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즈 알 아랍 호텔의 내부는 화려하다. 이 이상으로 화려하게 지을 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금으로 덮인 기둥, 조금씩 움직이며 춤추는 전통문양의 중앙 분수대, 에스컬레이터 옆으로 보이는 거대한 수족관, 등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는 호텔의 수준을 넘어섰다.
아름다움이란 상대적인 기준이다. 나에게 어떠한 사물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이 옆 사람에게는 아무런 감정을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지역적으로, 집단적으로 혹은 시대적으로 공통된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경우도 있긴 하다. 이럴 때 잠깐 생각해보자. 조선시대 최고 미인을 지금 현시대로 데리고 왔을 때 최고 연예인이 될 수 있을까? 한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여기에서 말하고 싶은 부분은 바로 버즈 알 아랍을 바라보는 '미'의 기준이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커지는 법인 관계로 버즈 알 아랍으로 입장하였을 때 느껴지는 어떠한 허무함이 있을 수 있다.
버즈 알 아랍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우선 예약을 해야 한다. 최고급 호텔이란 명성에 맞게 예약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입장과 동시에 육지와 바다 위에 떠 있는 호텔을 연결하는 다리를 건넌다. 이 다리를 건너보면 알겠지만 직선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약간 굴곡이 있는 다리를 건너게 되는데 의문을 자아낸다. 왜 굴곡이 있을까? 다리를 먼저 짓고 호텔을 지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 부분은 아래에 다시 한 번 다루도록 한다.
입구에 도착하면 도어맨이 차량 문을 열어준다. 하지만 의외로 소박한(?) 입구에 한 번 놀랐다. 이 대규모 호텔 입구가 이렇게 작을 수 있을까? 사람들이 조금만 서 있어도 부딪히기 쉽다. 사람들이 많이 북적거리는 저녁시간에는 차량도 많이 막히고 사람들도 많이 서로 부딪힌다.
로비로 통하는 통로에는 선왕의 초상화와 현통치자, 아부다비 통치자 등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물결 색의 파란 배경에 물결을 금으로 표현하여 찬란함의 극치를 풍긴다.
로비에 들어가면 정면으로 분수대가 보인다. 3차원으로 이슬람 전통 문양을 표현한 분수대는 일정 주기에 따라 물줄기를 뿜어대는데 어디서 들은 이야기지만 물을 저렇게 정확한 굴곡으로 뿜어내는 것도 기술이라고 한다. 물줄기가 상당히 정교하게 한쪽에서 곡선을 그리며 뿜어져 나오고 뿜어지는 곡선이 시간에 따라 변한다.
입구 양쪽으로는 안내 데스크가 위치하며 그 데스크 앞에는 공개 로비가 있다. 로비의 카페트는 천정에 보이는 장식과 동일한 형태의 그것으로 깔려져 있으며 성각 문자로 표현된 아랍어와 모자익 형태로 구분된 카페트 디자인이 매우 인상적이다.
로비 양 쪽으로는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양쪽 에스컬레이터 플랫폼에는 거대한 어항(?)이 있는데 수족관에 온 느낌이다. 바다 위에 있음을 상당히 강조한 듯하다. 에스컬레이터가 올라가는 부분에는 자연적인 VOID가 형성되고 그 VOID에 인공 분수대가 위치한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중앙 아트리움이 위치한 메자닌 층으로 올라오게 된다. 아트리움에 서 있으면 호텔을 받치고 있는 금색 기둥이 보이며 아트리움 중앙부에 또 다른 전통문양 분수대를 만날 수 있다. 또 메자닌층에는 식당과 메자닌 로비, 그리고 소매상점 몇 곳이 있다. 이 아트리움에서 가장 큰 볼거리는 다름아닌 '세계최대규모의 아트리움'이다. 사진으로 표현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이 아트리움의 규모는 상당히 크다. 높이 180m인 아트리움의 규모는 진정 인간이 만든 건축물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을 정도.
아트리움을 감싸고 있는 객실 입구는 굴곡이 있는 파도모양으로 표현되어 있으며 저층부로 갈수록 푸른색, 고층부로 갈수록 밝은 주황색으로 표현하여 바다와 태양을 상징하였다.
아트리움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객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지나 식당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만날 수 있다. 식당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전망 엘리베이터로 통 유리로 되어 걸프만을 전망하면서 올라갈 수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부분은 식당을 예약하지 않고도 식당을 들어가서 사진을 촬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식사가 제공되기 전의 정해진 시간대가 있겠지만 로비의 afternoon tea (5시 전후)를 예약하고도 27층 식당에 가서 사진촬영을 할 수 있다.
27층 식당을 올라가서 가장 유명한 Al Muntaha 레스토랑에서 두바이 신시가지, the Palm 프로젝트, 그리고 the World 프로젝트를 볼 수 있다. 땅에서 200m 떨어진 높이에서 바라본 두바이는 새로운 경험이다.
버즈 알 아랍 호텔의 디자인을 다루기 위해서는 이슬람 건축과 언어를 알아야 한다.
이슬람 건축은 예언자 모하메드 이후로부터 로마, 이집트, 비잔틴, 그리고 페르시아 지역의 영향을 받았다. 초기 건축양식으로 가장 유명한 예루살렘의 Dome of the Rock을 보면 내부에 트인 공간, 원형 돔, 곡선 반복되는 장식 문양 그리고 모자익을 볼 수 있다.
아랍에미레이트의 공식 언어는 아랍어다. 아랍어는 시를 표현하는데 가장 적합한 언어라고 하며 코란 또한 시로 쓰여졌다고 한다. 아랍어는 우리나라의 국어와는 다르게 직선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직선에 익숙치 않는 습성 때문에 실제로 보면 아랍어를 쓰는 강사도 글을 쓰는 수평선을 잘 못 맞추는 경향이 있다. 이 아랍어는 곡선을 사용하여 발음과 함께 아름다움이 표현된다고 생각한다.
버즈 알 아랍의 호텔 인테리어 또한 이러한 아랍 문화에 상당한 영향을 받아 설계되었을 것이다. 특히 앞서 언급한 굴곡 다리와 함께 수직으로 내려오지 않고 곡선으로 표현된 기둥, 곡선으로 표현된 물결 객실입구 등이 그것. 심지어는 위에 보이는 버즈 알 아랍 실내에서 찍은 사진 중에 곡선이 없는 부분을 찾을 수 없을 정도다.
버즈 알 아랍의 실내는 22k 금을 필두로 하여 전체적으로 원색으로 처리하였다. 입구 로비의 의자, 금기둥, 카페트, 천정의 색감, 메자닌 로비 의자 등 원색으로 처리된 실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원색인가?
사실 일반적인 도시생활을 하는 우리들에게 원색은 어린아이 정서 발달에 좋은 색상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내에 원색을 과다하게 사용하면 고품격의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역효과라는 부분은 어디를 기준으로 하는 것인가? 아랍 기준인가? 아니면 도시생활을 하는 한국인 기준인가? 분명히 우리나라에도 한복은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옷이고 이에도 분명히 원색을 사용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고품격' 기준이 서구화 된 것인가? 생각해 볼 문제다.
아랍에서 원색은 아름다움의 상징이다. 이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에게 사막은 파스텔톤의 붉은 갈색, 혹은 흰색이다. 하늘은 뿌연 모래바람으로 또 다른 파스텔톤이다. 살인적인 태양열 때문에 차량 위에 명함을 올려 놓고 이틀만 지나면 명함에 쓰인 글씨는 흐려지고 색을 잃어간다. 모든 것이 하얗고 흐린 이 사막에서 염색 기술로 만들어낸 원색은 얼마나 아름답게 느껴질지를 생각해보라.
버즈 알 아랍의 실내는 아름답지만 조금 부족한 부분도 없지 않다. 첫 번째로 너무 좁은 입구를 지적하고 싶다. 사람들이 입장하는 저녁식사 시간대에는 차량이 막히기 시작하여 뒤차가 빵빵거릴 정도다. 그리고 로비가 너무 작다. 사실 외부인들이 쉽게 들어올 수 없는 점을 감안하고 모든 식당이 만석일 경우를 다 예측하여 설계된 적절한 공간이겠지만 7성호텔급의 로비는 아니라고 본다. 마지막으로 밖에서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실내에서 활동할 수 있거나 볼 수 있는 볼거리가 그리 많지 않아 아쉽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버즈 알 아랍 호텔의 실내와 식당에서 보이는 전망은 분명히 지불한 비용에 대한 값어치를 한다. 특히 the Palm Jumeira 와 the World 프로젝트의 역사적인 건설 현장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버즈 알 아랍 호텔의 실내는 볼만한 관광 코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