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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애항 조금 못 미쳐있는 갯바위, 그곳에 부서지는 포말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남애항 조금 못 미쳐있는 갯바위, 그곳에 부서지는 포말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 방상철

사람에게 ‘망각’이라는 기능이 없다면 결코 예전에 후회했던 짓을 또 다시 반복하지는 않을 텐데, 저희 가족은 그 놈의 망각 때문에 또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주말 나들이 인파와 성묘를 미리 다녀오려는 사람들 행렬로 거의 모든 도로가 마비 상태였던 9월 9일, 일요일. 바로 그 틈에 저희도 끼어 있었습니다.

명절을 앞두고는 절대로, 도로에 나서지 않기로 재작년에도 맹세했고, 작년에도 맹세했건만, 올해도 어김없이 그 맹세를 잊고 또 길을 나섰다가, 아차! 하는 생각에 정신을 차렸으나, 이미 도로는 빠져나갈 틈 없이 막혀있었습니다. 제가 절대로 막히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밤늦은 시간에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저희는 오전 10시에 경기도 안양에서 출발하여, 오후 2시쯤 영동고속도로의 끝, 현남 나들목을 빠져나갔습니다. 그리고 쭉, 7번 국도와 곳곳에 마련된 해안도로를 달려, 속초 ‘영금정’까지 갔다가, 밤 9시 30분에 다시 현남 나들목을 통해 영동고속도로에 들어섰습니다.

보통 그 시간이면 막힘없이 집에 도착하는 게 정상인데, 이번 주말은 정말 예외였습니다. 밤 12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고속도로는 꽉 막혀있었고, 답답하여 빠져나간 42번 국도도 막혀있긴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도 가을 바다를 보고 온 즐거움은 잊을 수 없습니다. 자주 보는 바다지만, 갈 때마다 항상 다른 전경을 보여주는 매력 때문에, 길이 막힘에도 불구하고 자꾸 길을 떠나게 되는 가봅니다.

 영동 고속도로 현남 나들목을 빠져나가 맨 처음 만난 바다입니다. 지경해수욕장에서 남애항으로 가는 해안도로인데, 보통 7번 국도를 타고 지나쳐 가는 탓에 놓치기 쉬운 바다입니다.
영동 고속도로 현남 나들목을 빠져나가 맨 처음 만난 바다입니다. 지경해수욕장에서 남애항으로 가는 해안도로인데, 보통 7번 국도를 타고 지나쳐 가는 탓에 놓치기 쉬운 바다입니다. ⓒ 방상철

 미항이라고 알려진 남애항. 그 아름다운 모습이 저 멀리 보입니다.
미항이라고 알려진 남애항. 그 아름다운 모습이 저 멀리 보입니다. ⓒ 방상철

 죽도암에서 바라본 죽도해수욕장입니다.
죽도암에서 바라본 죽도해수욕장입니다. ⓒ 방상철

 죽도암 관음전 앞에서 바라본 바다입니다. 이곳은 파도가 절 앞마당까지 들락거립니다.
죽도암 관음전 앞에서 바라본 바다입니다. 이곳은 파도가 절 앞마당까지 들락거립니다. ⓒ 방상철

 동해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의 현실이죠.
동해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의 현실이죠. ⓒ 방상철

 잔교리 해수욕장입니다. 저희 가족이 빼먹지 않고 항상 들르는 곳입니다. 해변에 철조망이 놓여있는데, 아마 보수 공사하고 남은 것 같네요. 언제쯤 이 철조망이 모두 사라질까요.
잔교리 해수욕장입니다. 저희 가족이 빼먹지 않고 항상 들르는 곳입니다. 해변에 철조망이 놓여있는데, 아마 보수 공사하고 남은 것 같네요. 언제쯤 이 철조망이 모두 사라질까요. ⓒ 방상철

  3.8선 휴게소 앞 기사문항. ‘버섯 등대’에도 거센 파도가 힘자랑을 하고 있습니다.
3.8선 휴게소 앞 기사문항. ‘버섯 등대’에도 거센 파도가 힘자랑을 하고 있습니다. ⓒ 방상철

 드디어 오늘의 반환지, 속초 영금정 '해돋이 정자'에 도착했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동명항에는 회를 팔던 난전이 사라지고 번듯한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드디어 오늘의 반환지, 속초 영금정 '해돋이 정자'에 도착했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동명항에는 회를 팔던 난전이 사라지고 번듯한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 방상철

 저녁을 먹고, 밤바다를 거닐었습니다. 벌써 시간이 9시 30분입니다. 슬슬 출발해 볼까요.
저녁을 먹고, 밤바다를 거닐었습니다. 벌써 시간이 9시 30분입니다. 슬슬 출발해 볼까요. ⓒ 방상철

하지만, 결국 집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2시가 가까워진 시간이었습니다. 이렇게 한번, 도로에서 고생을 하면 다시는 길 떠날 생각을 안 해야 할 텐데, 아마 금방 잊어버리고 또 도로에 나설 겁니다.

▲ 2007년 9월 9일, 죽도암 앞 바다
ⓒ 방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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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가을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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