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망각’이라는 기능이 없다면 결코 예전에 후회했던 짓을 또 다시 반복하지는 않을 텐데, 저희 가족은 그 놈의 망각 때문에 또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주말 나들이 인파와 성묘를 미리 다녀오려는 사람들 행렬로 거의 모든 도로가 마비 상태였던 9월 9일, 일요일. 바로 그 틈에 저희도 끼어 있었습니다.
명절을 앞두고는 절대로, 도로에 나서지 않기로 재작년에도 맹세했고, 작년에도 맹세했건만, 올해도 어김없이 그 맹세를 잊고 또 길을 나섰다가, 아차! 하는 생각에 정신을 차렸으나, 이미 도로는 빠져나갈 틈 없이 막혀있었습니다. 제가 절대로 막히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밤늦은 시간에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저희는 오전 10시에 경기도 안양에서 출발하여, 오후 2시쯤 영동고속도로의 끝, 현남 나들목을 빠져나갔습니다. 그리고 쭉, 7번 국도와 곳곳에 마련된 해안도로를 달려, 속초 ‘영금정’까지 갔다가, 밤 9시 30분에 다시 현남 나들목을 통해 영동고속도로에 들어섰습니다.
보통 그 시간이면 막힘없이 집에 도착하는 게 정상인데, 이번 주말은 정말 예외였습니다. 밤 12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고속도로는 꽉 막혀있었고, 답답하여 빠져나간 42번 국도도 막혀있긴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도 가을 바다를 보고 온 즐거움은 잊을 수 없습니다. 자주 보는 바다지만, 갈 때마다 항상 다른 전경을 보여주는 매력 때문에, 길이 막힘에도 불구하고 자꾸 길을 떠나게 되는 가봅니다.
하지만, 결국 집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2시가 가까워진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한번, 도로에서 고생을 하면 다시는 길 떠날 생각을 안 해야 할 텐데, 아마 금방 잊어버리고 또 도로에 나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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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9월 9일, 죽도암 앞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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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상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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