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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앞두고 벌초를 하다가 벌에 쏘여 사망하는 사고가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달 20일 전북 장수군에서 50대 남자가 벌초작업을 하다 벌에 쏘여 숨진 데 이어 26일에도 경남 합천에서도 제초작업을 하던 60대가 벌에 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벌에 쏘여 사망하는 피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편 시골 뿐만 아니라 도심에서도 말벌들이 가정집에 벌집을 짓고 있어 119 소방대원들이 벌집 제거를 위해 빈번하게 출동하는 등 벌과 관련된 사건, 사고도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안영대 소방방재청 산하 소방상황실 상황요원은 "벌 피해 신고가 주로 9~10월 등 성묘 기간을 전후로 가장 많이 들어온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고가 유독 이맘때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번식기에 접어든 벌들이 어느 때보다 민감해지는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작년 소방방재청에 접수된 벌 피해 건수만 해도 전국적으로 사망 5명, 부상 516명 등 피해가 많았고, 신고되지 않은 건수까지 합치면 이보다 더 많은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벌독이 얼마나 세면 사람까지 죽이나요?
'벌수염 사나이'로 잘 알려진 벌꿀연구가 안상규(45·경북 칠곡군)씨는 "벌침의 구조를 살펴보면 말벌·땅벌 등은 한 마리의 벌이 목표물을 20~30회 쏠 수 있는 창과 같은 벌침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면서 "20~30마리 말벌의 공격을 받으면 마치 수백 마리의 벌떼에게 공격당한 것과 같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고 말합니다. 꿀벌보다 말벌이나 땅벌의 피해가 큰 이유를 한 마리의 벌이 공격하는 횟수의 차이로 설명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똑같이 벌의 공격을 받아도 증상이 가벼운 사람과 심한 사람이 있습니다.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사람들은 왜 그런 것일까요? 이것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외부에서 들어온 이상 물질을 우리 몸이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외부에서 들어온 물질(항원)은 우리 몸에서 외부 물질을 인식하는 세포(비만세포)가 외부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백혈구 등과 같이 항원과 싸울 수 있는 세포를 불러들이는 물질(히스타민)을 분비해 혈관 속에 돌아다니는 백혈구와 같은 세포들을 불러들입니다.
히스타민이라는 물질은 세동맥을 확장시키고, 혈관 투과성을 증가시키며, 지각 신경을 탈 분극시켜 발적·부종·가려움증 등을 유발시킵니다.
사람들은 난생 처음 벌에 쏘이거나 벌레에 물리게 되면 해당 상처 부위에 발적이 생기는 등 잠시 붓고 열이 나다가 가라 않고, 독액은 체내에서 제거되고 그중 일부 성분에 대해서 다음번 공격에 즉시 반응하는 항체가 생깁니다.
그 뒤 두 번째 쏘였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문제가 없지만, 벌독과 같이 특정 물질에 민감한 사람들(알레르기 과민반응자)은 특정 물질이 몸에 들어오면 과다한 히스타민이 분비되고, 혈관 속의 혈액이 지나치게 빠져나와 혈압이 떨어지고 몸이 붓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부작용이 심한 경우에는 위경련·자궁 수축·설사 등이 동반될 수 있고, 기도가 지나치게 붓게 되면서 기관지가 수축되어 숨이 막히게 됩니다. 이에 따라 호흡 곤란 증세가 발생하여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치명적 결과로 쇼크사(Anaphylactic shock)까지 야기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일반적인 반응보다 과도한 알레르기 반응을 '아나필락시스 반응(Anaphylaxis reactions)'이라고 합니다.
즉, 벌독이 너무 세서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우리 인체의 면역 체계가 벌독에 대해 지나치게 과민반응하기 때문에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항 히스타민제 챙겨서 벌초 가세요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벌에 쏘이더라도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벌에 쏘이면 우선 신용카드와 같은 딱딱한 것으로 벌침이 있는 부위를 살짝 밀어 벌침을 제거하고 스테로이드가 함유된 연고나 항히스타민 제제가 들어있는 물파스 등을 바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벌독에 유독 민감한 사람들이라면 벌에 쏘인 후 신중히 관찰해야만 합니다. 벌독 과민반응에 대한 치료법은 약물치료·면역치료·회피치료 세 가지가 있습니다. 이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원인이 되는 물질을 회피하는 회피치료지만, 언제 어디서 벌에 쏘일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는 벌을 회피하는 것이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벌독에 민감한 사람들을 찾아내는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조유숙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 내과 교수는 "과거 벌에 처음 쏘였을 때 비교적 심한 증상이 있었다면 다음번 벌에 쏘일 때 아나필락시스 반응이 일어날 가능성이 일반인들보다 높아진다"며 "과거 심한 반응이 있었다면 피부반응검사와 같은 벌독 알레르기에 대한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이어 조 교수는 "벌독 알레르기가 있으면 벌이 많은 지역을 가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며 "만약 불가피하게 성묘 등 벌들이 많은 장소를 가야 한다면 반드시 병원에서 에피네프린 주사와 항히스타민제와 같은 비상 응급약을 미리 처방받아 소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성묘철에 자주 발생하는 벌독 알레르기 사고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 | "벌초 갈 때는 노란 옷 입지 마세요" | | | [인터뷰] '벌수염 사나이' 안상규씨가 말하는 벌 피해 줄이는 방법 | | | |
| | | ▲ 벌꿀연구가 안상규씨 | ⓒ안상규 | 기네스북에도 오른 '벌수염 사나이' 벌꿀연구가 안상규씨에게 벌에 쏘이지 않기 위한 방법과 피해를 줄이는 방법 등을 물었습니다. 다음은 안씨와 나눈 일문일답입니다.
- 성묘 철이나 일상생활 중 벌에 쏘이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현재는 대부분 예취기로 벌초를 하므로 예취기의 진동과 소음으로 인하여 상당수의 벌떼가 출현하고 난 다음 인지하게 되어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벌떼의 습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벌초하고자 하는 장소에 긴 막대기를 이용하여 벌집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사전점검만으로도 벌로 인한 피해를 80~90% 예방할 수 있습니다.
또 성묘나 등산할 때는 밝은 옷(노랑·흰색)을 피하여야 하며 향수·스프레이·화장 등 강한 냄새를 유발하는 물질도 피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성묘를 하고 난 이후 막걸리· 과일 등을 주변에 방치하면 벌들을 유인하는 효과가 있으므로 가급적 자제해야 합니다."
- 실수로 벌집을 건드렸을 경우 최소한의 피해를 입기 위한 대처법은 무엇인가요?
"먼저 당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습격을 받을 때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옷이나 수건을 흔들거나 소리를 지르는데, 이러한 행위는 벌떼를 더욱 자극하고 벌들로 하여금 목표물의 위치를 정확히 알려주므로 절대 하지 말아야 합니다.
벌의 비행속도는 시속 40~50㎞나 되므로 뛰어서 도망가기보다는 벌들의 습격을 받을 시 현장에서 20~30m를 신속히 떨어져 주변보다 낮고 그늘진 곳에서 자세를 낮춘다면 목표물을 찾지 못한 벌떼들이 공격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 왜 꿀벌보다 말벌이나 땅벌에 의한 피해가 더 큰가요?
"벌침의 구조를 먼저 살펴보면 말벌·땅벌 등은 한 마리의 벌이 목표물을 20~30회 쏠 수 있는 창과 같은 벌침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공격을 당하는 사람은 20~30마리의 말벌의 공격을 받으면 마치 수백 마리의 벌떼에게 공격당한 것과 같은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그에 반해 꿀벌은 벌침 끝이 갈고리처럼 되어있어 일단 목표물에 박히게 되면 빠지지 않고 벌로부터 분리된 벌독 주머니와 함께 계속적으로 펌핑 작업을 하여 독액을 전량 공격 대상에게 주입하게 됩니다. 그 시간은 2~3분 이내가 됩니다. 이때, 장기의 일부가 빠지면서 10~20시간 내에 꿀벌은 사망하게 됩니다.
사람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은 장수말벌로 큰 것은 길이가 4~5㎝로 꿀벌의 20~30배가 됩니다. 성격은 포악하고 움직이는 물체에는 민감히 반응하며 공격성이 매우 강합니다."
- 요즘 시골뿐만 아니고 도시에서도 처마 밑에 벌집을 짓고 있는 벌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모든 벌 종류들은 도시나 시골 바위 밑이나 건물의 처마 밑 등을 가리지 않고 자신들이 비와 햇볕을 피하고 으슥한 곳이면 여건을 가리지 않고 집을 짓습니다. 또 모든 벌들은 주광성으로서 낮에는 활동하고 밤에는 귀소본능에 의하여 벌집으로 모두 돌아옵니다.
이러한 습성을 이용하여 해가 져서 약간 어두울 때 출입구를 향하여 살충제를 1~2분 뿌려주면 약 5분 후 모든 벌들을 박멸하게 되는데 많은 곤충 중 벌 종류들이 특별히 살충제에 약한 경향을 보입니다.
물론 밝은 낮에 섣불리 실시하는 것은 외부에 나가있는 벌들을 완전히 제거할 수 없고 돌아오는 벌들에게 공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벌집을 향하여 모래, 물을 뿌리는 행위는 벌집을 제거할 수도 없거니와 상당히 위험한 행위입니다. 하지만 이를 처리할 수 없다고 생각된다면 119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 벌들의 공격력은 꿀의 수확량과 반비례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올해는 벌들의 공격성이 예년에 비해 어떨지 알 수 있습니까?
"벌들의 공격력은 꿀의 수확량과는 관계가 없습니다. 다만 습도·기온 등 활동 당일의 외부 날씨와 연관이 높습니다. 참고로 벌 종류들은 습도가 높고 기압이 낮은 날에 민감한 반응을 보입니다. 지금까지의 표본조사에 의하면 말벌, 땅벌 등 공격성이 강한 무리의 번식이 예년에 비하여 20~30% 증가한 현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 엄두영 | | | | |
덧붙이는 글 | 엄두영 기자는 현재 경북 의성군의 작은 보건지소에서 동네 어르신들을 진료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입니다. 많은 독자들과 '뉴스 속의 건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