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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6월 17일 오전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열린 `한반도대운하 설명회`에서 대형 홍보용 그림을 살펴보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예비후보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6월 17일 오전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프라자에서 열린 `한반도대운하 설명회`에서 대형 홍보용 그림을 살펴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동아>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친한나라당' 신문인 <조선>과 <중앙>이 사설을 통해 경부운하 공약을 재검토하라고 '주문'한 지 일주일이 지나서다.

<조선>과 <중앙>에 이어 한나라당 내에서도 경부운하 공약재검토 주장이 잇달아 제기됐고, 급기야 이한구 한나라당 신임 정책위의장도 '재검토' 입장을 밝힌 뒤에야 은근슬쩍 자신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이렇게 상황 판단이 느려터져서야….

"패자의 공약 포용한 것은 정치사서 드문 일" 추켜세워

<동아>는 29일자 '이명박 박근혜가 만나서 해야 할 일' 제하의 사설을 통해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그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고, 법과 질서를 세우자'는 박근혜씨의 이른바 '줄푸세' 공약을 당의 정책으로 해달라고 요청했다"면서 "경선 이후 오히려 인기가 치솟고 있는 박씨의 지지를 얻기 위한 노력이겠지만, 승자가 패자의 공약까지 포용하겠다는 것은 우리 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일"이라고 추켜세웠다.

이어 "유력 대통령 후보의 공약이 좀 더 충실해진다면 본선에서의 정책 대결도 더 알차게 될 것"이라고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하지만 누가 누구에게 충고를 해야하는 지 모르겠다. <동아>는 그간 '이명박 발 경부운하' 공약에 대해 제대로 된 검증조차 안하지 않았던가. 언론으로서 마땅히 해야할 정책검증에는 눈감고 있다가, 이제와서 '정책대결'을 하라고 충고하다니….

그래서다. 뒤늦게 이런 주장을 한다는 게 낯뜨거울 수도 있다. <동아>는 박근혜 후보의 입을 빌려 경부운하 재검토를 요청했다.

"박씨는 경선 내내 대운하 공약에 문제가 많다고 주장했다. '나라를 생각한다면 철회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이 후보는 박씨의 비판을 경청해 수용할 것은 수용하겠다는 자세를 보여야만 국민의 공감대를 확산시킬 수 있다."

<동아일보> 29일자 사설
<동아일보> 29일자 사설

이명박-박근혜 화해 권장하면서 "경부운하 재검토" 분위기 편승

끝까지 <동아> 자신의 육성은 숨겼다.

"대운하 공약은 이 후보가 오랫동안 준비한, 자신의 분신(分身)과도 같은 공약이다. 그러나 이런 공약까지도 성찰하겠다는 대승적(大乘的) 자세를 보여야 두 사람의 만남이 의미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대운하 공약은 정파(政派)를 떠나 논란의 중심에 있다. 반대한 사람과 의견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소모적인 공방을 줄일 수 있다."

짐짓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의 화해를 권장하면서 경부운하 재검토 분위기에 은근슬쩍 편승한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왜'가 빠져있다. 왜 이명박 후보는 경부운하 공약에 대한 박근혜 후보의 비판을 수용해야 하는가. 경선 기간 내내 이 후보의 얼굴과도 같았던 대표공약 경부운하를 사실상 철회할 것을 촉구하면서, 내세운 이유가 고작 "박씨의 비판을 경청"해야 하기 때문이란다.

우습지 않은가. 이 후보의 '간판 공약'을 내리는 책임을 묻지는 못할망정, 그런 행위를 '대승적 행동' 등으로 미화시키는 작태가 말이다. 이 후보에게 있어서 경부운하는 '경제대통령' 이미지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대표공약이었다. 그걸 가지고 '제2의 국운융성'을 가져올 것이라고 얼마나 떠들어댔던가.

한나라당 내부 경선에서 이 후보에게 지지를 보낸 일부 '표심'에는 경부운하가 당연히 들어가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부운하를 그냥 접으라고? 선거 때마다 정책선거를 들먹이는 <동아>, 낯부끄럽지 않은가.

박근혜 한나라당 예비후보의 최측근인 유승민, 이혜훈 의원은 지난 5월 한반도 대운하를 비판하며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예비후보의 최측근인 유승민, 이혜훈 의원은 지난 5월 한반도 대운하를 비판하며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잠시 흥분했던 <동아닷컴>, 하지만...

참고로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중앙> <조선>이 지난 21일과 22일 사설을 통해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향해 '경부운하 공약 재검토'를 촉구할 때 <동아닷컴>의 톱 기사는 <신동아> 8월호에 실린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였다.

[최초공개] '이명박 운하' 47개 여객·화물터미널 상세 위치도
물류터미널 2개 대구, 항구형 국가공단 구미가 최고 수혜지, 파주·행주·밀양 터미널은 중국·동남아 전진기지 겨냥


이 후보가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로 선출되자, 흥분했던 모양이다.

이와 관련 지난 22일 기자는 '<동아닷컴>은 달랐다' 제하의 기사에서 경부운하와 관련 <조선>과 <중앙>과는 다른 행보를 보인 "<동아>의 내일 사설이 기다려진다"고 갈무리했다. 그런데 일주일 지난 뒤에야 기자가 기다렸던 <동아>의 사설이 나온 셈이다. 그나마 박근혜 후보의 '입'을 빌려서 말이다.
#경부운하#이명박#동아#한반도대운하#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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