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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트라이대회 참가자들이 출발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아시아 트라이대회 참가자들이 출발에 앞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김범태

더위가 누그러진다는 처서가 지났지만 좀처럼 폭염이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각국의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한데 모여 장애인 권익증진과 자립을 위한 도보순례를 시작했다.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소장 박찬오)가 주최하고 아드라코리아(사무총장 신원식)가 후원한 '2007 아시아 트라이대회(ASIA TRY)'가 28일 국회의원회관 로비에서 발대식을 열고 5박 6일의 장정에 들어갔다.

트라이대회는 1986년 일본의 한 장애인이 친구 2명과 함께 휠체어를 이용해 오사카에서 도쿄까지 각 도시마다 장애인의 접근권 확보를 주장하며 횡단한 것을 계기로 시작되어 지금까지 장애인의 자립과 세상의 변화를 외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일본의 각 역과 대중교통의 장애인편의시설 설치 및 접근권 확보를 위한 운동으로 발전하며 지속됐으며, 2001년에는 한국과 일본의 장애인들이 한일월드컵경기장 및 철도의 장애인 접근권을 위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종단한 바 있다.

행사의 목적은 장애인도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을 비장애인과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장애 여부를 떠나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걸으면서 하나의 뜻을 모으는 사회변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우리의 권리, 우리의 협약, 인류 모두를 위하여!'라는 표어 아래 진행되는 이 행사에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파키스탄, 네팔, 대만, 캄보디아, 카자흐스탄, 인도 등 아시아 11개국에서 200여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발대식과 함께 서울역까지 거리행진을 했으며 이후 수원, 춘천, 인천, 천안 등 8개 지역으로 분산 이동해 그곳에서 다시 도보로 서울까지 올라오게 된다. 서울에 도착하는 9월 2일에는 참가자 전원이 청계천을 걸은 뒤 마무리 행사를 열 예정이다. 각 코스는 약 100㎞이며, 20여명이 한 팀을 이루어 걷는다.

박찬오 장애인자립센터 소장은 이날 발대식에서 "우리는 단순히 걷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라며 "사회구성원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사회에 몸으로 외치는 것"이라고 대회 취지를 설명했다.

신원식 아드라코리아 사무총장은 축사에서 "세상에 장애는 없다, 다만 장애물만 있을 뿐"이라며 "이 행사를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장애인에 대한 장애물이 제거되어 여러분의 도전이 더 행복한 미래를 만드는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고 힘을 실었다.

아시아 트라이대회 참가자들이 발대식을 마치고 서울역으로 도보행진을 하고 있다.
아시아 트라이대회 참가자들이 발대식을 마치고 서울역으로 도보행진을 하고 있다. ⓒ 김범태
평소 장애인의 사회운동에 관심이 많다는 한석준(뇌성마비 1급)씨는 "장애인의 자립과 권리주장은 당연한 사회적 요구임에도 아직까지 일반의 인식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장애인이 사회의 일원으로 떳떳하고 정당하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철폐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만에서 참가한 린씨는 "아시아 각국의 친구들과 함께 장애인의 자립과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장애인 자립을 위한 사회적 환경이 빨리 갖추어지길 바라고, 대만으로 돌아가서도 이를 위한 다양한 사회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전했다.

네팔에서 온 크리쉬나씨는 "이 행사가 장애인 기본권과 자립생활을 위한 아시아 국가들의 사회환경을 변화시키는 장이 되길 바란다"며 "여러분과 장애인 권익보호를 위한 국제운동을 함께 펼쳐가고 싶다"고 연대활동을 제안했다.

자원봉사자로 참가한 김도연(21·이화여대 화학과)씨는 "그간 몇 차례 국토순례를 해 본적은 있지만,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것은 처음"이라며 "평소 주변에서 장애인들을 보면 어떻게 대해야할지 몰라 당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번 행사를 통해 그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협한 생각들이 불식되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마혜린(24·이화여대 생명과학과)씨도 "고모가 장애인이고 어머니가 장애인학교 교사인데, 이번 행사에 참가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끼는 것이 많을 것 같다"며 "지구촌 곳곳에서 온 장애인들과 우정과 비전을 나누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한편 발대식에 자리를 같이한 정화원 국회의원은 "장애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꿈과 도전정신을 지니고 끝까지 완주해 달라"고 당부하며 "여러분들의 땀과 노력은 진정한 세계장애인대회의 주인공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김영숙 의원도 "'한 사람의 꿈은 꿈이지만, 만인의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있듯, 모든 이가 우리라는 공동체 의식을 지니고 사람과 국가가 함께 동참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세계가 주목할 때 전 세계는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하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없는 세상에서 당당한 권리로 자립생활이 가능한 사회로 변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는 9월 열리는 제7회 세계장애인한국대회 사전이벤트로 마련된 이번 행사를 통해 장애인이 나약한 존재가 아니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실질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장애인자립에 대한 사회적 인식증진은 물론, 장애인문제의 국제적인 연대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시아 트라이대회' 기획 배경은?
'한국 정부, 장애인권리협약 조속 비준' 요구 한목소리

지난해 12월 13일 열린 UN총회에서는 장애인권리협약(The Convention on the Right of Person with Disability)이 여덟 번째 국제협약으로 채택되었다. 이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하는 정부는 장애인의 권리를 향상시키기 위해 필요한 법률을 제정하고, 기타 조치를 취해야 하며, 장애인에 대해 차별적인 법제도, 관습 및 관행을 철폐하여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이 조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이번 트라이대회 참가자들은 한국 정부의 조속한 비준을 요구하고 있다.

또 오는 9월 5일부터 8일까지 일산 킨텍스에서 'Our Right, Our Convention, But for All'이라는 주제로 열릴 예정인 제7회 세계장애인한국대회에서도 이 같은 주장이 계속될 예정이다.

모든 유형의 장애 당사자들의 축제인 이 행사에서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각국의 장애인들이 참석해 장애인권리협약에 기초한 장애인권 문제를 토론하고, 세계 각국에서 권리협약을 조속히 비준 및 이행할 것을 촉구하게 된다.

이번 아시아 트라이대회 참가자들은 이처럼 한국의 주요도시를 행진하며 전 세계의 국가들이 이 조약을 비준하여 장애인들이 각 지역에서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사회를 변화시킬 것을 촉구할 마음이다.

또한 참가자 자신에게는 삶에 도전하는 적극적인 용기와 자립생활 의지를 보여주며, 비장애인에게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사라지게 하여 장애인과 비장애인간의 작은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도록 돕게 된다. / 김범태

#장애인차별#아시아트라이#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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