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5일로 저상버스 차량 시내버스 노선 도입 4년째를 맞았습니다. 그동안 서울 시내 저상버스 비율은 5%에 근접했지만 정작 가장 기대를 모았던 휠체어 장애인의 버스 이용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상황입니다. 휠체어 장애인의 저상버스 이용 실태를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기사를 2회에 걸쳐 싣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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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5일은 대한민국의 일반 시내버스 노선에 저상버스 차량이 투입된 지 4년이 되는 날이다. 이전까지 모 테마파크 주차장 연결 셔틀버스나 공항 활주로 버스 등으로만 접할 수 있었지만 2003년 9월 5일 서울특별시에서 59번 노선(우신교통, 새절동~명지대~종로~신설동~자양동)에 시험운행 저상버스 1대를 운행하면서 처음 시작됐다. 같은 해 10월 1일에는 12-5번(대원여객, 의정부 민락동~장암동~서울 노원역~고려대~신설동~동대문)에 2대, 48번(석관동~동대문~종로~마포역~여의도)에 1대(굴절형)가 투입됐고, 이듬해 7월 1일 서울특별시 대중교통체계 개편을 맞아 시에서 입찰을 받은 주간선 노선을 운영하는 컨소시엄업체 4곳을 중심으로 저상버스 차량이 다량 도입된다. 정책적 지원과 서울특별시의 성공적 저상버스 차량 운영을 토대로, 현재 일반 시내버스 노선의 저상버스 차량은 전국적으로 700대가 넘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직 교통약자(장애인, 노약자, 임산부, 영유아 등)의 저상버스 이용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이에 기자는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의 저상버스 이용 실태를 살피고자, 서울의 한 지체장애인 전문 특수학교 유아반 교사인 임미원씨와 다섯 살짜리 지체장애인의 바깥 체험을 뒤따라가 봤다. 휠체어 타고 저상버스를 타다 현재 임미원 교사는 다섯 살의 지체장애인 학생 5명으로 구성된 한 반을 맡고 있는데, 이 5명 중 홍아무개군은 지체장애라는 신체적 장애는 물론 고아라는 아픔까지 겪고 있는 안타까운 처지의 아이이다. 다른 학생들과 달리 바깥 체험을 쉽게 못 하는 홍군을 위해 임씨는 보육시설의 허락을 받아 한 달에 한 번, 토요일에 테마를 정해 바깥 체험을 하고 있었다. 휠체어를 타야 하는 홍군과 함께 먼 곳까지 가기는 쉽지 않다. 그동안 지하철을 이용해 몇 곳으로 이동했지만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어도 오르락내리락하는 승하차 및 환승 과정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버스 역시 저상버스 차량이 운행되는 노선정보가 부족해 이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홍군의 바깥 체험은 지난 7월 21일 오후 종로에서 시작했다. 종각역에서 오후 5시 30분에 버스를 타고 오후 6시 이전에 여의도환승센터에 도착해 여의도공원을 둘러보고 7시30분에 다시 버스를 타고 저녁 8시30분까지 강남역으로 이동한 후 도시 야경과 많은 인파를 접한 뒤 성북구에 있는 홍군의 보금자리로 돌아가도록 일정을 짰다. 저상버스만 이용하는 것이 원칙이나 홍군의 보금자리 인근에 저상버스 차량이 운행하지 않아 일부는 지하철을 이용했다. 친절한 버스기사 덕에 종로에서 여의도까지 19분
종각역에서 처음 본 홍군은 생각과 달리 참 밝았다. '지체장애를 가진 고아'에 대해 사람들의 편견을 곧 떨칠 수 있을 정도로 잘 웃고 말도 잘했다. 홍군은 바깥나들이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더군다나 평소 나들이 장소가 홍군 보금자리 인근인 서울 동북부 지역이었던 것과 달리, 10차선이 넘는 대로와 20층이 넘는 빌딩이 가득한 곳도 보고, 특히 한강을 두 눈으로 보며 건넌다는 사실에 기대가 큰 듯했다. 조금 이르지만 홍군의 평소 저녁식사 시간인 오후 5시를 전후해 식사를 마치고 바깥으로 나왔다. 하지만 인파로 뒤덮인 주말 저녁 휠체어를 밀며 종로를 다니기는 쉽지않았다. 인파도 인파지만, 난간과 굴곡이 많은 인도 상태는 휠체어가 다니기에는 좋지 않아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어렵게 종각역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여기서 여의도환승센터로 가는 저상버스 운행 노선은 160번과 260번뿐이다. 두 노선 모두, 기존 버스업체들 중 몇 곳의 컨소시엄업체에서 서울특별시 입찰을 받아 운행되는 '주간선버스노선'으로, 160번은 총 43대 중 12대(굴절형 3대, 일반형 9대), 260번은 총 44대 중 28대(굴절형 3대, 일반형 25대)에 저상버스가 운행중이다. 15분간 일반버스 5대 보낸 후 260번 저상버스가 왔다. 차량이 오자마자 앞문으로 가 기사에게 '휠체어를 태우려 하니 슬로프를 내달라'고 요청했다. 기사는 타 승객 승차를 마친 후 차량을 인도에 좀 더 가깝게 붙인 다음 뒷문에서 슬로프를 내 놓았다. 이미 몇 번 해본 듯한 능숙한 솜씨였다. 체어락 작동법을 아는 기자가 타 승객들에게 방해될까 싶어 기사에게 '직접 조작할 터이니 먼저 출발하라'고 했다. 하지만 차량 출발 후 문제가 발생했다. 체어락 위치의 임시의자에 아주머니와 할머니께서 그대로 앉아계신 것이었다. '그거 무겁게 생겼는데 잘 잡으면 되지 뭐 일어나라 마라 하느냐'는 소리가 들린다. 더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 휠체어를 꽉 붙잡고 갔다. 그런데 충정로를 지날 무렵, 거울로 뒤편을 본 기사는 정류장에서 차를 멈춘 채 다가와 임시의자에 앉은 두 분에게 '휠체어가 이렇게 가면 위험해서 운전을 할 수 없다'며 좌석을 양보하도록 조치했다. 기사는 순식간에 체어락에 휠체어를 고정한 후 차량을 출발시켰다. 이 모든 과정에 단 1분도 안 걸렸다. 결국 출발지인 종각역 버스정류장에서 여의도환승센터까지 오는 데 걸린 시간은 단 19분. 더구나 승하차 과정과 충정로에서의 작은 '소동'까지 포함한 시간이었다. 만약 같은 구간을 지하철로 이동했다면 동행인이 두 명이어도 50분 정도는 족히 걸린다. 1호선 종각역에서 종로3가역까지 간 후 환승거리가 길기로 유명한 5호선 플랫폼까지 가서, 5호선 지하철을 타고 여의도역에 도착, 지상으로 올라와 여의도환승센터까지 가야 하기 때문이다. 엄청난 시간 단축에 임씨 또한 놀라고 있었다. 일정을 짤 때 '과연 30분 만에 이 구간을 오갈 수 있을 것인가' 계속 걱정했기 때문이다.
무산된 중저상버스 승차 시도 한강을 건널 때 홍군을 잠시 일으켜 차창 밖으로 한강을 보여주었다. 홍군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하지만 홍군이 이 풍경에 익숙해지려면 더 오랜 시간이 지나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저상버스와 관련한 여의도에서의 안타까운 경험은 260번에서의 기쁨을 희석시켰기 때문이다. 종로에서도 그랬지만, 국회의사당, 방송국, 여의도공원 등을 거니는 동안 신기한 듯 혹은 불쌍한 듯 쳐다보는 많은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시선조차 쉽게 못 받는 사람들이 지체장애인이 아닌가 싶다. 많은 버스가 오가는 여의도환승센터였지만 이곳에서도 저상버스를 자주 볼 수 없었다. 여의도를 통틀어 시내버스노선 저상버스 차량은, 앞서 언급한 160번(12대), 260번(28대) 노선 외에는 262번(5대), 360번(9대), 600번(6대)뿐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임씨에게 갑작스러운 제안을 했다. 여의도로 올 때 탔던 초저상버스차량(계단 없이 슬로프가 의무적으로 장착된 버스) 외에 중저상버스차량(출입구에 계단이 1개인 버스)을 타보자는 제안이었다. 현재 서울 면허로 있는 저상버스는 모두 초저상버스 차량이다. 서울특별시에서는 슬로프를 설치할 수 없고 리프트도 없는 경우가 많은 중저상버스 차량을 저상버스로서 인정하지 않아, 저상버스 차량 구매 보조금(1억원 정도) 또한 지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도는 중저상버스 차량도 저상버스로 인정하며, 실제 경기 면허 차량 중에는 중저상버스 차량 또한 여러 대 운행중이다. 마침 여의도환승센터에서는 광명에서 출발한 11-1번 노선에 8대가 있다. 중저상버스차량 승차 시도는 결국 무산됐다. 기사에게 '휠체어를 태우려 한다'고 말하니 처음에는 타라고 했다. 하지만 슬로프가 없어 임씨와 함께 휠체어를 들려고 하는 순간 버스는 떠났다. 중저상버스 차량은 뒷문 가운데 긴 봉이 있어 홍군처럼 어린이가 아닌 한 휠체어 출입에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버스는 텅텅 비어 있었다. 충분히 기다려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씁쓸했다. 30분 만에 온 저상버스가 슬로프 고장 사실 중저상버스는 영등포역까지만 탈 계획이었다. 영등포~강남 구간은 저상버스 차량이 있는 5614번 지선버스를 노량진까지 탈 수 있지만 총 5대뿐이어서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의도~강남 구간의 360번 노선은 총 45대 중 9대가 저상버스 차량이다. 오래 기다려도 20분이면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주말과 휴일에는 버스배차간격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배차간격이 벌어져 운행차량이 줄어들어 저상버스 기다리는 시간은 더 늘 수밖에 없다. 결국 30분 넘게 기다린 끝에 360번 저상버스차량이 도착했다. 그러나 이 차량에서 안타까운 경험을 하게 된다. 앞서 탔던 260번 버스처럼, 차량이 오자마자 앞문으로 가서 기사에게 '휠체어를 태우려 하니 슬로프를 내려달라'고 했다. 기사는 운전석 옆 버튼을 열심히 조작하며 슬로프를 내리려 했지만 슬로프는 나오지 않았다. 일시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줄 알았으나 네 차례 시도 끝에 '고장' 판정이 났다. 결국 홍군의 휠체어를 직접 들고 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홍군이 타고 온 일반휠체어는 동행자나 자신이 직접 밀어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무게가 가볍다. 하지만 최근 늘고 있는 전동휠체어는 전기의 힘으로 손쉽게 움직이는 반면 성인 남성 두 명이 들기에도 버겁다. 만약 전동휠체어였다면 꼼짝없이 1시간 넘게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일정을 짜며 임씨는 '차량이 완벽하다는 보장과 정확한 버스시간표 없이 먼 곳을 다니기는 힘들다'며 전동휠체어를 말렸고, 결국 홍군을 일반휠체어에 데리고 왔다. 임씨의 우려가 여의도환승센터에서 현실이 된 것이다.
'들고 타!' 퉁명스러운 140번 간선버스 기사 우여곡절 끝에 강남역에 도착했다. 엄청난 인파 속에서 휠체어를 탄 어린이는 사람들에게 신기해 보였나 보다. 하지만 우린 사람들의 눈길은 관심 없었다. 종로보다 심한 인파를 뚫는 것 자체가 하나의 '전쟁'이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노점상 때문에 인도는 더 비좁았다. 강남역까지 버스에서도 계속 웃으며 대화했던 홍군이 인파에 지쳤는지 피곤한 모습이 역력했다. 애초 이번 여정의 제1원칙은 '홍군이 힘들면 돌아간다'였다. 아무리 좋은 뜻이라도 어린아이가 힘들다는 것을 알면서 계속 시행한다는 건 과욕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강남역 인근 한 빌딩에서 야경을 보여준다는 계획을 접고 돌아가기로 했다. 이때 승차해야 하는 노선은 140번 주간선 버스노선. 140번 노선은 총 46대 중 17대(36.96%)가 저상버스 차량(굴절형 5대, 일반형 12대)이지만, 강남역 부근에 워낙 많은 사람이 붐벼 살짝 걱정이 됐다. 역시 140번은 강남역에 도착할 때부터 이미 발디딜 틈 없이 꽉 차 있었고 이곳에서도 20여명이 승차했다. 이번에도 기사에게 슬로프를 내려달라고 했지만 '들고 타'라는 퉁명스러운 반말이 돌아왔다. 기사 말에 감정이 격했지만 일단은 홍군이 우선이었다. 임씨와 함께 휠체어를 들고 탔다. 다행히 입석 승객만 족히 40명인 상황에서, 승객 반응은 협조적이었다. 260번 노선에서와 달리 체어락 위치인 차량 좌측편 임시의자에 앉아있던 젊은 연인이 신속히 일어났다. 휠체어를 고정하기도 전에 차량이 출발하긴 했지만 결국 휠체어를 안전하게 고정했다. 결국 집에 무사히 도착했지만... 홍군의 보금자리까지 바로 오는 저상버스 노선이 없어 마지막으로 지하철을 탔다. 결국 홍군을 무사히 보육시설에 데려다 줄 수 있었다. 7748대에 달하는 서울특별시 면허 시내버스 중 저상버스 차량 비중은 이제 5%를 넘는다. 이는 한 대도 없던 4년 전에 비하면 큰 발전이며, 아직 저상버스 차량이 단 한 대도 없는 광역지자체(충남, 전북, 전남)도 존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모범사례임은 분명하다. 물론 아직 저상버스 차량의 숫자와 비중을 계속 늘려야 할 때지만 서울의 경우 이제 조금씩 질적 측면도 돌아봤으면 한다. 고장 난 슬로프 등 정비 문제, 아직 지체장애인에게 배타적인 일부 승무원, 저상버스 차량 운행이 어려운 차도 및 보도 시설, 인도 접근을 가로막는 버스정류장 불법 주정차 등 보조금까지 제공하여 어렵게 마련한 저상버스차량이 교통약자를 위한 특유의 역할을 수행하려면 개선해야 할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홍군은 아직 체중이 30kg도 안 되는 어린 아이인 데다 당시 사용한 휠체어는 일반휠체어였다. 만약 전동휠체어를 탄 어른 지체장애인이었다면 상황은 더 심각했을 것이다. 저상버스가 교통약자의 진정할 발이 되기까지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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