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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볶음을 넣어 만든 간단 주먹밥
멸치볶음을 넣어 만든 간단 주먹밥 ⓒ 이효연


직장 다니는 엄마를 둔 아이들은 항상 엄마를 그리워하게 마련입니다. 어쩌다 함께 있는 시간에는 어떻게든 꼭 엄마 옆에 붙어 있으려고 하고 절대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지요. 저 역시 어릴 적에 어머니가 직장 생활을 하셨던 까닭에 무척이나 엄마 손길을 그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미 출근한 엄마를 찾으며 울고불고 투정을 부리며 엄마가 미리 차려놓은 밥상도 마다하고 방바닥에 드러누워 유세 아닌 유세를 자주 부린 적도 많았지요. 그럴 때면 집에서 함께 생활하던 도우미 언니가 저를 업고 달래줬었는데요. 제 울음과 떼를 그치게 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것이 바로 못난이 김밥, 주먹밥 이런 것들이었습니다.

김 한 장에 밥 한 숟갈 넣어 만든 한 입 크기의 김밥을 입 안에 쏘옥 넣어주면서 언니는 꼭 저에게 물어봤습니다. "이 안에 뭐 들었게? 우리 효연이가 맞추나 보자." 속재료를 맞추느라 몰두하다 보면 엄마 찾아내라는 투정도 잊고, 그렇게 한 개 두 개 받아먹다 보면 어느새 밥 한 공기가 비워져 있었지요.

그 김밥 안에는 때로는 멸치볶음이, 때로는 콩자반이 들어 있기도 했고 간혹 간장만 콕 찍은 마른 김밥이기도 했는데 참 맛이 있었습니다. 속 재료만 따지자면 별 것도 없건만 언니의 다정한 마음 때문이었을까요? 그 맛이 지금까지도 안 잊혀집니다. 그렇게 언니 등에 업혀 김밥을 받아먹는 재미에 가끔은 일부러 떼를 쓰기도 했는데 그럴 때마다 언니는 모르는 척, 못 이기는 척 김밥을 만들어주곤 했지요.

나중에 커서 어른이 된 다음에 직접 주먹밥도 만들어 보고 못난이 김밥도 만들어 봤지만 글쎄요 그 때 그 맛은 안 나는 것 같습니다. 왜 상추쌈도 남이 싸주면 더 맛있다는 말이 있지요? 그래서 그런 걸까요? 요즘도 주먹밥을 보면 그 언니가 생각납니다. 아주 예쁜 얼굴은 아니었지만 항상 웃는 낯에 성격이 무척이나 사근사근했던 언니…. 지금은 어디서 뭘하고 살고 있을지 궁금하거든요. 아마 어디선가 예쁜 아이들을 낳아 행복한 가정을 꾸미고 잘 살고 있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 이제는 할머니가 되어 어쩌면… 손주를 보았을 수도 있겠네요.

한 입 크기 주먹밥은 먹기도 간편하고 만들기도 간단하고 무엇보다 급할 때 버스나 전철 안에서도 얼마든지 먹을 수가 있어 좋습니다.

한 가지 기억할 것은 주먹밥 속 재료를 따로 만드는 수고를 하지 말자는 거예요. 주먹밥을 만들기 위해 속 재료를 따로 만든다면 먹기에만 편할 뿐이지 만드는 과정에 너무 많은 품을 들이게 되는 거잖아요.그렇게 되면 너무 번거로워서 아침 스피드 요리로서 적합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그냥 냉장고를 열어보세요. 있는 반찬 중에 맛이 좀 강하거나 짭짤하고 매콤한 재료를 우선 골라보면 분명 한두 가지가 나올 겁니다.

콩자반, 멸치볶음, 김치, 먹다 남은 삼겹살이나 불고기, 베이컨, 소시지, 치즈 등 보이는 모든 반찬들이 주먹밥의 훌륭한 속 재료예요. 맛이 강하면 강한 대로 입맛을 돋우고 혹 간이 약하다 해도 약간의 가미를 하면 되니까 돈 들이고 시간 들이지 말고 편하게 주먹밥을 만들어서 바쁜 아침을 가뿐하게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멸치주먹밥

재료(2인분/10개 분량)
밥 2공기, 버터 1/2큰술, 진간장 1큰술, 참기름 1큰술, 깨소금 1큰술, 멸치볶음 2큰술, 김치 2큰술(송송 썰어 물기 없이)


1. 밥에 참기름과 버터, 진간장, 깨소금을 넣고 잘 섞는다.

2. 멸치를 위생팩에 넣은 후 칼등으로 내리쳐 잘게 부서뜨리고 김치는 국물을 꼭 짠 후 송송 썬다.

주먹밥 틀에 넣어 만든 멸치 주먹밥 2천원 균일가 코너 등 잡화 코너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주먹밥 틀을 이용하면 보다 쉽게 주먹밥을 만들 수 있어요.
주먹밥 틀에 넣어 만든 멸치 주먹밥2천원 균일가 코너 등 잡화 코너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주먹밥 틀을 이용하면 보다 쉽게 주먹밥을 만들 수 있어요. ⓒ 이효연

3. 위생 장갑을 끼고 밥 안쪽에 멸치와 김치 등의 속 재료를 넣고 송편 빚듯이 모양을 만든다. 눈사람 만들 듯이 굴려도 좋고 삼각김밥처럼 포장을 해도 좋다.

4. 김이 있다면 잘게 썰어서 겉면에 붙인다.

5. 밥이 식으면 랩에 싸서 냉장고에 보관한다. 아침에 먹을 때 전자레인지에 살짝 돌려 데워서 먹으면 된다.

 주먹밥을 전날 저녁 미리 만들어 랩에 싸서 냉장실에 보관했다가 아침에 전자렌지에 살짝 데워 먹으면 편해요
주먹밥을 전날 저녁 미리 만들어 랩에 싸서 냉장실에 보관했다가 아침에 전자렌지에 살짝 데워 먹으면 편해요 ⓒ 이효연

덧붙이는 글 | '요리를 읽어주는 여자' http://blog.empas.com/happymc



#주먹밥#아침스피드메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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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방송에 홀릭했던 공중파 아나운서. 지금은 클래식 콘서트가 있는 와인 바 주인. 작은 실내악 콘서트, 와인 클래스, 소셜 다이닝 등 일 만드는 재미로 살고 있어요. 직접 만든 요리에 어울리는 와인을 고르고 피아노와 베이스 듀오 연주를 하며 고객과 공감과 소통의 시간을 가질 때의 행복이 정말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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