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시민들을 붙잡고 "가장 재미있는 예능 프로그램 하나만 뽑아달라"고 요청한다면 대다수가 '무한도전'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 중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고, 케이블TV의 여러 채널에서 재방송을 시도 때도 없이 내보내고 있으니 그 인기를 실감할 만하다. 시쳇말로 '기분이 째질법한' 무한도전팀이다. 방송 중 내보내는 자막에서 자신들을 Dirty(더럽고), Difficult(어렵고), Dangerous(위험한)를 합친 '3D 리얼 버라이어티', 또는 '예능막장'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스태프나 출연진이 고생이 많다고 해서 '예능막장'이라 자임하고 있지만, 이제는 또 다른 의미의 '예능막장'에도 도전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긍정적 의미의 '예능막장' 무한도전 이중 '농촌특집', '실미도'는 보는 이들이 안쓰러울 정도의 몸개그가 작렬하고 열악한 촬영조건속에서 진행했기에 출연자와 제작진들 모두 고생했고 노력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진정한 '3D+예능막장' 버라이어티라 불리기에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자랑스러운 호칭인 '예능막장'이 가끔은 무분별한 행동과 과도하고 자극적인 개그를 구사하는 부정적인 '막장'의 의미로 퇴색되기도 한다. 최근 방영된 '무한도전 - 네 멋대로 해라'편에서 '박명수의 거성쇼'를 진행하던 박명수는 정형돈, 노홍철, 하하로 구성된 '테러블 밴드'가 박자를 놓치자 "야! 이 멍청아"라며 호통을 쳤다. 이에 아랑곳하지않고 노홍철이 계속 기타를 만지작거리며 장난을 치자 박명수는 "너 죽을래"라며 막말을 하고는 기타 코드까지 뽑아버리는 어이없는 행동을 했다. 이런 '안하무인식의 호통개그'가 무한도전 초기부터 쭈욱 이어져 온 박명수만의 고유한 개그라고는 하지만 회가 거듭할수록 그 강도가 도를 지나쳐 이젠 재미로 보고 넘기기에는 부담스럽고 불쾌할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좋지 않은 의미의 '예능막장'이 되려하나? '거성' 박명수가 한건하자 이에 질세라 정형돈이 연출한 '체인지'에서는 유재석이 박명수를 똑같이 흉내내며 "닥쳐", "멍청아"를 연발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 코너를 통해 '유거성'으로 불릴 만큼 큰 반향을 일으켰지만 연예계에서 둘째가라고 하면 서러워할 반듯하고 착한 이미지의 대표주자인 유재석이 '악마' 박명수를 흉내내며 독설을 내뱉는 장면은 평소 유재석을 동경하는 어린이들에게 좋지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노파심이 들게 한다. 이 방송 이후 이전보다 더 많은 어린 학생들이 친구들에게 '멍청아', '닥쳐'를 남발하고 다닐 것이다. 무한도전의 막장개그 논란은 최근이 아니라 꽤 오래전부터 지적됐다. 언젠가 최지우가 특별 손님으로 초대되었을 때 노홍철이 앉아 있는 최지우 앞에서 너무 들이대고 '저질댄스'를 췄는가 하면 다른 출연진이 최지우와 재연연기를 하면서 민망할 만큼 접촉을 시도해 언론과 시청자들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다. 노홍철이 추는 춤이 저질인지 아닌지를 떠나 앉아있는 여자 앞에서 무턱대고 들이대는 춤을 추고 출연진들이 사심(?)을 가지고 불쾌한 접촉을 시도한 장면은 분명 손님에 대한 예우가 아니었다.
같은 방송사의 또 다른 예능 프로그램인 '지피지기'도 최근 '무한도전' 못지않은 막장행보를 보이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된 꼭지는 당시 '학력위조 파문'의 중심에 서있던 주영훈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신나게 교가를 부르고 밝게 웃으며 학창시절의 추억담을 이야기 한 회. 시청자들이 봤을때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연예인을 무리하게 출연시켜 보는이들의 스트레스를 유발했다는 측면이 시청자들의 원성으로 돌아왔다. 학력위조해서 욕먹고있는 연예인의 출연비중이 왜 이렇게 높아? 제작진은 '학력위조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이미 녹화를 했기 때문에 주영훈 출연 분량을 최소한으로 편집해 내보내겠다는 말로 시청자들의 비난을 피해가려고 했으나, 실제 방송에서는 생각보다 주영훈의 출연비중이 높아 제작진이 시청자들을 농락한 결과로밖에 보이지 않아 불편한 시청이 되고 말았다. '학력위조파문'의 당사자가 출연한 영향 탓인지 '지피지기'의 시청률이 전주대비 '4%'나 하락해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자리를 '미녀들의 수다'에 내주고 말았다. 시청자들의 불편한 심기가 채널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만든 원인이 되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리 생각한다면 이번 시청률 하락의 책임은 분명 제작진에게 있다. 제작진은 어떻게해서라도 주영훈의 출연비중을 시청자들이 납득할만한 수준의 분량으로 잘라냈어야만 했다. 주영훈의 출연문제 이외에도 프로그램을 막장으로 만드는 요소가 하나 더 있다. 손님들을 제작진에서 섭외하지 않고 이영자, 박수홍 2명의 MC들이 직접 스타를 섭외에 나서는 '섭외원정대'가 그것이다. 국내방송사상 처음으로 제작진이 아닌 MC가 나서서 손님을 섭외한다는 취지는 신선한 발상이지만 그 섭외과정이 너무 무리고, 심지어 무례한 경우가 발생하는게 문제다. 눈살찌푸리게 하는 '무모한 섭외원정대' 박수홍이 '섭외원정대'의 일환으로 박경림의 신혼여행지에 찾아가 막무가내로 웃통까지 벗고 출연진들을 섭외해 달라며 떼를 쓰는 장면은 그만큼 친한 사이이고 오래된 인연임을 시청자들이 다들 알고 있었기에 큰 무리가 없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쑥 찾아가 해당 연예인의 일정을 고려하지 않은 '막장식' 섭외는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최근에도 '막장식' 섭외 탓에 지피지기 시청자 게시판에 그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문제인 즉슨, 지난달 28일에 열린 <커피프린스1호점>의 스타 '공유'의 팬미팅에 박수홍이 예고도 없이 나타나 공유에게 느닷없는 섭외요청을 한 것. 스타를 섭외하고자 하는 욕심이 공유와의 만남을 위해 먼곳에서 찾아온 1,000여명의 한일 열성팬들의 귀중한 시간을 뺏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좋아하는 스타와의 만남이 1분 1초가 아까운 공유의 열성팬들에게 박수홍은 분명 불청객이었고, 공유는 박수홍의 예고없는 방문과 섭외 요청에 불쾌했는지 "표정관리가 잘 안돼서 미안하다"며 팬들에게 사과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의 재미와 시청률을 위해서 열심히 뛰는 것은 좋지만, 어느정도 때와 장소는 구분하고 섭외하는 연예인들의 처지도 조금은 고려해보았으면 한다.
왕년에 잘나가던 SBS의 '야심만만'도 동시간대의 경쟁프로에 시청률로 밀리다보니 자극적인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어모으겠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다. 지난 3일 방송에서 남녀간의 접촉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를 하던중 MC 최여진이 "여자들은 남자들이 스킨십하면서 물어보는 거 싫어하는데"라고 말하자 한 출연자가 "그건 댁 생각"이라고 말하며 삿대질까지 하는 몰상식한 상황이 연출됐다. 제작진이 이 장면을 충분히 편집처리가 가능한데도 그대로 방송에 내보냈다는 것은 문제가 심각해 보인다. 시청자들에게 욕먹으면서까지 관심받고 싶어하는게 꼭, 철부지 어린아이와도 같지 아니한가. SBS가 상업방송이라는 것은 진작 알고있지만 이번 방송을 보니 프로그램 자체가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흐르는 게 '이건 아니다' 싶었다. 떨어진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선택한 편집방향으로 인해 고정 시청자까지 등돌리게 만드는 일은 없어야겠다. 이중 어느 프로그램이 좋지않은 의미의 '막장' 예능프로인지는 시간을 좀더 가지고 지켜볼일이다.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을 대신해 무한도전, 지피지기, 야심만만 제작진에게 한마디 하고싶다. 무엇이든지 "지나침은 모자람과 같다"는 교훈을 잊지말고 지금은 시청자들의 작은 비판도 성원으로 바꾸는 지혜와 겸손이 필요할 때라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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