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동호공고 폐교 안 되요? 이를 어째․․․." 3년 째 남산타운아파트 살고 있다는 강아무개(43)씨는 혀를 찼다. 동호정보공업고등학교가 폐교되지 않는다는 건 그에게 희소식이 아니었다. 강씨는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며 아쉬워했다. 차분하던 강씨의 목소리가 높아진 건 기자가 "<오마이뉴스>에서 왔다"고 밝힌 순간이었다. "아니, 우리가 언제 동호공고 폐교를 위해서 움직였나요? 기자 양반 여기 살아봤어요? 그리고 아이 키워 봤어요? 우린 가까운 곳에 초등학교가 없으니까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만 했을 뿐인데, 그게 그렇게 욕먹을 일이었어요?" 남산타운아파트 주민들은 동호공고 폐교 '불발'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7일 오전 남산타운아파트를 찾았다. "동호공고 폐교 위한 서명에 모두 동참하라"
기자의 눈길을 끈 것은 남산타운아파트 입주자대표자회의가 동호공고 폐교를 위해 조직적으로 노력한 것을 보여주는 한 장의 공고문이었다. 남산타운아파트 몇몇 엘리베이터에는 여전히 동호공고 폐교를 위한 노력에 동참할 것을 호소하는 입주자대표자회의의 공고문이 붙어 있다. 이 공고문에는 "주민들의 연명으로 (동호공고 폐교) 행정예고 찬성 의견을 제출하고자 하오니, 한분도 빠짐없이 서명에 동참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적혀 있다. 그리고 동호공고 폐교 찬성 서명용지는 경비실에 비치돼 있었다. 그리고 이런 주민들의 서명운동은 지난 8월 21일에 열린 입주자대표자회의의 의결 사항이라고 적시돼 있다. 남산타운아파트 주민들 대부분은 "동호공고 폐교는 부당하다"는 서울시교육위원회의 잠정 결론에 아쉬움 나타냈다. 이들의 모습은 동호공고 학생들과 대조적이었다. 맞벌이 부부를 대신해 6살, 4살의 아이를 대신 보살핀다는 김우제(66)씨는 "곧 두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갈 텐데, 이를 어쩌면 좋으냐"며 "서울시교육청에서 빨리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가 현장에 도착한 오전 9시. 남산타운아파트 곳곳에는 아이를 태우러 온 노란색의 유치원 차량이 바쁘게 오갔다. 김씨와 이야기 나눌 때 학부모 3명이 아이를 데리고 우리 곁으로 왔다. "답답하니까 우리한테 묻지 마요. 동호공고가 계속 유지된다고요? 그럼 우리가 초등학교 찾아서 이사 가야지요. 이제 기자들이 우리 주민들한테 미안해 하셔야해요. 안 그래요?" 아이가 유치원으로 떠나자 한 주민은 아파트 값에 대해서 입을 열었다. 그는 "초중고가 모두 모여 있는 목동 아파트 값이 얼만지 아느냐"며 "교육 환경이 좋은 곳과 남산타운아파트 값을 비교하면 우리가 무리한 요구를 한 게 절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축 이전 현수막' 우리가 심했다" 동호공고 학생들에게 유감을 표시한 주민들도 있었다. 남산타운아파트 42동에 사는 김아무개씨는 "학생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냐, 다 처음부터 초등학교를 설계하지 못한 행정당국이 책임질 문제"라며 "이 문제로 학생들이 섭섭했다면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역시 42동에 사는 이경훈(37)씨는 "동호공고 폐교 말고 서울시교육청에서 빨리 초등학교 부지를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4년째 남산타운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송아무개(48)씨는 "우리가 학생들 멀쩡히 보는 앞에서 '축 동호공고 이전'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내건 건 좀 심했던 것 같다"며 "교육청에서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제 동호공고 폐교 논란의 공은 서울시교육청으로 돌아갔다. 서울시교육청 쪽은 현재 "서울시교육위원회의 공식적인 공문이 내려오지 않은 이상 어떤 말도 해줄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언론이 분위기를 한쪽으로 몰아갔는데, 동호공고는 여러 조건상 폐교되는 게 맞다"며 기존 입장을 주장했다. 현재 남산타운아파트 주민․서울시교육위원회 그리고 동호공고 교사와 학생들은 서울시교육청에 다른 대안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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