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일부터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기 시작했다. 17일부터는 아파트 청약 가점제도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분양가 상한제'는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꺼내든 카드다. 민간 건설업체들이 신규 분양 아파트를 주변 시세보다 비싸게 내놓으면 그 영향으로 주변 집값도 들썩인다. 그러면 다시 신규 분양 아파트의 분양가가 올라간다. 이같은 악순환을 막자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가 분양가 상한제다. 이 제도는 1989년 처음 실시됐다가 1999년 분양가 전면 자율화 조치에 따라 사라졌다. 8년10개월 만에 건설업체가 분양가를 마음대로 정할 수 없게 된 것. 시민들은 많은 기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청약 가점제'는 집이 없는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한 제도다.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 수, 입주자 저축(청약 통장) 가입기간에 따라 가산점이 부여된다. 구체적으로 ▲부양가족 수(최고 35점) ▲무주택 기간(최고 32점) ▲입주자 저축 가입기간(최고17점)에 따라 점수를 매겨 점수가 높은 사람에게 우선권을 부여한다. 부양가족이 많을수록, 무주택 기간이 길수록, 청약 저축 가입 기간이 길수록 점수가 높아진다. 그리고 가점제와 추첨제가 병행해서 실시된다. 즉 가점제가 실시되더라도 전용면적 25.7평 이하는 전체의 25%, 전용면적 25.7평 초과는 전체의 50%가 계속 추첨제로 당첨자를 선정하는 것이다. 집없는 서민 "25~30% 떨어지지 않겠어요? 희망사항이지만" 집없는 서민들에게는 내 집 장만하는 것이 일생일대의 꿈이다. 집없는 설움을 겪을 만큼 겪었기 때문이다. 계약기간 만료일이 다가오면 집없는 서민들은 전세금 올려줄 걱정이나 이사 걱정에 잠이 오지 않는다. 수년간 집값이 폭등하면서 전세금도 덩달아 폭등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정부에서 부동산 대책만 나오면 서민들은 신경을 곤두세우게 된다. 참여정부 들어서도 수도 없이 많은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지만 집없는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지는 못했다. 오히려 집없는 서민들의 등을 치는 꼴이었다. 대책이 나올 때 마다 집값이 안정되기는커녕 오히려 폭등하는 사태가 연이어 발생했으니 '등을 쳤다'는 표현이 과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만은 다르다. 서민들은 분양가 상한제와 청약 가점제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인천에 사는 안아무개씨와 대화를 나눠보았다. "이번에 하나 넣으려구요. 인천 청라 지구나 송도 지구가 좋을 듯 합니다. 판교가 좋긴 한데 성남 사람들한테 우선권이 있기 때문에 저는 힘들 것 같아요." - 분양가 상한제 적용되면? 얼마나 떨어질 것 같아요? "25%에서 30%정도 떨어지지 않을까요? 건교부에서 제시한 것만큼 떨어질 것 같아요. 하하~ 사실은 제 희망 사항이죠. 분양가가 많이 떨어져야 살 수 있거든요." 안씨는 이렇게 말하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안씨의 청약 가점은 63점. 현재 청약예금에 가입한 세부 분포로 볼 때 상위 10%에 해당한다. 무주택 기간은 15년이 넘었고 부양가족은 3명이다. 그리고 주택 청약예금에 가입한 지도 10년이 넘었다. 이 때문에 안씨는 누구보다도 청약 가점제가 반갑다. 그러나 분양가가 문제다. 안씨 형편으로는 이미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분양가가 뛰었기 때문에 소원대로 분양가가 대폭 떨어져야 내 집 장만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 "업체들이 옵션으로 분양가 올리겠죠, 정치권에 로비하겠죠" 그러나 부동산 중개업에 종사하는 실무 전문가들은 안씨와는 다른 입장이다.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되어도 민간 건설사에서 분양하는 집값을 떨어뜨리지는 못 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주공이나 토공에서 짓는 것은 좀 떨어질 것 같아요 그러나 민간 분양에는 별 효과가 없을 것 같아요. 돈이 있는 사람들은 수단과 방법 다 동원해서 비싼 아파트 장만할 테고 없는 사람들은 주공 토공에서 짓는 아파트 분양 받겠죠." - 왜 그렇다고 생각 하시죠. 분양가에 상한제를 정해놓고 그 이상은 받지 못하게 하는 제도인데…. 거품이 꺼지지 않을까요? "아마 건설회사에서는 각종 옵션을 사용해서 분양가를 올리려고 할 거예요…. 그리고 막대한 자금을 들여 정치권에 로비를 할 것입니다. 이런 이야기해도 될런지 모르겠는데, 뭐 다들 아는 사실이잖아요. 정치하시는 분들 무슨 돈으로 정치하겠어요." 익명을 전제로 하자 부동산 중개인 신씨(49세·부동산 중개 경력 15년)는 솔직하게 얘기했다. 건설회사에서 옵션을 이용해서 분양가를 올린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옵션이란 장판·싱크대 등의 마감재를 말하는 것이다. 분양가 상한제와 함께 마이너스 옵션이 도입된 사실은 부동산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는 사실. '마이너스 옵션'이란 건설회사에서 옵션을 이용해 분양가를 올리지 못하도록 옵션을 소비자에게 선택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마이너스 옵션을 선택하면 장판·싱크대 등의 마감재를 소비자가 직적 시공할 수 있다. - 마이너스 옵션을 소비자가 선택 할 수 있는데 건설회사에서 옵션을 이용해서 분양가를 높일 수 있을 까요? "인천에서 마이너스 옵션을 해봤는데 선택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귀찮게 그걸 누가 하겠어요. 그리고 개별적으로 한다고 해도 같은 비용을 들였을 때 건설사에서 일괄적으로 해주는 것에 비해 질이 높아진다는 보장도 없구요. 건설사는 공동구매를 하기 때문에 개별 단가를 떨어뜨릴 수 있거든요." 실제로 인천시가 마이너스 옵션을 시범적으로 적용했던 풍림산업의 논현·학익지구 엑슬루타워의 경우 전체 계약자 중 13% 정도가 이를 택했다. 특히 정부 방식인 '누드분양(모든 품목을 마이너스옵션으로 택하는 방식)' 형태를 고른 계약자는 630여 가구중 4가구에 불과했다. 2000만~3000만원 정도의 분양가 인하 효과에도 추가 개별시공 비용 등에 대한 부담 탓에 이를 선택한 이들이 적었다는 해석이다. 땅값은 올랐는데 분양가 낮출 수 있을까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면 분양가는 확실히 현재 수준보다 떨어질 전망. 그러나 관련 업계는 정부의 주장대로 분양가가 현재 수준 대비 15~20%까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분양가를 떨어뜨리기 위해서는 택지비를 낮추는 게 관건인데, 서울·수도권의 경우 최근 몇 년 새 땅값이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에 서울·수도권에서 아파트를 공급할 때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도 분양가 인하 폭이 생각만큼 크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언제부터인가 집 문제는 곧 아파트 문제가 되어버렸다. 아파트 형태의 주거문화가 보편화되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 각지에 무수히 많은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있고 서울과 수도권은 이미 아파트 숲이 되어있다. 그런데 그 많고 많은 아파트 중에 내 것이 없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분양가가 대폭 인하되어 15년 동안 전, 월세를 살아온 안씨가 내집 장만에 성공 할 수 있다면 이번 부동산 정책은 성공이다. 그러나 부동산 관련 업계 종사자들 의견처럼 분양가를 떨어뜨리는데 별다른 효과가 없다면 참여정부는 마지막 부동산 정책까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9월부터 시행되는 분양가 상한제와 청약 가점제가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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