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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지만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점은 이야기를 더욱 즐겁게 만들었다.
학교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지만 정치에 관심이 많다는 점은 이야기를 더욱 즐겁게 만들었다. ⓒ 손기영
당초 대선후보 문국현의 정책비전 제시를 기대했기 때문인지, 학생들은 특강 내용에는 정작 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강연이 오랫동안 지속되자 슬슬 피곤한 기색을 보이는 학생들도 있었고 조는 학생들도 있었다. 하지만 특강 속에서 언뜻 비치는 대선후보로서의 비전이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었다.

기영 "(문국현씨가) 강연 내내 옳은 말을 계속했지. '중소기업을 살리자, 대기업 편중 문화를 개선하자.' 이명박 후보에 비해 또 다른 경제 대통령으로서의 각이 서 있는 발언이라서 인상 깊었어. 하지만 너무 원론적인 말에 치우치지 않았나 생각해."

상익 "총평하자면 '특강'에 충실한 내용이었다고 생각해요. 대통령 후보라기보다 오피니언 리더의 수준에서 최적의 강연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강연 내용에서 아쉬운 점은 없지만 대통령 후보로서의 이념이나 사상 측면의 발언이 많지 않아 아쉬웠어요."

한내 "저는 강연을 듣기 전에 문국현씨와 관련한 자료를 살펴보고 호감을 가졌어요. 하지만 강연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어요. 중소기업 활성화나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문제들을 이야기한 것은 옳은 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에게 감동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절반의 성공이라고 할 수 있겠죠."

상익 "강연 초반에 '대기업과 재벌의 환상에 빠지지 마라, 재벌이 고용창출을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람 자르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고 지적한 부분이 인상적이었어요. 거기에 '혼이 있는 경영' '정직과 윤리' '사회 공헌의 마인드'를 국가에 적용하겠다는 점이 색달랐어요. 유한킴벌리 대한민국 버전이라고 해야하나(웃음)? 이것이 자신의 도덕성은 말로만 주장한 것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실천해온 길이기 때문에 더욱 설득력이 있었다는 것이 중요하죠."

기영 "21세기에는 부드러운 힘이 통할 거야. 신기남씨가 했던 말과 비슷한데, 21세기에는 사람을 키워야 한다는 거지. 유한킴벌리는 IMF 때 사람을 자르는 대신 광고비나 설비투자비 같은 고정비를 줄이면서 오히려 인건비를 올렸다고 해. 그래서 IMF 때도 성장이 가능했던 거지. 21세기에는 토목이 아니라 사람에 집중하는 경제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주장에 공감했어."

한내 "저는 가장 와닿았던 부분이 '일자리를 자르는 데 집중하는 사람은 더 이상 국민의 지도자가 아니다, 이제는 일자리 창출에 미친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말이었어요. 그 부분이 자리에 있었던 대학생들에게 강하게 어필했을 것 같아요."

상익 "문국현씨가 500만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캐치프레이즈와 관련이 있을 듯 하네."

한내 "맞아요. 그 자리에 있던 대학생들은 한결같이 취업을 바라고 있는데,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면 경제가 풀리고 성장해서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생각에 대해 명쾌하게 지적한 것 같아요. 특히 청년실업과 그 문제의 직접적인 대상인 내가 호응할 수 있었어요."

"대선 뛰어든 문국현은 나르시스트?"

범여권 후보 20명의 지지율을 합쳐도 이명박 후보 지지율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현실. 여기에 오차범위 안의 지지율, 사실상 현재로서는 의미 없는 수준의 지지율을 가진 대선후보 문국현.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젊은 사람들의 의견에도 문국현 회의론이 많았다.

김한내는 대선후보들이 거대담론보다 사람들의 생활에 직접 닿을 수 있는 정책을 요구했다.
김한내는 대선후보들이 거대담론보다 사람들의 생활에 직접 닿을 수 있는 정책을 요구했다. ⓒ 손기영
기영 "개인적으로 문국현씨를 좋아하고 문빠라고 자처하고 있지. 인간 문국현을 좋아하는데 대통령 문국현은 걱정이 돼. 선거라는 것은 조직과 대중적 인지도가 뒤따라주어야 하는데…. 나는 손학규 후보가 개인적인 자질도 부족하고 정체성도 뚜렷하지 않다고 생각해. 그런 손 후보가 민주신당의 핵심이 된 것도 조직과 인지도가 있기 때문이야. 하지만 문 전 사장은 존경받는 CEO이자 도덕적으로 결점이 없는 사람이지만 조직이 없고 대중적 지지도도 없어."

상익 "저도 동의해요. 노풍이라는 것도 노사모라는 조직 없이는 이룰 수 없었죠. '바보 노무현'이란 인식 아래 이미지를 차곡차곡 쌓아놓은 거잖아요. 문국현씨가 3개월 만에 지지율 정체를 타파할 수 있을까요? 자신은 부인한다 해도 범여권의 테두리에 묶여있는 사람이란 인식이 있는데…. 그래서 가능성의 측면에서 보자면 저는 회의적이에요."

기영 "문국현씨는 왜 대선에 나오려고 하는 것일까?"

한내 "자신이 여태까지 꿈꿔왔던 길을 성공적으로 만들어왔기 때문에, 자신이 노력한다면 대한민국도 자신의 회사처럼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 같아요. (대선출마 하면서) 사장 자리도 내던지고 나왔다는 것은 권력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것이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자기 삶으로부터 나온 자기 신뢰라고 생각해요."

기영 "문국현이 대선을 위한 강을 건너고 있지. 그런데 그 강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아름다워 보이는 거야. 나르시시즘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내가 이 강 정도는 건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중요한 건 '뗏목'이야. 노무현은 뗏목이 없었지만 노사모에게 받았지. 그 뗏목의 이름은 '정치개혁'이었거든. 지금의 문국현은 '경제'라는 이름의 뗏목을 타려고 하지만 이명박에 비해 강한 이미지가 아니라는 한계가 있어. 그렇기 때문에 뗏목이 하나라면 이명박에게 돌아가지 않을까?"

한내 "언론에서 문국현이란 인물을 많이 다루고 기업인으로서의 삶이 조명된다면 사람들이 '경제 이슈를 쥔 사람이 이명박 말고도 또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그러나 지금은 그 가능성이 차단되어 있다고 봐요. 그래서 현 상태에서 단정짓는 것보다 향후 언론의 추이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2007년 대선, 누구를 찍을까?"

같은 20대에 전공까지 같지만 서로간에 지지하는 후보는 모두 달랐다. 수십 명의 후보가 난립하면서 생겨난 좋은 점이란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는 것일까? 하지만 대체로 맛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박상익은 현재 지지하는 후보가 없는 상태지만 문풍이 일어날 때 다시 한 번 관심있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익은 현재 지지하는 후보가 없는 상태지만 문풍이 일어날 때 다시 한 번 관심있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 손기영
상익 "지금으로서는 지지할 만한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내일 당장 투표하러 가라고 하면 무효표를 만들고 싶은 심정이에요. 그만큼 민주정부 10년 동안 해왔던 것이 우리 기대에 미치지 못한 편이 많아서일지도 모르겠고…. 이명박을 지지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그런 상실감 때문인 사람도 많을 거에요. 지금 대선후보로 나온 사람들은 무엇 하나 나아 보이는 사람이 없어. 그렇다고 이명박을 찍을 수도 없고. 다만 문국현씨가 급부상한다면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생각은 있어요. 내심 문풍을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기영 "유시민씨를 좋아해. 물론 처음의 유시민과 지금의 유시민은 많이 바뀐 것 같아. 개혁당 시절과는 많이 달라보여. 그래도 좋아하는 이유는 이 사람이 진의가 있는 것 같아서야. 정동영씨 같은 사람은 처음에 진보노선을 추구하다 중간에 실용주의 노선으로 갔는데, 그게 소신에 따른 게 아니라 한나라당 눈치를 봐서 그런 거잖아. 선거를 의식한 거지. 하지만 유시민·천정배·신기남 이런 사람은 진보의 소신을 지켰어."

한내 "아직 누구를 찍겠다고 깊이 생각해보지는 않았지만 심상정 후보에 호감이 있어요. 누군가 심상정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가 아줌마이기 때문이라 했는데 저도 공감했죠.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느낌이 있어요. 정책 면으로 보자면 심상정 후보의 정책 핵심은 항상 약자를 위한 것이고, 그것이 단순히 부르짖고 마는 것이 아니라 실천 의지를 보이기 때문에 그런 측면을 높이 사는 거죠."

기영 "대통령은 누가 될까?"

상익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고민돼요. 지금 상황으로 보면 인정하기 싫지만 이명박 후보가 될 것 같거든. 하지만 1997년 대선 때도 이회창 바람이 거셌고, 2002년 대선 때도 이회창 필승론이 있었잖아요? 하지만 한국정치는 변화의 잠재력이 엄청나기 때문에 대선 한 달 직전까지는 지켜볼 생각입니다. 이런 말 하면 문제가 될지 모르겠는데 이명박이 낙마하면 진짜 한국 정치답구나 하는 생각이 들 것 같네요(웃음)."

기영 "이명박 후보가 당선될 거라고 생각해. 이명박 후보를 쓰러트릴 수 있는 엄청난 이슈들이 많았지. 하지만 무너지지 않고 최종 경선까지 버텼어. 이것은 국민들이 보고 있는 점은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는거야. 이회창 같은 경우에는 도덕성을 밀고 나가다가 막판에 병역 비리로 무너졌지. 하지만 이명박은 인생 자체가 도덕성을 기대할만한 사람이 아니야.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민생경제를 해소할 수 있는 점이기 때문이거든. 오히려 이명박의 공약을 '공략'하려면 경부운하 같은 허무맹랑한 것을 지적해야지."

한내 "지금 이 상태로 가자면 이명박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하지만 한미FTA 문제처럼 대선에 핵심요소로 작용하고 그에 대한 맞대결 구도로 한나라당 대 민주노동당의 경쟁구도가 될 수도 있는 거죠. 현실감이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요.(웃음) 조금 더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대안은 문풍이겠지만 그래도 현재로서는 이명박 후보가 가장 유력한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점쟁이가 아니라(웃음)."

"77 사이즈 공약, 마리화나 공약"

대학생이 원하는 가장 중요한 정책은 일자리 창출이다. 당당하게 사회의 일원으로 나서기도 전에 등록금에 생활비로 인해 악성 채무자로 내버려지는 것이 오늘의 현실. 하지만 현실의 팍팍함도 대학생의 참신함과 발랄함을 억누를 수는 없었다.

손기영은 대권을 '뗏목론'에 비유하며 이번 대선을 전망했다.
손기영은 대권을 '뗏목론'에 비유하며 이번 대선을 전망했다. ⓒ 박상익
한내 "동생이 어느날 갑자기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심상정 의원의 공약 중에 아는 것이 있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왜 그러냐고 하니까 심상정 후보가 77·88 사이즈의 옷을 만들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냈다며 흥미진진하게 말하는 거예요. 이런 걸 보면 대학생은 정말 사소한 내용에도 반응할 수 있겠구나란 생각을 했어요. 거대담론보다 확실히 다가오는 면이 있거든요."

기영 "나는 문화적으로 자유주의적인 공약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 문신이나 마리화나라든지 문화의 여러가지 측면에 집중했으면 좋겠어. 동성애자 문제도 적극적으로 이슈화시켰으면 하는데…."

상익 "지금 대선의 주요 이슈로는 오로지 경제에 집중됐죠. 물론 경제를 살리는 것이 중요하지만 상대적으로 실질적 민주화와 사회정의는 어느 정도 이뤄냈다는 만족감에 빠져 실제 삶은 간과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요. 오늘 강연에서도 유전무죄 무전유죄 이야기가 나왔는데 실제로 그런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 증명되고 있죠. 이런 것들이 고리타분해 보여도 소신을 가지고 이 점에 매진하는 사람을 응원하고 싶습니다."

대학가에 있어 문국현이란 인물 평가는 다수의 '모른다'와 약간의 '호감'이었다. 많은 언론에서 지적하듯이 지지율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수치가 걸림돌이겠지만, 적어도 대학생 사이에서는 여타 후보들과 다르게 '안티'가 없었다. 대학의 인사관리 교재에는 성공적 경영 사례로 유한킴벌리가 빠지지 않는다.

적어도 이 시점에서 문국현 후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라면 수많은 사람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사회적 타협으로 해결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 지금 대학생들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는 '먹고사니즘'이다.
#문국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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