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첫 대선을 앞둔 대학생의 선택은 무엇일까요? 일부에서는 대학생의 보수화를 말하며 예전과 달라진 세태를 말합니다. 진보 성향의 싱크탱크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원장 손석춘)에서는 대학생운동 위기의 원인을 90년대 중반 이후 몰아닥친 '대학의 신자유주의화'에서 찾고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시대 대학생의 현주소와 학생 운동의 대안을 모색하는 새사연 기획기사를 5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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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가 우리 사회에 들어오면서 '고비용·저효율'의 사회구조를 '저비용·고효율'의 사회구조로 바꾼다는 명분이 제시되었다. 과연 그럴까?
물론 기업의 입장에서는 그랬다. 명퇴·정리해고·임금 삭감을 통해 비용을 절약했다. 근로시간 연장과 노동 강도를 높여 효율도 높였다. 적은 비용으로도 엄청난 수익을 남겼으니 저비용·고효율이라 할만 했다.
그러나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대부분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신자유주의를 통해 엄청난 비용(근로시간)을 투입하고도 효율은 제로(명퇴·정리해고)였던 것이다.
이런 문제는 대학생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었다. 대학의 신자유주의화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엄청난 교육비용'을 요구했다. 그런데 이런 비용투입이 기대하는 만큼의 '효율'을 산출했을까?
수익자부담 원칙, 배우는 사람이 감당하라?
대학 신자유주의화의 주목할 만한 특징은 수익자 부담 원칙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교육에 시장 개념을 도입하여, 교육이란 상품의 수익자가 교육비용을 감당해야 한다는 논리다. 국가는 먼저 대학에게 재정부담의 책임을 넘겼다. 국가는 대학교육까지 책임질 여력이 없으니 각 대학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대학평가를 통해 등수를 매겨 서열화시키는 현실에서 대학교육 환경을 향상시켜야 하는 대학이 어디서 재정을 마련했을까? 가장 손쉬운 해답은 등록금 인상이다. 대학은 국가로부터 넘겨받은 재정 부담을 학생들에게 그대로 '토스'해 버린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일시적으로 등록금 인상을 자제하던 교육부는 국립대 민영화·법인화를 위한 사전 작업으로 국립대의 수익사업을 보장하는 대신 재정 자립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했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정부당국은 2000년 이후 물가인상률을 큰 폭으로 뛰어넘는 국립대 등록금 인상을 단행했다. 특히 전도시가구 월평균소득 증감률이 외환위기 직후 마이너스대로 추락했는데도, 2000년 이후 대학등록금은 높은 비율로 인상되고 있어 저소득층의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전 도시가구 월평균소득 증가율보다 등록금 인상률이 더 높다는 것은 누적된 인상분에 대한 가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월평균소득도 증가하고 있지만 사회양극화로 인한 내부의 소득격차가 계속 확대되고 있어 저소득층이 느끼는 등록금 부담은 지표에서 확인되는 것보다 훨씬 크다.
전국 가구의 경우 소득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의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배율은 2003년 7.23, 2004년 7.35, 2005년 7.56으로 계속 상승하다 2006년 7.64를 기록해 통계작성 이후 최대를 기록했고, 2007년 1분기에는 8.40까지 올라갔다. 지니계수 또한 2003년 0.341, 2004년 0.344, 2005년 0.348로 확대되다가 2006년 0.351을 기록해 역시 통계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전도시가구 월평균소득은 정기적으로 월급을 받는 근로자 가구를 기준으로 한다. 그러나 경제적 어려움은 근로자보다는 자영자와 영세사업자들이 더 많이 느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저소득층이 느끼는 등록금 부담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자율화인가 교육책임 방기인가
95년부터 본격화된 신자유주의적 교육패러다임은 국립대 법인화(민영화) 방침으로 구체화되어 기존의 일반회계(국고지원)와 기성회계(대학 자율회계)를 통합시키고 각 대학의 수익사업을 보장하여 국고지원의 축소분을 메우게 하려는 특별회계법을 추진하고 있다.
등록금 책정은 1992년 국·공·사립 모든 대학이 학부와 대학원의 등록금을 자율적으로 책정하도록 했으나 그동안 물가 인상과 교육의 공공적 성격을 이유로 재정경제부와 교육인적자원부가 관여해 왔다. 그러나 이마저도 2003년 '학교수업료 및 입학금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등록금 책정권을 교육부장관에서 각 대학의 총장에게 완전 이관했다.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 방기는 OECD 평균과 비교해 보더라도 심각한 수준이다. 정부는 고등교육으로 이동할수록 정부부담을 줄이는 대신 민간 부담을 확대시켜 왔다. OECD 평균 고등교육재정이 GDP 대비 1.1% 수준인 반면, 우리는 2005년에 0.3%, 2006년에 0.6%에 머물고 있다.
그나마 이 정도 수준의 재정도 BK21 등의 사업을 통해 소수 대학, 특정 과에게 '몰아주기'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어 대학 간 경쟁을 부추기고 있고, 이는 다시 무리한 구조조정과 등록금 인상을 유도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대학 간 경쟁체제에 돌입한 국립대는 전체 예산에서 대학이 자율적으로 책정 가능한 기성회비의 비중을 2000년 37.48%에서 2005년 41.18% 크게 증가시키고 있으며, 2005년 현재 43개 국립대의 기성회계 수입 중 11.05%에 해당하는 1653억 원을 이월액으로 처리했다.
이는 대학 자체수입(기성회계)에 따라 국고지원을 차등화하여 국립대 법인화를 가속화시키려는 교육부의 의도에 맞추어 각 대학이 예산은 크게 늘려 잡고 집행은 줄이는 식의 보수적 예산편성을 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과 학부모에게 전가되고 있다. 특히 재학생들의 반발을 우려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신입생들에게 과중한 인상률을 차등 적용함으로써 큰 폭의 등록금 인상을 계속하고 있다.
사립대 또한 대학 재정구조에서 등록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2001년 70.1퍼센트에서 2005년 76.9%로 점차 확대됐다. 이렇게 확충된 재정은 학생들에게 쓰이기보다는 주로 사용계획이 모호한 적립금으로 누적되고 있다. 2005년 현재 사립대학(4년제, 2년제)의 적립금 누계 총액은 5조 7577억 원에 이른다.
등록금에 더하여 사교육비 부담까지
그러나 대학생들의 부담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등록금의 폭발적 증가에도 사교육비 부담은 오히려 늘고 있다.
사교육비는 공공회계 절차를 거치지 않고 개인적으로 지출되는 경비이기 때문에 통계를 내기 곤란하지만 천세영·이석렬·이선호(2004)가 2003년에 29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대학생은 등록금과 교재비·주거생활비를 제외하고 월평균 38만 원의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
이는 높은 등록금에도 과거와 달리 정규교육 이외에 추가 교육이 더 필요해졌음을 의미하며, 교육의 질적인 측면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더구나 가계월평균소득이 400만 원 이상인 대학생은 월 평균 4만9302원의 학원비를 지출하지만 가계월평균소득이 200만 원 미만인 대학생은 5분의 1수준인 9167원을 학원비로 지출하고 있다. 저소득층은 사교육을 통해서도 공정한 경쟁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돈 없으면 꿔서 내라! '젊은' 신용불량자 양산
대학진학률이 82.1퍼센트에 이르면서 '평범'해진 대학생들의 현실은 끊임없이 오르는 등록금과 토익·토플 등 사교육비 부담으로 인해 '특별'했던 시기보다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06년 2학기에만 32만2897명의 학생이 학자금과 생활비 등을 신청해 약 80%인 25만8439명이 대출 혜택을 받았다.
<연합뉴스>가 보도한 대출학생 가족의 경제능력을 보면 연평균 소득이 1981만6900원 수준인 3분위 이하가 54.2%를 차지하고 있고, 대출학생의 부모가 은행이나 신용카드사로부터 빌린 돈을 갚지 못하거나 카드대금을 연체한 '신용유의자'는 26.6%에 이른다.
온라인 리쿠르팅 업체인 '잡코리아'가 대학생 159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 현실을 보여준다. 대학생의 35.6%가 빚을 지고 있고, 이들이 갚아야 할 대출금액은 평균 558만원에 이르며, 졸업을 앞둔 4학년의 평균 부채는 640만원으로 조사됐다. 또한 대출 금액이 1000만 원 이상인 학생도 무려 17.6%나 됐다.
대출 이유의 88퍼센트는 등록금 때문이다. 2005년 8월에는 정부에 학자금 대출을 신청한 15만6000여명의 대학생 중 1456명이 신용불량으로 접수가 거절됐다. 이중 304명은 대학 1학년생으로, 이들은 성년이 되자마자 신용불량 상태에 빠진 것이다.
등록금을 구하기 위해 동생과 함께 초등학생을 납치해 몸값을 요구하다 경찰에 잡힌 대학생 이야기나 대학에 입학한 딸의 등록금을 구하지 못해 목을 매 자살한 어머니의 이야기는 이제 낯선 것이 아니다.
고비용·저효율의 대학생
대학입학과 동시에 원하는 과에 가기 위해 치열한 내부경쟁을 치러야 하고, 치솟는 등록금을 감당하기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와 대출에 매달리며 휴학과 복학을 되풀이해야 하는 오늘날 대학생이 치러야 할 비용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그나마 대학생의 주된 수입원이었던 '과외 아르바이트'도 대학진학률이 82.1퍼센트에 이르는 현실에서 이른바 '명문대'가 독점하고 있다. 오늘날 대학생들은 입시의 해방감을 만끽하기도 전에 막강한 자본의 힘부터 처절하게 체험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쟁 같은' 등록금 납부로 겨우 졸업장을 받아든 대학생들의 앞날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대학의 신자유주의화 기획기사 3편인 청년실업 문제에서 이를 살펴보자.
[연재 기사 순서]
① 대학사회를 강타한 신자유주의와 학부제
② 등록금 인상, 상한선이 없다
③ 힘들게 졸업하면 청년 실업자?
④ 좋은 대학가야 잘산다? 잘살아야 좋은 대학 간다!
⑤ 버릴 수 없는 희망, 대학생운동의 부활을 위하여
덧붙이는 글 | * 손우정 기자는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상임연구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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