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기 하나 없이 맑고, 자전거 타기에 더없이 좋은 날! 몇 주 동안 비 때문에 꼼짝없이 집에 갇혀 있다가 신나고 즐거운 마음으로 집을 나섰어요. 구미에서 아주 가까운 무을면 '수다사'에 들렀다가 밥 때가 되어 김천시 감문면에 있는 '배시내 마을'로 돌아 나왔지요.
이곳은 예부터 낙동강 줄기인 '감천' 냇물이 이 마을을 거쳐 선산 쪽으로 흐르는데, 바로 이 냇물을 따라 배가 드나들었다고 해서 '배시내'라고 한대요. 그러나 지금은 냇물도 많이 줄었고, 김천·선산·감문으로 뻗어나가는 길을 잘 만들어놨기에 배는 찾아볼 수 없답니다.
여기는 무엇보다 '석쇠불고기'로 이름난 곳이에요. 우리는 얼마 전만 해도 이곳이 그렇게 이름난 곳인지 몰랐어요. 구미와도 아주 가깝고 맛난 먹을거리가 매우 남다른 곳이라고 해서 두 주 앞서 한 번 다녀온 곳이에요.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작은 마을이고, 여느 시골마을과 그다지 다를 게 없어요. 그런데 이 작은 마을에 한 집 건너 한 집씩 있을 만큼 고깃집이 많아요. 그것도 '고추장석쇠불고기'라고 이름표를 내건 밥집들이에요.
"옳아! 석쇠불고기로 이름난 곳이라더니, 참말로 그런 가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없다'고 했던 가요? 아니요. 그런 말은 이곳 배시내에선 조금도 어울리지 않았어요.
우리는 '60년 전통OOO'이라고 크게 내 건 간판을 보고 들어갔는데, 시끌벅적 손님들이 붐비는 것에도 놀랐지만 한참을 기다려 나온 '석쇠 불고기' 맛에 그만 반하고 말았어요. 고깃집 임자가 손수 석쇠에 알맞게 구워서 가져왔는데, 고기도 연하고 입에서 살살 녹을 만큼 맛있더군요. 한 접시에 돼지고기 600g이나 된답니다. 둘이서 먹으면 몇 점은 남길 만큼 넉넉해요.
이 집 아저씨도 꽤 남다른 분이었는데, 밥집으로 들어오는 문 바로 곁, 높은 계산대에 자리 잡고 앉아서 손님한테 인사도 하고, 밥집 식구들한테 이것저것 시키기도 했는데, 목소리가 얼마나 우렁차든지 그 일을 무척 즐기는 듯했어요.
어떻게 보면, 남달리 높은(?) 자리에 올라 밥집 안 세상을 이 아저씨 두 손에 모조리 휘어잡고 있는 듯했어요. 경상도 남자가 무뚝뚝하고 보수적이라고 했던 가요? 아무튼 분위기는 그랬는데, 손님한테는 이런 모습이 퍽 정겹고 살가웠답니다. 어쨌거나 자기 일을 매우 소중하게 여기고 신나게 일하는 모습이 참 당차게 보였어요.
이 이야기가 지금부터 두 주 앞서 '배시내'란 마을에서 보고 느낀 거였어요. 어제(9일)도 밥 때를 조금 넘긴 낮 2시쯤에 이 밥집에 다시 들렀어요.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매우 맛난 '석쇠불고기'를 먹고 나왔어요. 또 다시 들러준 우리를 보며 무척 반기는 밥집임자의 살가움까지 배불리 먹었지요.
"아! 배부르다. 밥도 맛있게 먹었는데 저기 마을 앞 쉼터에서 잠깐 쉬었다가 가자!"
"좋지요. 쉬면서 땡볕이 조금 누그러지면 가자."이 마을을 가로지르는 냇가 곁에는 쉼터가 있어요. 반듯하게 지은 정자가 두 채 있고 변소도 있어요. 긴 걸상과 탁자도 놓아 나그네가 쉬었다 가기에 아주 좋은 곳이지요. 두 주 앞서 왔을 때에도 잠깐 머물렀는데, 아주 시원하고 좋았지요.
"아니! 이게 뭐야!"
"도대체 누가 이렇게 해놨어!"지난 번에 우리가 왔을 때, 매우 편하게 쉬었다가 갔던 이 쉼터가 온갖 쓰레기로 뒤덮여 있었어요. 정자와 탁자 위에 먹다 남은 포도와 깨진 유리 조각, 페트병이 마구 널브러져 있고, 정자 곁 잔디밭에는 일회용 접시와 컵 따위, 먹다 남은 밥찌꺼기까지 함부로 버려놓았어요.
몹시 속상했어요. 마을 사람들이 오가는 사람들 쉬었다 가라고 만들어 놓은 쉼터에서 즐겁게 놀다 간 건 좋지만, 온갖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놓은 이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싶었어요.
내가 사는 마을이 아니라도 매우 기분 나쁘고 화가 나더군요. 곁을 둘러보니, 마땅히 쓰레기를 버릴만한 쓰레기통이 없는 것도 안타까웠어요. 그렇다고 해도 되가져가지 않으려면 따로 싸서 잘 묶어놓기만 해도 그나마 나을 텐데….
"아무렴 어르신들이 이래 놓고 갔겠냐? 그렇다고 이 작은 마을에서 마을 청년들이 그랬겠어? 어차피 자기들이 치워야 할 텐데…."
"어쨌거나 기본이 안 된 사람들 짓이지 뭐!"남편 얘기를 듣고 보니, 그럴 듯했어요. 그렇다면 이 마을에 놀러 온 사람들이 그랬을 텐데…. 자기 마을이 아니라고 이렇게 함부로 버리다니, 괘씸하단 생각까지 들더군요. 아무튼 누가 그랬느냐? 하는 것보다 누군지는 몰라도 이렇게 함부로 버리고 간 사람들이 몹시 미웠어요.
우리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이것저것 먹을 걸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녀요. 쓰레기 담아올 봉투도 함께 가지고 다니지요. 때때로 우리도 다 먹고 난 쓰레기를 그냥 버릴까? 하는 꾐(?)에 빠지기도 해요. 날씨도 덥고 짐까지 무거우면 더욱 힘이 드니까요. 그러다가도 이내 마음을 고쳐먹지요. 반드시 따로 가지고 간 봉투에 싸서 되가져온답니다.
자전거로 다니면서 쉼터를 잘 가꾸어 놓은 마을을 자주 봅니다. 커다란 나무 밑에 마루를 펴놓고, 마을 어르신들이 쉬면서 얘기를 나누는 모습도 퍽 정겹지요. 그러나 때때로 이렇게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서 지저분하고 더러운 모습은 몹시 보기 싫답니다.
또 하나! 이 글을 어쩌다가 '배시내 마을' 사람이 읽는다면, 쉼터에 '쓰레기통' 하나 마련해 주면 참 고맙겠습니다. 여럿이 함께 쓰는 곳에서는 지켜야 할 기본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이곳에서 즐겁게 놀다가 쓰레기를 버리고 간 사람한테 묻고 싶어요.
"그렇게 함부로 버려두고 돌아갈 때, 마음이 편하던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