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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31일 오전 당 소속 국회의원 및 원내외 당협위원장, 사무처 직원 200여명과 함께 지리산에 올라 대선 승리를 결의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는 31일 오전 당 소속 국회의원 및 원내외 당협위원장, 사무처 직원 200여명과 함께 지리산에 올라 대선 승리를 결의했다. ⓒ 박정호

“나는 그게 참 신기하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토로다. 그가 ‘참 신기’하게 느낀 것은 무엇일까. 젊은 기자들의 기사다. <미디어오늘>이 전한 발언 전문은 다음과 같다.


 “저렇게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면서 기사는 왜 그렇게 나오는지 모르겠다. 기자들의 표정을 보면 참 좋아 보이는데 기사가 나오는 걸 보면 이상하다. 어쩌면 그렇게 기사와 표정이 다른지… 나는 그게 참 신기하다.”


지리산에서 열린 한나라당 연찬회 일정이 끝난 뒤 노래방이 그 무대였다. 노래가 이어지던 사이에 이 후보가 한 일간지의 여성 기자를 겨냥해 던진 말이다. 이 후보가 지명한 기자는 바로 그날 자 신문 1면에 “이번 대선 대결은 친북좌파-보수우파” 제하의 기사를 썼다. 물론, 이 후보는 뒤늦게 “농담”이라며 “기자들이 한나라당을 제대로 평가해주기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다. 술자리에서 벌어진 삽화쯤으로 볼 수도 있겠다. 이 후보의 언론특보가 해명했듯이 “해당 기자가 노래를 잘 한다는 것을 농담조로 이야기 한 것일 뿐 어떤 의미도 없다”고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노래 실력이나 진담 섞인 농담에 있지 않다. 이 후보가 12월 대선을 ‘친북좌파 대 보수우파’라고 한 발언에 전혀 자성이 없는 데 있다.


이 후보가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친북좌파 대 보수우파’ 발언을 했을 때, 그의 참모들은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 했다. ‘당의 화합’을 이야기하다가 불쑥 나온 일종의 말실수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진의가 잘못 전달됐다”는 자문교수의 두남두는 말도 보도됐다.

 

이명박의 정체를 명확히 짚어야


그래서일까. 그의 발언을 대다수 언론이 더는 문제 삼지 않았다. 하지만 지리산에서 기사를 쓴 기자를 겨냥한 ‘농담’은 ‘친북좌파’ 발언에 사과는커녕 아무런 성찰도 없는 이명박의 진심을 극명하게 드러내주었다.


그래서다. 이명박 후보의 정체를 명확하게 짚을 필요가 있다. 그가 문제의 발언을 미국 대사와 만나 한 사실이 중요하다. 그는 “여권은 민족공조로 남북관계를 중요시하고, 우리는 남북 관계도 중요시하지만 우호적 관계인 나라와의 국제 협력도 중요시한다”고 덧붙였다.  남북정상회담에도 부정적 발언을 서슴지않았다.


어떤가. 조지 부시에게 보내는 명백한 추파 아닌가. 재벌 총수 앞에 ‘아부’로 살아왔을 그의 일생이 겹쳐지는 것은 과연 지나친 상상일까. 그가 버시바우 앞에 가서 한 발언은 미국에게 어떤 ‘신호’일까를 조금만 짚어보면, 그 발언을 비판적으로 쓴 기자에게 저들의 ‘해명’대로 ‘분위기 좋았던 여흥’자리에서 굳이 ‘불만’을 표출하는 모습을 주목하면, 우리는 이명박의 정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그 발언이 실언이 아니었고 사과할 뜻도 전혀 없는 게 분명해진 오늘 명토박아둔다. 다음 대통령 자리에 성큼 다가선 이명박은 반민족적 사대주의자다. 게다가 신자유주의로 치닫는 노무현 정권이 ‘좌파’라면, 대체 그의 실체는 무엇일까. 케케묵은 색깔공세를 늘어놓는 반민주적 정치인에 지나지 않는다.


기실 이명박의 ‘친북좌파 대 보수우파’ 발언은 그가 한나라당 후보가 되었을 때, 이미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주문한 요구였다.


그래서다. 이명박 후보에게 묻고싶다. 미국 대사를 만나 한미FTA 강행세력을 ‘친북좌파’로 몰면서, 북미대화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판에 핵 폐기를 경제협력의 조건으로 강조하면서, 그 발언이 논란을 빚자 부끄러워할 섟에 얼버무리거나 되레 기자에게 ‘농담 경고’를 하면서, 어떻게 스스로 ‘중도주의자’를 자처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한나라당 이미지가 무조건 보수 꼴통일 것이라 생각하지 말라”라고 할 수 있는가. 어떻게 “내 철학은 실용”이라고 할 수 있는가.


나는 그게 참 신기하다.


#고정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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