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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이렇게 말을 했다. "효자인 자식은 그것이 예의라고 생각하여 돌본다지만 길어야 손자까지 그것도 효심이 지극한 경우에나 가능한 일, 그 후에는 돌보는 이 없어 버려진 묘가 될지도 모르는데 2대도 지키기 어려운 걸 흔적을 남기는 것 역시 집착이며 자식들 입장에선 정성을 다하지 못하면 불효를 범했다는 생각에 심적 부담감을 안겨주게 될 터이니 흔적을 남기지마라"고….
듣고 있노라면 충분히 공감이 가는 말이다. 해마다 추석을 앞두고 전방부대 장병들이 발길이 끊어진 묘를 찾아 벌초를 하고 합동차례를 지냈다는 뉴스를 접할 때면 죽어서까지 버림받고 누군가에게 짐스러운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고 씁쓸했다.
공원묘지인 경우 일정액을 지불하면 관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명절 때 성묘를 가면 방금 이발을 한 것처럼 말쑥하게 벌초가 되어 있다. 그러나 1년 365일 늘 그러한 모습이 아니다 우기를 지난 지금쯤은 연고 없는 묘처럼 잡초가 무성할 것이다.
관리소 측에서 때가 되면 벌초를 해주기는 하지만 대부분 잡초를 제거하지 않고 그냥 깎기 때문에 당장은 보기에 괜찮아도 잔디보다 성장속도가 빠른 잡초는 얼마 지나지 않아 눈에 띄게 쑥쑥 자라난다.
때문에 가끔이라도 잡초를 뽑아주면 보기에도 좋을 뿐더러 잔디가 건강하게 자라는 데도 도움이 된다. 물론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 생각만 해도 귀찮고 선뜻 내키지 않는 일이긴 하지만 땀 흘린 만큼 보람도 느끼게 될 것이다. 특히 어린이가 있는 가정은 잠시 짬을 내어 아이들과 함께 조상의 묘를 찾아 손수 잡풀을 뽑아보게 하는 것도 중요한 체험교육이 될 것이다.
검은머리 속에 희끗희끗한 흰머리를 뽑아낸 듯 말쑥하게 다듬어진 묘 앞에 준비해 간 것을 올려놓고 오래 전에 고인이 되신 시아버님께 술을 따라 올리며 '큰 절'을 드렸다. 지하에서도 평안하시라고….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땀은 흘렸지만 돌아오는 길은 몸도 마음도 상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