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정국에서 빼놀 수 없는 언론의 역할 중 하나가 '인터뷰'다. 후보와 언론은 인터뷰를 통하여 공생관계를 유지할 수 있고, 국민들은 그들 사이에 이루어진 인터뷰를 통하여 지지 후보를 선택할 정보를 얻기도 한다. 언론을 통하여 보도되는 모든 내용들이 조금은 '편집'된 것이지만 인터뷰는 서로 질문과 답변이라는 사전 약속이 더 강하다. 또 인터뷰가 이루어지는 공간은 바깥보다는 안에서 많이 이루어진다. 이런 인터뷰의 요건을 조금은 뛰어넘는 프로그램이 있으니 KBS1의 <단박인터뷰>(이하 단박)이다. 매주 화, 수, 목 밤 10시 45분부터 15분 정도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단박>은 자신들을 이렇게 표현했다. "<단박인터뷰>는 뜨거운 이슈의 인물을 찾아 현장으로 발 빠르게 달려갑니다." 일반적인 인터뷰 공간이 '안'이라면 그들은 현장을 찾아 나선다. 현장에서 이슈가 되는 사람들을 직접 찾아가기 때문에 인터뷰 대상자는 불편할 수 있다. 불쾌함이 들 수 있는 것이다. <단박>이 재미있는 것 중 하나는 마지막에 '애창곡'을 부르게 한다. 시청자들에게 딱딱함이 아니라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의 애창곡을 직접 들려주는 배려까지 한다. 이런 <단박>이 <오마이뉴스>보다 선수를 쳤다. 8월 23일부터 <오마이뉴스>의 핵심인물로 떠오른 '문국현' 후보를 인터뷰했다. 문국현 후보가 이명박 후보와 자신을 비교하면서 한 말 중에 가장 감동적인 말은 이것이다.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것은 70,80년대 콘크리트 경제가 아니라 국민에게 자긍심과 지식을 불어넣는 소위 '영혼이 있는 경제'다. 국민과 함께 그것을 실현하겠다." (2007.8.21 방영분) 한 문장이지만 '영혼이 있는 경제'라는 표현은 국민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 지금까지 경제를 '영혼'과 연결시켜 말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영혼과 경제가 한 묶음으로 이해될 수 없었다. 이런 표현은 이명박 후보와 분명 다른 생각을 가진 CEO출신임을 각인시켜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인터뷰가 경제에 국한되어, 남북관계에서의 핵문제, 한미관계 중심의 외교 등에 대통령으로 가져야 할 제반 조건과 능력, 비전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없었던 것은 안타까웠다. 경찰총장 퇴진을 요구한 황운하 총경의 징계위원회가 열린 8월 29일 <단박>은 그를 인터뷰했다. 2시간동안 진행된 징계위원회를 마치고 나온 황운하 총경과 승합차 안에서 인터뷰하는 장면은 신선했다. 경찰청 내부 자유발언대에 올린 황 총경의 글에 대해 취재진이 "과거 몇 번의 전력을 볼 때, 너무 돌출행동을 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황 총경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경찰 조직 내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에 정당한 일을 한 것" 이라며 지금도 그 당시에 글을 올린 것에 대해 소신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 인해 경찰 조직내부의 문제가 정치권으로 옮겨지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지금도 잘 하고 있지만 더 투명한 행정과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운하 총경은 자주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주장했던 사람이다. 경찰이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을 가졌다고 했다. 황 총경의 주장에 사람들은 지지하기도 했다. 경찰이 수사권을 행사하려면 경찰 스스로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의지가 있어야 하고, 외부 압력에 굴복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사건에서 보여준 경찰의 행태는 문제가 많았고, 평소 수사권독립을 주장했던 황 총경은 경찰총장의 퇴진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단박> 내내 황 총경의 발언은 '경찰 내부', '조직'이라는 표현을 썼다. 경찰이 외부 압력에 굴복하지 않는 조직이 되고자 하는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조직이 우선이 아니라 국민이 우선이다. 수사권 독립도 국민을 위해서야 한다. 진행자인 김영선 PD도 경찰 내부와 조직을 위한 개혁과 징계, 퇴진이 아니라 국민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질문을 시도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하지만 <단박>은 재미있다. 이슈가 있는 곳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사무실 안에만 머무는 인터뷰가 아니라 먼저 찾아가고 이슈를 만드는 사람을 찾아가서 만나고, 묻고, 얼굴을 붉히면서도 시청자들이 원하는 인터뷰를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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