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들에게 한 없이 부끄러운 한국사회 목동 서울 출입국 관리사무소 주변은 항상 북적댄다. 우리나라 사람들과 얼굴이 비슷하면 조선족이거나 중국사람 아니면 몽고사람이다. 동남아시아 사람들은 말할 것도 없고 멀리 아프리카 사람이나 동유럽 사람들도 많이 눈에 띈다. 주변에는 국제전화카드를 파는 사람들부터 무엇인가 호객하는 장사꾼들로 북적인다. 복장으로 보나 자세로 보아 어색한 외국인들의 모습이다. 20여년 남짓 전까지 해외 곳곳에서 서성이던 우리 모습일 것이다. 그 광경이 교차한다. 한국은 이제 그들 외국인들의 눈에는 선진경제대국이다. 산업연수생제도에서 고용허가제 실시 3년째, 이제 정부는 불법체류에 대한 대대적 단속을 펼치고 있다. 불법 체류에 대한 단속사례를 보자. "단속된 이주노동자 중 제대로 된 보호명령서를 제시받는 일은 고사하고 공장이나 주거지 무단 진입 단속이 여전히 판을 치고 있다. 급기야 이런 단속 과정에서 장염을 앓고 있는 생후 7개월 된 아이와 그 아이의 엄마가 서울 출입국 보호실에 방치되는 사건까지 일어났다.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는 밤새 고열이 끓는 생후 7개월 아이를 매몰차게 방치했다. 애끓는 엄마의 심정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그녀가 소위 '불법체류자'였기 때문이었다." 불법체류라는 이유로 인권이 짓밟혀서는 안 된다. 그들은 도둑이거나 범죄자가 아니다. 가난 때문에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들이다. "7년간 일한 공장에서 퇴직금 지급을 거부당한 한 이주노동자가 노동부를 찾았다가 경찰에 넘겨지는 경악스런 소식까지 접했다. 사업주의 신고를 받고 노동부 안까지 들어와 권리 구제를 위해 방문한 이주노동자를 단속하려 한 경찰도 문제거니와 이 경찰에게 이주노동자를 넘겨준 노동부 역시 규탄해 마땅하다." 9월 4일 오전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 모인 이주노동자들과 이주노동자들을 지원하는 단체들은 '이주노동자 단속과 이주노조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외치고 있었다. 단속반원들은 지난 8월 28일 이주노동자들과 지원단체들이 출입국관리사무소 앞에서 집회를 하는 동안 이주노조 사무실 앞에서 15명의 이주노동자를 잡아가기까지 했다며 분노를 표시했다. 고용허가제 실시 3년이 끝나면서 이주노동자들의 노동비자 발급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8월 19일 서울역 앞에서 집회를 하고 명동성당까지 대대적인 대중시위를 벌인 이후 대대적인 단속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주노조 활동가를 표적으로 하고 있다. 이주노조는 2003년부터 시작된 강제추방 정책에 맞서 381일간 농성을 한 경험도 있다. 노동부는 지금도 이주노동조합을 부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고등법원은 이주노동자들의 노조결성권이 인정되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1960~70년대 독일에 광부로 파견되었던 한국인 노동자들은 당연히 노조에 가입할 수 있었다. 그 당시 독일은 국민소득 1만달러가 안 되었을 때다. 국민소득 2만 달러 세계 10대 경제대국 대한민국에서 수렵시대에나 가능했을 법한 인간사냥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지에 50여만 명의 한국인 불법 체류자가 있다. 최근 아프간에서 발생한 한국인 피랍사건을 볼 때 외국인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의 인권사각지대도 무관심할 일이 아니다. 한국은 이미 다민족 사회다. 우리는 모두 어디에선가 이 땅으로 흘러 들어왔다. 단지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염치가 없고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둔감한 한국사회에 우리는 지금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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