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부길라(임성한 작가의 특이한 작명법이 제대로 효과를 보는 이름 중의 하나) 나이: 30 거주지: 서울 아현동 직업: 인천지검 강력부 검사 잘 하는 말 : 수석님, 우리 수석님 좌우명 : 사랑에는 나이와 상관없다! 좋아하는 배우: 수잔 세러든과 팀 로빈스 , 데미 무어와 에쉬튼 커쳐
부길라(김민성 분). 이름 한 번 독특해 한 번 들으면 절대 잊어먹지 않을 듯싶다. 특이사항이 있다면 그의 조카 이름은 ‘부영아’ 언뜻 들으면 ‘부엉이’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다. 이처럼 제대로 특이한 이름이 등장하는 드라마는 다름 아닌 <아현동 마님>. 임성한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어지간하면 흔한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 듯싶다. 그런데 정작 출연하는 배우들을 보면 그가 선호하는 인물들이 비슷해서 혼동을 일으킬 정도다. 그러한 면에서 사실상 부길라를 연기하는 김민성은 <인어아가씨>에 출연한 김성민과 이미지가 겹친다. 호남형이지만 약간 느끼해 보이는 외모에 이목구비가 뚜렷하다는 점에서 말이다. 대한민국 대표 1등 신랑감 어쩌면 둘의 캐릭터가 비슷해서 일지도 모른다. 부길라는 성품이 따뜻하고, 자상한 남편감이 될 수 있는 기질을 지녔으며, 학벌, 직업, 집안의 배경 등 나무랄 데가 없는 대한민국 대표 1등 신랑감이다. 그런데 <인어아가씨>, <하늘이시여>에서 모두 남자 주인공은 이러한 캐릭터였다.
그래서 혼동이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하튼 이러한 혼동을 뒤로 한다고 해도 참 임성한 작가 좋아하는 남성상의 모습이 몇 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다. 일단, 임성한 작가가 추구하는 남성상은 앞서 언급한 듯 대한민국 대표 1등 신랑감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나쁜 남자다. 사실상 여자는 어느 정도 나쁜 남자를 좋아하는 것이 속설이라고 하는데, 영 다르다. 그와 정반대로 정직하고 따뜻하면서 자신의 여자에게 최대한 잘 해주는 남자. 그런 남자를 그린다. 그래서 <아현동 마님>에서 부길라도 극 초반부터 따뜻한 품성을 지녔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자 그러한 모습을 그리기 위해 노력했다. 가령, 극중에서 수석인 백시향(왕희지 분)을 깍듯하게 대하면서도 배려하는 모습이 줄곧 등장한다. 예를 들어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는 백시향을 위해 검사들이 다 함께 하는 식사에서 1주일에 한 번은 밀가루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우긴다. 거기에 여자는 늦은 밤에 집에 혼자 가면 절대 안 된다고 교육을 받고 자라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백시향이 있는 곳에서 운전사 노릇을 하러 달려간다. 그뿐이 아니다. 자신을 짝사랑하는 연지(고나은 분)에게도 마음은 없지만 반듯하게 예의를 차릴 정도다. 그러니 얼마나 여성들의 마음을 자극하겠는가? 심하게 배려하면서 젠틀한 부길라. 그런데 현실에서 저런 남자들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성품도 완벽한 그가 거기에 대한민국이 좋아하는 ‘사’자 들어가는 직업을 가졌다. 바로 정직한 검사다. 물론 이제 갓 들어온 신입이지만 촉망받는 인재로 집에서도, 검찰청에서도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여기에 집안도 건물을 두 개나 가지고 있는 재력가다. 형은 의사로 경제력에서도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다. 남성스러움과 모성본능을 일으키는 이 남자 그런데 문제는 이 남자, 과연 현실에서 존재한다면 인기 있을까? 아마도 너무나 완벽해서 여자들이 거부감을 느낄 듯싶다. 아마도 대부분 '여자 있겠지'하고 넘어갈 것 같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그러한 모든 여성을 뒤로 하고 자신보다 12살이 많은 백시향이 좋단다.
당연히 집안에서는 기함을 토해낼 것이다. 어디 하나 나무랄 데 없는 아들이 12살 많은 연상을 좋아한다니, 어느 집안에서 그것을 찬성할까? 거기에 12살 많은 백시향. 어렵사리 그를 거부하면서도 저돌적인 부길라의 대시에 은근슬쩍 호감을 표시하고 따라가는 모습을 보인다. 그게 모두 다 적극적인 대시를 하는 부길라 때문이다. 모든 것이 완벽한 그가 이제 여자를 한 번에 휘어잡을 수 있는 남자다운 면모까지 갖춘 셈이다. 자신이 연수를 간 후 계속해서 백시향에게 마음을 이끌리면서 스스로 연애를 결심하는 남성다움을 보인다. 그리고 백시향에서 저돌적으로 대시를 시작하는 부길라다. 여기에 저돌적으로 대시하는 한편 모성본능을 자극한다. "한 번만 안아주세요!"라고 떼를 쓰며 백시향을 당황스럽게 만들지만 그녀는 이내 모성본능을 발휘해 그녀를 안아준다. 이 남자 와모, 직업, 경제력만 완벽할 줄 알았더니, 이 남자 여자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연애 백단이다. 사실상 연상이 연하에게 빠지는 것 자체가 어느 정도 모성본능을 일으키는 것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부길라인 듯싶다. 그리고 그 뒤로 사랑을 확인한 후, 백시향에게 마음을 전한 후 굉장히 단호하다. 그리고 결혼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구상까지 하고, 집에서 허락할 수 있도록 자신의 편까지 만드는 치밀함까지 보인다.
완벽한 인조인간같은 부길라 그런 이 남자를 분명 드라마 속에서 백시향은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헌데 이 남자 어느 구석하나 빈틈이 없어 매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분명 드라마 속에서는 매력적으로 그려지고 있으며, 임성한 작가도 시청자들이 좋아하길 바라며 그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헌데, 분명 시청자들은 이 완벽한 남자에게 끌리지 않을 것 같다. 인간이란 자체가 완벽하지 않은데, 부길라는 너무나도 완벽하니, 정이 붙을래야 붙을 수 없을 것 같다. 생각해 보면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완벽하지만 어느 일정한 부분에서 모자란 부분이 있다. 그리고 그러한 완벽하지 않은 인물에 시청자들은 매력을 느끼게 된다. 가령,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한결(공유)이 매력적인 이유는 재벌 2세에 멋진 외모를 가진 남자지만 모성 본능을 자극하는 출생의 비밀이 있고, 다혈적이지만 다정다감한 면모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길라는 어느 것 하나 빠짐이 없는 남자다. 상대 백시향도 그러한 면에서는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40대의 나이에 연애를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때문에 부길라는 현실에서 존재하지 않는 어디까지나 가상적인 인물로 여겨진다. 그래서 완벽하고 멋진 남자지만 끌리지 않고 호감을 느낄 수 없다. 비록 본인은 사랑에 나이는 상관이 없다지만 현실을 무시하는 모습 또한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다. 마치 인조인간 같은 꿈에서나 만나 볼 수 있는 그야말로 ‘백마 탄 왕자님’ 부길라. 이 남자 어찌할까? 임성한 작가는 이러한 점을 생각해 볼 때 부길라의 캐릭터를 재고할 필요성이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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