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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갈 때 꼭 필요한 핸드카
시장갈 때 꼭 필요한 핸드카 ⓒ 정현순
"오늘은 우리 핸드카 가지고 가보자." 며칠 전 도착한 핸드카를 가지고 딸과 함께 재래시장으로 향했다. 그동안은 딸아이 것을 가지고 다녔다. 하지만 지난 주말에는 새로 도착한 핸드카를 시험해보고 싶어 우리 것을 가지고 집을 나섰다.

그날은 집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큰 재래시장을 가기 위해 핸드카를 가지고 가야 했다. 재래시장을 다니면서 핸드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전 같으면 집 앞에 있는 마트에 가거나 자동차를 가지고 다른 대형마트를 가기가 일쑤였다.

하지만 이곳 광명시로 이사 오면서 재래시장의 매력에 푹 빠져 며칠에 한 번씩 재래시장을 찾고 있다. 물론 이곳도 대형마트가 있다. 살 것이 많으면 큰 시장으로, 한두 가지가 필요하면 작은 재래시장을 간다. 재래시장에서는 과소비를 하지 않게 된다. 조금만 사도 가격이 같고 한 가지를 사도 얼마든지 골라 살 수 있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재래시장에서는 신용카드를 받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받지 않아 꼭 현금을 내고 물건을 사야 한다. 카드를 사용하다 보면 당장에 돈을 내지 않으니 그 당시에는 마치 공짜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기에 당장에 필요 없는 것도 사게 되고, 양도 많은 것을 사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또 사은품이 마음에 들어 사지 않아도 될 물건들을 사는 경우도 흔하다. 하나 사면 하나 더 주는 유혹을 떨치지 못할 때도 있다. 대형마트는 평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가고, 동네 마트에는 수시로 간다. 그런데도 대형마트는 갈 때마다 거의 카트 한가득 물건을 사게 된다. 그 모든 것이 카드결제로 이루어지고 있다.

카트에 한 가득 싣고 집으로 돌아와서 자세히 살펴보면 반성하는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다음에는 이런 짓을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반복이 되곤 한다. 카드 명세서가 날아올 땐 그런 후회가 한층 더 밀려 오곤 한다. 그러나 재래시장에 맛을 들인 후엔 카드를 사용한 것이 숫자를 세어볼 정도이다. 짐작하건대 전에 비해 카드를 1/2 정도도 안 쓴 듯하다.

광명의 한 재래시장 풍경(자료사진)
광명의 한 재래시장 풍경(자료사진) ⓒ 김시연

지난주 큰 시장에서 장을 보다가 잔치국수가 1000원이란 간판을 보았다. 난 1000원짜리 국수가 있다는 것이 매우 신기했다. 난 딸에게 "딸아 우리 저 잔치국수 하나씩 먹고 갈래? 엄마가 사줄게" "그래 엄마. 먹고 가자" 우린 출출한 김에 아주 맛있게 한 그릇 뚝딱 먹어 치웠다. 맛깔스러운 김치도 함께 나왔다.

한 그릇에 1000원 하는 잔치국수의 맛도 궁금했다는데 1000원짜리 잔치국수는 정말 맛있었다. 또 1000원 가지고 할 수 있는 것이 그리 많지 않은데 국수 한 그릇에 1000원이라니. 1000원 하는 잔치국수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다.

국수 한 그릇을 맛있게 먹고 딸과 나는 생선가게를 찾았다. 깨끗하게 정리된 한 생선가게 앞에서 우리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한 여자가 10일 전쯤 사 가지고 간 생선들의 가격 계산이 잘못되었다고 주인에게 일일이 생선이름과 가격에 대해서 말을 하고 있었다.

세상에나 하루 이틀 전 아니, 방금 전까지의 계산이 잘못된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데 무려 10일 전 일을 얘기하고 있었다. 주인은 생각이 잘나질 않는 듯했다. 그래도 짜증을 내거나 그 사람의 말을 시큰둥하게 듣지 않았다. 주인은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하루에 우리 집에 오는 손님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지금은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깐 다음에 오시면 내가 잘해 줄게요"하자 그 손님은 알았다면서 돌아갔다.

그 주인의 성의 있는 태도와 친절에 난 "아줌마 성격 참 좋네요. 어쩜 성을 내지 않고 그렇게 다 받아주세요." "당연히 그래야지요. 우리 집에 오시는 손님인데." 나는 몇 가지 생선을 골랐다. 가격을 조금 싸게 해달라고 했다. 그는 가격도 조금 깎아주고 덤도 주었다. 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난 마음 속으로 다음에 생선을 살 때에도 이 집으로 와야지 하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채소와 과일들도 골라서 샀다. 콩나물을 살 때에도, 과일을 살 때에도 덤은 항상 따라다녔다.

요즘은 대형마트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 재래시장이 밀린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경험해본 재래시장은 예전의 재래시장이 아니었다. 내가 찾은 재래시장은 깨끗이 정리되어 있었고, 친절하고, 가격도 싸고, 구수하고, 정겨운 사람들의 정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했다. 또 사는 재미와 파는 재미도 있는 곳이었다.

핸드카 한가득 물건들을 사 가지고 돌아왔다. 무엇 하나 필요 없는 것을 산 것이 없었다. 2~3일 후쯤 다시 재래시장을 찾을 생각이다. 지갑이 얇아도 살 것이 있는 재래시장. 앞으로 재래시장이 더욱 활성화되어 소비자는 싱싱한 물건을 싸게 살 수 있고, 그곳이 삶의 터전인 사람들이 환하게 웃는 날이 오기를 희망해 본다.
#재래시장#대형마트#핸드카#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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