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순이 언니 이후 끊임없이 노처녀들이 등장하고 있다. 드라마 속 여성 주인공들이 꽃다운 나이가 아닌 서른을 훌쩍 넘은 이들이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라는 말도 있는데 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보면 그렇지도 않다. 그렇다면, 삼순이(김선아) 언니가 왜 안방극장을 강타한 것일까? 뚱뚱하고 잘난 거 하나 없으며, 연애 복도 지지리 없는 언니인데, 말이다. 아마도 노처녀들의 애환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대한민국이란 이 땅 위에 살아가는 모든 노처녀들의 심정을 거친 입담으로 삼순이 언니가 일갈한 것이 시쳇말로 먹혔으리라. 그렇다면 요즘 언니들은? 정말 서른을 훌쩍 너머 말 그대로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절감할 정도로 현실은 궁색하고, 주름은 늘어만 간다. 그러면서도 연애에 있어서는 사랑을 좇은 난희(수애-MBC 드라마 '9회말 투아웃') 언니 혹은 돈을 좇는 수정(엄정화-SBS 드라마 '칼잡이 오수정') 언니들뿐이다. 물론 막돼먹은 현실에서 고군분투하는 영애(김현숙-tvN '막돼먹은 영애씨') 언니도 있다. 그런데 이 언니들 과연 현실의 노처녀들의 마음을 얼마나 헤아려줄까? 영애 언니를 제외한다면 난희 언니와 수정 언니는 오히려 현실 속 노처녀들에게 헛된 꿈만 심어주고 있는 듯하다. 물론 삼순이 언니도 재벌 2세와 사랑에 골인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언니들, 정신차려~ 제발! 생각해 보자. 수정 언니는 돈을 좇으며 사랑보다 조건이다. 물론 어느 정도 현실과 부합한. 헌데, 아무리 조건을 따지는 현실 속 여성들도 결혼식장을 두 번이나 뛰쳐나오지는 않는다. 그것도 너무나도 얼토당토 안 한 이유로 문을 박찬 수정 언니. 더욱이 당당하다. 수정 언니 없으면 죽는 다는 만수(오지호)에게 "죽어!"라고 외치는 수정 언니. 가정환경으로 인해 일찍이 이해타산에 눈이 밝았다고 해도 그건 아니라 생각한다. 거기에 그러한 계산을 할 거면 완벽하게 해야 하는데, 이 언니, '헛똑똑이'다. 그래서 늘 맨땅에 헤딩하는 수준이고, 결국 구제하는 남자는 자신이 버린 남자다. 그런데 그 만수가 유명한 프로골퍼가 되어 왔으니, 결국 눈물의 결혼식을 올리며 해피엔딩! 거기에 참사랑에 눈을 떴다는 수정 언니. 제발 참아주길 바란다. 그 나이에 참사랑에 눈을 뜬다는 설정 너무 진부하다. 사실 참사랑 눈에 뜨고 매달려 보기도 하고, 쓴웃음 지으며 쿨하게 헤어져보기도 하면서 '결혼과 연애는 별개야'라고 느끼는 노처녀들이 대부분인데, 수정 언니는 역행하고 있다. 그리고 따져보면 도대체 자신의 힘을 일구어 놓은 것이 무엇이냔 말이다. 결국 신데렐라 아니냔 말이다. 적어도 삼순이 언니는 빵가게 친언니랑 동업해서 자립했고, 사랑은 별개로 그려졌다.
그렇다면 난희 언니는? 지금 공모전에 출품해서 결과를 기다리고, 사랑의 감정을 확인한 형태(이정진)의 옛 여자친구의 등장으로 꿋꿋하게 참아내고 있다. 그런데 언제 원고를 썼을까? 난희 언니 얼마 전까지 정주(이태성)와 사랑과 이별을 겪으며 정신이 없었고, 이어서 형태와 연애모드 돌입하면서 또 한 번 휘말리고, 거기에 직장에서는 모처럼 대박내겠다고 으샤으샤 해서 책 출간했는데, 시간이 있었을까? 적어도 삼순이 언니처럼 일에서 성공하는 노처녀를 그리고 싶었다면 조율을 잘 해야 하지 않을까? 초반에만 잠깐 공모전 이야기 나오더니 줄곧 사랑이야기 다루다가 종영 무렵 느닷없이 공모전에 출품했다. 난희 언니가 원더우먼도 아니고. 삼순이 언니 뛰어 넘으려면 좀 더 디테일하게 그려냈어야 한다. 헌데, 수정 언니나 난희 언니 모두 폼만 잡고 결국 서른 나이에 여전히 연애 한 번 제대로 못하는 사람일 뿐, 이 시대의 노처녀들의 애환은 어디에 살아 있단 말이냐? 언니들 정신차려줘. 스무네 살 은찬양에게 한수 배우는 것이 어떨지 차라리 서른 나이에 여전히 꿈도, 사랑도 이루지 못하고 남자에 기댈 것이라면 은찬(윤은혜-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양에게 한 수 배워야 할 것 같다. 스무네살의 은찬양. 근로청년으로 불릴 만큼 선머슴처럼 살아가는 한 가정의 가장 역할을 하고 있다.
아침에는 우유배달, 점심 오후에는 태권도 사범, 저녁에는 야식배달까지. 시간표 그려놓고 보면 은찬양 원더우먼이다. 여기에 태권도 사범이 되겠다는 야심찬 꿈까지. 무지 야무지다. 여기에 비하면 돈돈 거리는 수정 언니나, 월급 제대로 받지 못하고 꿈만 찾으며 헤매는 난희 언니에 비하면 훨씬 철이 들었다.
그뿐인가? 두 남자 한성(이선균)과 한결(공유)를 오가며 로맨스에 불을 지피기 시작하니, 활활 타오른다. 극 초반에 '아저씨~ 아저씨'라고 부르며 해맑게 웃으며 한성이에게 다가가 마음을 전하는 은찬양. A군와 B양의 관계를 알자, 버스에서 한바탕 울어주고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센스까지. 더 나아가 자신을 남자로 아는 한결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며, 그를 정신병원에까지 찾아가게 하고, '너가 남자든, 외계이든' 상관없다 갈 때까지 가보자며 키스로 프러포즈 받은 은찬양이다. 물론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더할 나위 없이 달콤한 연애 무드 이어가시고, 사실 키스만 봐도 수정 언니와 난희 언니 배워야 한다. 그 탁월한 실력을 보라! 그렇게 사랑 감정을 확실하게 전달한 은찬양. 이제 꿈을 이루고 싶다며 결혼 앞에 당당하게 주저하는 모습 보여준다. 그리고 결국 유학길에 올라 바리스타가 되어 돌아온다. 물론 은찬양도 따지고 보면 자신의 힘이 아닌 남자의 힘을 빌리기는 했지만 적어도 언니들처럼 결혼에 연연해 하지 않았다. 나이에 차이도 있었겠지만 그러한 단호함과 깔끔함을 보여준 은찬양이 오히려 노처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지 않을까? 솔직히 서른에 굳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현실에 그저 그렇게 살다가 남자에 기댈 거였다면 무엇 하러 소설가 지망생으로 살았으며, 돈을 헉헉 대면 벌려고 노력했겠는가? 그런데 수정 언니나, 난희 언니는 결국 사랑에 올인하고 만다. 그리고 따지고 볼 때 연애기술도 은찬양이 고단수다. 물론 설정이 너무나도 순순한 은찬양이지만, 사실, 서른을 넘거나 서른을 목전에 둔 남자가 끌리는 것은 남루한 현실 속에 살아가지만 그럼에도 해맑고, 그럼에도 씩씩한 모습이다. 그러한 모습을 절대적으로 갖추고 자신의 감정을 본인의 가위로 자르는 법이 없는 은찬양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사실 말이 나와 말이지, 형태를 전 애인에게 돌려보내는 것은 무엇이더냐? 그게 다 자신의 마음을 가위로 잘라 이것저것 재보고 이해타산 맞춰가다 보니, 어렵게 사랑을 이루는 게 아니겠는가? 은찬양은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흥분 도가니탕이 되어버린 한결에게 끝까지 자신의 감정을 전달하려고 집에도 찾아가고, 전화로 매달려보기도 했다. 은찬양이 한결에게 매달리는 모습에서 자존심을 찾아 볼 수 없었다. 그러니, 언니들은 은찬양에게 연애기술을 좀 배워야 할 듯싶다. 거기에 진정으로 대한민국 이 땅 위에 노처녀들의 애환을 보여줄라 한다면 케이블 채널이라 무시하지 말고 <막돼먹은 영애씨>를 감상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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