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민주당의 희망은 조순형 의원(6선, 서울 성북을)이다. 열린우리당 탈당파인 김한길계 의원 19명이 나가고, 김효석·김홍업 의원, 박광태 광주시장 등이 탈당한 뒤에도 민주당이 자체 틀을 유지한 것은 조 의원이 '민주당 사수'를 내걸고 대선출마를 선언한 영향이 크다. 민주당이 조 의원에게 대선출마를 권유한 것도 그런 이유다.
출마선언 직후 범여권 후보적합도 3위권으로 등장한 힘이 박상천 대표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압박에 '맞장'을 뜰 수 있는 한 배경이 되고 있다.
조 의원도 이런 기대를 바탕으로, "남북정상회담 반대는 민주당의 평화노선에 어긋난다"고 자신을 비판한 DJ에 맞서 "국가원로로서 체통을 지키고 정치개입 발언을 그만둘 때가 됐다"고 적극 맞서고 있다.
29일 오후 여의도의 한 빌딩 앞 마당에서 열린 조 의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은 민주당의 이런 기대를 잘 보여줬다.
박상천 대표를 비롯해 신낙균 대선기획단장, 손봉숙 의원, 김경재·안동선·장재식·신순범·박주선 전 의원, 조 의원의 후원회장인 이시윤 전 감사원장, 이원홍 전 KBS사장 등 4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민주진영의 후보는 반드시 민주당에서 나올 수밖에 없고, 조 후보야말로 새 정치를 이뤄낼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박상천 대표), "의원 9명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조순형 의원 같은 최고의 후보가 있어서 기죽지 않는다"(손봉숙 의원), "정치 10단인 김대중 선생이 마지막에 마음을 조순형 의원에게 돌리려고 수를 쓰는 것"(김경재 전 의원) 등의 덕담과 기대가 쏟아졌다.
"대통령직 품위 회복하겠다"
조 의원의 목소리도 높았다. 그는 "정치인생 25년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이번 민주당 경선과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면서 "대통령의 배신으로 잃어버린 정권을 되찾고, 민주당이 다시 한국정치의 주도정당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5개의 총노선성 공약도 밝혔다.
-대한민국의 근본이 무너지고 있다. 훼손된 대통령직의 품위를 회복하고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을 지켜나가겠다
-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지켜나가겠다
-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호하겠다
- 반시장, 반기업적 정책을 바꾸고 도탄에 빠진 민생경제를 살려내겠다
- 이완된 한미동맹을 재건해 국가안보를 확립하고, 남북화해협력에 이바지 하겠다
조 의원은 또 "당이 정한 모든 경선규칙을 준수해서 공명정대한 경선을 치르고 비방이나 인신공격 없는 선의의 경쟁을 벌이겠다"는 경선의 2가지 원칙도 제시했다.
선거대책본부장은 2004년 3월 민주당 대표였던 조순형 의원과 함께 민주당 원내대표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주도했던 유용태 전 의원이 맡았다.
유 본부장은 이날 개소식에서 탄핵에 대해 "역사적 사명을 다했다"고 평가한 뒤 "4·19때가 '못살겠다 갈아보자'였다면 지금은 '때려잡자 도로열린우리당'이 돼야 한다"면서 "12월 19일에 조순형 대통령을 만들자"고 분위기를 띄웠다.
선거사무소는 지하 1층... 해병대 1일 극기훈련 참가도
조 후보는 애초 비용문제 등으로 의원회관과 지역구 사무실을 캠프로 쓰려했으나, 주변의 요청으로 75평 가량의 사무실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사무실은 국회에서 파천교 건너편에 있는 한 빌딩의 지하 1층에 있다.
조 의원은 선거사무소가 있는 빌딩에 '대한민국 대표양심 클린 조순형'이라는 글과 자신의 얼굴을 담은 대형 펼침막을 내걸었다. 그가 양심적이고 깨끗한 인물이라는 점을 선거운동의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그가 DJ와 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표양심'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DJ가 야당시절 내세웠던 '행동하는 양심'과 대비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그는 30일 대구방문을 시작으로 지역순방에 나서고, 다음달 2일에는 국민에게 하면된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자는 생각에서 당원, 일반지지자들과 함께 김포 해병대의 1일 극기훈련에 참가할 계획이다. 조 의원쪽의 장전형 전 민주당 대변인은 "손학규 전 지사의 100일 민심대장정과 군면제인 이명박 전 시장과 대비시킨다는 생각"이라면서 "민생 100대 현장 방문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발은 순조로운 편이지만 넘어야 할 산들은 만만치 않다. 만 72세라는 연령과 그간의 정치역정 등으로 인해 국민들에게는 대통령 후보라기보다는 쓴소리 잘 하는 깨끗한 의원으로 인식돼 있다. 이날 선거개소식에서 "사무실 개소식을 계기로 지방에도 다니고 활발하게 경선, 대선활동을 벌여달라", "국회도서관에 계실 때가 많은데 지금부터 국회도서관은 제게 맡기고 밖으로 나가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의 '권력의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탄핵주역이라는 점도 여전한 부담이다. 당 내부에서 조차 "한나라당과 큰 차이가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의 강한 보수적인 이미지도 넘어야 한다.
한편, 민주당은 30일부터 이틀 동안 예비후보 등록을 받아 9월 5일에 6명 정도로 후보를 줄인 뒤, 10월 16일에 최종 후보를 선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