나오니 한 어린이가 망원경으로 저수지를 관찰하고 있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는 차를 밀양으로 돌렸다.

주남저수지 연꽃단지 전경
주남저수지 연꽃단지 전경 ⓒ 김정수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큐,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물옥잠#연꽃단지#주남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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