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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열린 '전립선 건강 강좌'
28일 고려대 안암병원에서 열린 '전립선 건강 강좌' ⓒ 이정환
"어렸을 때부터 소변을 참으면 병이 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신호만 오면 자주 소변을 봤어요. 그런데 요즘 너무 소변이 자주 마려 미치겠습니다. 그래도 낮에는 참을 만한데, 밤에 서너 번씩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나면 다음날 파김치가 됩니다.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렵습니다."

28일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에서 열린 '전립선 건강강좌 및 무료 검진'에서는 배뇨 기능 이상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하는 '아버지'들이 많았다.

전립선 비대증에 대한 몇 가지 오해들

전립선 비대증은 남자에게만 전립선이 있기 때문에 '남자병'이고, 나이가 많을수록 걸릴 확률이 높아지는 '나이병'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기과 이정구 교수가 이 날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40대 남성의 40%, 60대 남성의 60%, 80대 남성의 80% 정도가 전립선 비대증 환자라고 한다.

그만큼 많은 남성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는 질병 중 하나가 바로 전립선 비대증이다. 하지만 이날 강좌 첫 머리에서 이 교수가 강조한 것은 전립선 비대증에 대한 '과민 반응'이었다.

잔뇨가 많거나 소변이 자주 마려운 빈뇨, 소변 줄기가 약한 세뇨 그리고 수면 중 소변을 보게 되는 야뇨 등의 배뇨 이상은 종합적으로 '하부 요로 증상'으로 봐야 하며, 전립선 비대증은 '하부 요로 증상'을 일으키는 노화 현상, 호르몬 변화, 신경계 질환, 야간 소변량 증가 등 여러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하부 요로 증상과 전립선 비대증
하부 요로 증상과 전립선 비대증 ⓒ 이정구
또한 이 교수는 "전립선 비대증이 심해지면 전립선 암으로 진행된다고 여기는 분도 있는데,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전립선 비대증은 암이 아니며 암을 유발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립선 암은 전립선 내부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전립선이 커지는 것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증상"이라는 것이다.

전립선 비대증, 왜 생기나

이렇게 '남자병'을 둘러싼 '오해'를 먼저 정리한 이 교수는 전립선 비대증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고령화'를 꼽았다. "나이가 들면서 신체 호르몬 균형에 변화가 생기고 이로 인해 신경계가 변화하면서 전립선이 커지게 된다"는 설명이다.

남성 호르몬도 전립선 비대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고환이 제거된 남자들에게서 전립선 비대증이 일어나지 않고", "수염이나 털이 많은, 남성 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는 경우에 전립선 비대증 발생 빈도가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립선이 크다고 해서 모두 전립선 비대증은 아니다. 전립선 비대로 여러 배뇨 이상(하부 요로 증상)이 나타날 때 비로소 전립선 비대증을 의심하게 된다.

이 교수는 "전립선 비대증이라고 해서 모두 증상이 심각한 것은 아니고, 1/3 정도가 증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각한 증상'은 방광 출구가 비대해진 전립선으로 막히면서 일어나게 된다. "전립선 비대 조직이 요도를 누르거나 전립선을 감싸고 있는 자율신경이 자극을 받아 요도를 누르는 경우"다.

ⓒ 이정구
전립선 비대증의 진단과 치료

이 교수는 전립선 비대증의 진단 방법으로 기본적인 '문진', 의사가 환자의 항문을 통해 손을 넣어 전립선의 크기를 확인하게 되는 '직장 수지 검사', 요도경 및 방광경 검사, 항문을 통해 초음파를 발사하는 기구를 삽입해서 전립선을 관찰하는 '경직장 초음파 검사' 등을 꼽았다.

잔뇨 측정 및 소변 속도 측정(요속 검사)도 전립선 비대증 진단의 한 방법인데, 요속 검사에서 정상인은 15ml/sec 이상, 전립선 비대증이 의심되는 경우는 12ml/sec 이하로 나타난다고 한다.

전립선 비대증의 치료 방법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먼저 "증상이 가벼울 경우, 약을 복용하지 않고 일단 두고 보는 대기요법", 그리고 일반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약물 요법, 약물 요법에는 자율신경계에 작용하는 '알파 아드레날린 수용체 차단제'와 남성 호르몬 작용 차단제가 쓰이고 있다.

최근 전립선 비대증 치료 방법으로 각광받는 'PVP 레이저 수술'도 소개됐다. 전립선 조직을 레이저로 태워 없애는 것으로 "출혈이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전립선이 아주 큰 경우에는 효과가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이상 세 가지 방법으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때 외과적 수술이 실시된다. 내시경을 넣어 전립선을 절제하는 수술로 "하루나 이틀 정도 출혈이 나오기 때문에, 병원에 3∼4일 정도 입원해야 한다". 이 교수는 "정액이 방광으로 역행하는 '역행성 사정'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몸에 별로 해롭지 않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전립선 암, 신선한 야채와 과일 많이 섭취해야

전립선 암에 대한 설명도 뒤따랐다. "전립선 비대증이 심해지면 전립선 암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눈에 띄게 높아진 것이 전립선 암 증가율이다.

이 교수는 "미국 남성암 발병률 1위가 바로 전립선 암"이라며 "우리나라도 최근 식생활의 서구화로 고기를 많이 먹고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면서 1995년과 비교했을 때 2004년에 211%나 증가했다"고 소개했다.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기과 이정구 교수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기과 이정구 교수 ⓒ 이정환
전립선 암은 '뼈'로 전이가 잘 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교수는 "골반뼈나 대퇴부, 척추, 늑골뼈로 전이가 잘 되고 이로 인한 통증을 수반한다"면서 "초기에는 증상이 없지만 종양이 커지면 소변이 안 나오는 증상이 따르고, 심하면 뼈가 다 헐어버리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조기 진단 및 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 교수는 전립선 암 수술과 관련하여 "최근에는 로봇을 이용한 수술이 국내에 도입되고 있는데 정밀한 수술로 합병증을 최소화하기 때문"이라며 "수술 로봇은 사람 손보다 훨씬 환부에 깊이 들어가고 조그만 공간에서도 관절이 자유로워 세밀한 수술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전립선 암 예방 방법으로 식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저지방 식사, 비타민E나 토코페롤 섭취,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평소 많이 섭취할 것을 주문하고 "조기 치료가 제일 중요한 만큼, 50대 이후는 적어도 1년에 한 번 정도는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한편 이날 열린 건강 강좌에서는 약 두 시간 동안 전립선 비대증의 원인과 치료 그리고 예방 방법에 대한 강의와 질의 응답이 이뤄졌으며, 강의 후에는 참석자 3백 여 명이 전립선 비대증에 대한 무료 검진 서비스를 받았다.
#전립선비대증#전립선암#고려대안암병원#이정구#배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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