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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 ⓒ 철수와 영희

지난 5월, 난 '작은책 12주년 기념 강좌'를 듣고 기사를 썼었다. 그런데 반갑게도 최근 그 강의내용을 묶은 책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철수와영희)가 나왔다.


당시 난 근대사를 전공한 방송대 송찬섭 교수에게서 '작은책 12주년 기념 강좌'가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총 6강으로 이루어진 그 강의 수강료는 7만원이었고 매주 2강씩 한 달여에 걸쳐 이루어지는 강좌였다. 6명의 강사 중, 이미 안면이 있는 강사가 3명, 전혀 안면이 없는 강사가 3명이었다.


결정적인 문제는 바로 강의를 총 기획한 안건모 <작은책> 편집장을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난 당시 7만원의 강의료를 낼 형편이 아니었지만 강의가 너무 너무 듣고 싶었기에 강의가 시작되는 첫날, 1시간쯤 일찍 나가 사진으로만 얼굴을 익혀 둔 안건모씨를 기다리기로 했다. 나름대로 계산을 한 기습작전이었다.


중국집에서 자장면을 한 그릇 시켜먹은 후, 강의실 건물 입구에서 어정거리며 안건모씨를 기다렸다. 강의 시작 30여분 전, 드디어 사진에서처럼 활짝 미소를 띤 안건모씨가 한 남자와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난 무조건 앞으로 튀어나가 "안녕하세요? 안건모님이시죠?"라고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안건모씨는 잠시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어디서 본적이 있는지 기억을 되살리려 애쓰는 눈치였다. 난 재빨리 "저는 안건모님을 아는데요. 안건모님은 저를 모르실 거예요. 저 강의가 듣고 싶어 왔거든요"하자 금세 얼굴이 밝아지며 "아. 예 잘 오셨습니다"하는 것이다. 난 또 재빨리 "그런데요. 사실 제가 돈이 없거든요? 강의 잘 듣고 잘 정리를 해서 오마이뉴스에 올려드리는 것으로 강의료를 대신하겠습니다"라고 내 마음대로 강의료를 정해버렸다.

 

 안건모 < 작은 책> 편집장
안건모 < 작은 책> 편집장 ⓒ 이명옥

안건모씨는 기가 막힌지 '허허허' 너털웃음을 터트리더니 "아무튼 저녁이나 먹으러 갑시다"라며 중국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난 저녁을 미리 먹었으니 자장면을 시켜놓고 단무지를 맛있게 집어먹고 있는 안건모씨에게 마음 놓고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장면을 먹으며 강제 인터뷰를 당한 안건모씨를 따라 강의실에 따라 들어가 그의 강의부터 듣기 시작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노동자와 자본가 두 가지 종류의 사람들이 있죠? 자본가가 20%면 노동자가 80%인데 사람들은 대부분 자본가의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이 노동자라 는 생각을 선거 때에만 갖고 있어도 우리 사회가 변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는 거지요. 즉 20%의 생각이 80%를 지배하고 있는 것입니다."


안건모씨는 자신이 어떻게 책과 글쓰기로부터 변하게 되었는가를 이야기했고, 홍세화씨가 늘 주장하는 '의식의 탈의식화'가 세상의 노동자가 자본가에게 지배당하지 않는 방법임을 증명해 보였다.


 작은책 강의가 끝난 후
작은책 강의가 끝난 후 ⓒ 최상천

당시 안건모, 박준성, 홍세화, 이임화, 정태인, 하종강 등이 들려주던 역사의 진실을 접하는 순간 그동안 눈뜬장님으로 살았다는 사실에 분노하기보다 지금이라도 진실에 눈을 뜬 사실에 더 감격할 수밖에 없었다.


그 귀중한 강의 녹취록을 풀어 책으로 엮을 예정이라는 '철수와 영희' 출판사 대표는 매번 맨 앞자리에 앉아 열심히 녹음을 하고 있었고, 드디어 그 책이 엮여져 나왔다는 연락과 함께 귀중한 책을 건네받게 되었다.

 

강의를 듣던 것과는 또 다른 감동이 넘치는 책을 읽다가 감동을 주체할 수 없어, 강사 중의 한 분이던 박준성님에게 이른 아침에 감사의 전화를 넣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너무나 많은 거짓 희망에 둘러싸여 진실을 잊거나 왜곡하고도 아무런 자각 없이 살아왔다. 그런 우리의 역사적 문맹과 무지, 너무나 쉽게 망각하고 아무런 반성 없이 용서하는 태도가 80으로 남은 대다수 민중들이 20에게 지배당하는 구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또 물질을 앞세운 또 다른 지배와 종속 체제, 학력 줄타기, 학력 위조, 권력의 하층부라도 빌붙어 줄타기를 잘해야 살아남는다는 비굴하고 비정상적인 사고가 굳어지게 만든 것이다.


왜 80이 20에게 지배당하는가? - 작은책 스타가 바라본 세상

하종강 외 지음, 철수와영희(2007)


#철수와 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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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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