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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책을 무너트려라!”

쏟아지는 조총사격에도 불구하고 목책 앞까지 다다른 조선기병들은 밧줄을 걸어 목책에 연결해서는 말을 몰아 이를 쓰러트렸다. 그러자 수많은 총구를 겨눈 왜군의 대오가 훤히 드러났고 그 틈으로 조선기병들은 편전을 쏘아 넣었다. 일본 조총병들이 활에 맞아 쓰러지자 자루 긴 칼과 크고 긴 칼, 창을 든 왜군들이 진지에서 튀어나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조선기병을 공격해 들어갔다.

조선기병은 편곤과 칼을 꺼내들어 맞섰지만 워낙 조총 사격에 당한 피해가 커 제대로 반격조차 하지 못한 채 둘러싸여 칼에 맞아 죽어나갔다. 천천히 전진해 오며 이 모습을 지켜보던 신립은 병사를 물리기보다는 모든 기병을 한번에 쏟아 부어 전세를 역전시켜야겠다는 강박적인 생각이 들어왔다.

“돌진이다! 모두 나가라! 물러서는 자는 참수할 것이니라!”

신립의 고함소리와 함께 제일 마지막 열에 위치하고 있던 박산흥과 한량들이 마침내 전장에 투입될 때가 다가오고 말았다. 박산흥은 좌우에 있는 친구들에게 크게 소리쳤다.

“얘들아! 살아서 만나자!”

“아무렴!”

박산흥은 힘껏 소리치며 박차를 가해 접혀진 각궁을 펼쳐들고 화살을 먹였다. 마침내 욕설과 비명소리가 뒤섞인 전장에 다다르자 박산흥은 땅에 쓰러진 조선 병사에게 큰 칼을 내려치려 하는 왜군에게 화살을 명중시킨 후 칼을 휘두르며 달려 나갔다. 조선기병이 증원되자 왜군들은 질서정연하게 다시 뒤로 물러나 조총사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쏟아지는 조총사격은 세 번째 조선기병의 돌진과 정면으로 맞부딪쳤다.

“우와악!”

박산흥의 옆에 있던 친구가 총탄을 맞고 피를 내뿜으며 말에서 떨어져 땅바닥으로 내팽겨져 치자 눈이 뒤집힌 박산흥은 앞뒤가릴 것 없이 칼을 휘두르며 조총을 쏘는 왜군의 진영 안으로 난입해 들어갔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어디가 이기고 있는 거야?”

멀리서 싸움을 지켜보던 조선보병들은 착잡한 심경이었지만 상대적으로 대오가 느슨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 조선기병의 측면으로 엄청난 함성소리와 함께 왜군이 물밀 듯이 밀려 들어왔다.

“저게 뭐냐!”

“왜놈들이 저쪽에서 다가오고 있다! 어서 북을 쳐서 앞으로 나간 우리편을 불러와라!”

왜군의 장수들은 귀신과도 같은 울긋불긋한 가면을 쓰고 북, 피리 소리와 함께 기세 좋게 조선군의 본진으로 진군해 왔다. 그들은 조선기병과 보병이 분리되기만을 기다려 밤을 틈타 조선군 본진의 측면에 매복해 왔던 터였다.

“당황해 하지마라! 활을 든 자와 총통을 든 자들은 어서 앞으로 나서 적을 겨누어라!”

초관 하나가 칼을 뽑아들며 소리를 질렀지만 일부 병사들은 슬슬 뒷걸음까지 치고 있었다. 조유만은 한번 훈련받은 대로 총통을 들고 앞으로 섰으나 화약을 넣고 불을 붙이는 이가 보이지 않았다.

“이봐! 화약을 넣어다오! 어서!”

조유만이 돌아보니 화약을 넣어야 할 이는 주춤거리며 다가오는 왜군을 바라본 채 새파랗게 질려 있을 따름이었다. 조유만은 평소의 그답지 않게 벌떡 일어나 그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

“이러고 있으면 왜군이 물러가기라도 한다던가?”

그제야 마침내 초관과 군관들이 달려와 주춤거리는 병사들을 다그쳤다.

“물러서는 자는 군령에 의해 참수할 것이다! 맞서 싸워라! 뒤는 강이 있어 더 이상 물러날 수 없으니라!”

왜군들은 자루 긴 칼과 커다란 칼, 긴 창을 앞세우며 이제 거의 조선군의 코앞에까지 다다라 있었다. 반면 왜군의 본진을 공격하러 나간 조선기병들은 왜군에게 발목을 잡힌 채 아직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 큰 깃발이 오르자 왜군들은 함성소리와 함께 조선군을 덮쳐왔다. 아무런 엄폐물도 없이 조선기병의 궁수와 포수들은 일렬로 늘어선 채 활과 총통을 왜군에게 겨누었다.

‘난 반드시 왜군을 물리치고 고향으로 내려가야 해!’

이제 막 불을 붙인 총통을 쥔 조유만의 손이 벌벌 떨려왔다.

덧붙이는 글 | 1. 두레마을 공방전
2. 남부여의 노래
3. 흥화진의 별
4. 탄금대
5. 사랑, 진주를 찾아서
6. 우금치의 귀신
7. 쿠데타


#결전#연재소설#최항기#탄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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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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