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논산공연 모습.
논산공연 모습. ⓒ 창작극회

전래동화 <콩쥐팥쥐>가 2007년에 다시 태어난다면? 전래동화 속 콩쥐가 순종적이고 희생적이었다면 2007년 판 콩쥐는 좀 다르다. 2007년 콩쥐는 할 말은 하고 주장할 것은 주장하는 당찬 소녀란다.

<콩쥐팥쥐>를 새롭게 각색한 창작마당극 '장도보고, 굿도보고 2007년 콩쥐와 팥쥐'가 전국의 오일장 재래장터에서 새롭게 태어났다. 민족의 최대명절인 한가위를 맞이하여 열리고 있는 이번 공연을 기획·연출한 홍석찬 감독(전주 창작극회 대표)을 지난 13일 창작소극장에서 만났다.

안소민(이하 안) : "연습이 한창이시네요. 공연일정이 빠듯한 걸로 알고 있는데..."
홍석찬(이하 홍) : "네. 내일은 강화도를 갈 예정이에요. 토요일엔 정읍 태인엘 갔다가 일요일은 쉬고 월요일엔 전주 남부시장에서 공연을 할 계획이죠. 그 다음엔 곡성, 그 다음엔 화개장터 그리고 부안 창북 초등학교 공연이 예정되어있어요. 그 전에는 논산과 서천 오일장에 다녀왔어요."

: "무대를 극장에서 재래시장 한복판으로 옮기셨어요. 재래시장에서 공연을 한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으셨는지."
: "곧 있으면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이 다가오잖아요. 대목을 맞이하여 재래시장을 살려보자는 의도도 있었어요. 그리고 시골에 있는 재래시장 주이용객들이 대부분 연극이나 영화 이런 문화적 혜택을 좀처럼 누리기 어려운 노인분들이 많잖아요. 이번 기회에 명절 분위기도 살리고 그들에게 재미있는 마당극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볼거리와 정이 넘쳤던 문화중심지, 재래시장


 홍석찬 감독
홍석찬 감독 ⓒ 안소민
: "원래 이번 공연은 '소외지역을 찾아가는 문화향수프로그램'의 일환이라고 들었어요. 언제부터 이런 프로젝트를 하게 된 건가요?"
: "원래 마당극 콩쥐팥쥐는 2005년부터 했어요. 그때는 기와지붕이 달려있는 곳에서 시작했죠. 예를 들면 한옥마을, 객사, 경기전 같은 전통가옥에서 했어요. 지역도 전주로 한정 했고요. 그러다가 작년부터 소외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뭔가 문화의 향수같은 것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고 이번 공연을 추진하게 된 거죠."

: "향수프로그램이라는 공연의 성격과 재래시장이라는 공연 장소가 잘 맞아떨어진 것 같아요. 감독님께 재래시장은 어떤 것인가요?"
: "우리 어렸을 적에는 뭐 볼거리가 마땅하지 않았어요. 지금과 같이 텔레비전이나 컴퓨터가 있던 것도 아니었고. 장날 시장에 가면 볼거리가 무진장 많았어요. 엿장수들부터 시작해서 유랑극단, 약장수, 각종 물건을 팔러 나온 장사꾼 등 장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다 신기하고 흥미진진한 존재였죠. 한마디로 옛날의 장터는 흥분과 즐거움이 넘치는 곳이었죠. 문화의 중심지라고나 할까."

: "그랬던 재래시장이 지금은 문화소외지역으로 바뀌었다니 격세지감을 느끼네요."
: "씁쓸한 일이죠. 물론 지금 재래시장을 지키고 있는 그분들도 그분 나름대로 고유의 문화가 존재하겠죠. 그러나 연극을 하는 저희 입장에서 보면 그분들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연극을 보러 오기도 힘들고, 그런 기회도 많지 않잖아요. 그래서 그분들에게 이런 문화를 접할 기회를 주자는데 목적이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 지역에 사는 어린 아이들과 학생들에게 그런 추억과 향수를 심어주고 싶었던 거죠."

학력위조 사건 패러디한 2007년판 콩쥐팥쥐


 공연을 재미있게 보고있는 학생들
공연을 재미있게 보고있는 학생들 ⓒ 창작극회

: "<콩쥐팥쥐>는 재작년부터 계속 해왔던 작품이에요. 뭔가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 "전래동화 <콩쥐팥쥐>가 원래 완주군 이서지역에서 태동한 이야기예요. 그런데 이지역 많은 분들이 의외로 모르시더라고요. 이서군에서 이미 학술조사까지 마친 상태예요. 우리 지역 설화를 널리 알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또 하나는, <콩쥐팥쥐>를 놓고 봤을 때 요즘 현실에 맞게 패러디와, 풍자, 해학이 가능했기에 그랬죠."

: "<2007 콩쥐와 팥쥐>에 등장하는 콩쥐는 똑똑하고 당찹니다. 아까 현실에 맞게 패러디, 풍자를 하셨다고 했는데 그럼 이번 작품은 어떤 점에 더 무게를 두었나요?"
: "올해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학력위조사건을 가미해보았어요."


 꽃신의 주인은 누구일까...관객중 한명이 꽃신을 신어보고있다
꽃신의 주인은 누구일까...관객중 한명이 꽃신을 신어보고있다 ⓒ 창작극회
: "아~ 학력위조가 어느 대목에서 어떻게 풍자되었나요? 궁금한데요."
: "콩쥐의 이모가 콩쥐를 시집보내기 위해서 전국방방곡곡에서 신랑감을 찾는 잔치를 열어요. 아, 근데 이 잔치가 팥쥐의 행패로 난리가 난 거라. 잘잘못을 가리기위해 사람들이 콩쥐와 팥쥐를 동헌으로 데려갔는데 팥쥐엄마가 팥쥐의 프로필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팥쥐의 학력을 위조한 거였어요.(웃음) 나중에 그 사실이 밝혀지고 팥쥐와 팥쥐엄마는 평생동안 사회봉사활동을 하게 된다는 결론이에요." 

: "재밌네요. 팥쥐엄마가 학력을 위조했다는 내용도 재밌지만 사회봉사활동이라는 결말도 쿨하네요.(웃음) 관객들 반응은 어떻던가요?"
: "다들 재밌어하죠. 풍물치고 노는 것도 재밌지만 마당극의 핵심은 뭐니 뭐니 해도 현실풍자아니겠어요? 요즘 한창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점을 시원하게 긁어주니까 더 재미있고 통쾌해하죠."

: "그럼 2006년판의 주제는 뭐였나요?"
: "그때는 '아동학대'였어요. 콩쥐아빠가 콩쥐를 새엄마한테 그냥 맡겨둔 채 나몰라라 집을 떠나버린 것도 엄연한 아동방임, 넓은 의미의 아동학대거든요."

: "아! 그렇군요. 그럼 내년에도 콩쥐팥쥐를 계속 올리실건가요?"
: "내년부터는 우리 지역의 다른 설화나 전설을 발굴해서 창작극으로 올릴 예정이에요. 우리 지역에 꽤 많은 전설이 있거든요. 정여립의 난이라든지, 임실의 오수의 개, 전주 한벽루의 각시바위이야기, 독립운동가 이석용 장군 등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이 많아요. 이런 전설들을 하나 둘씩 발굴하고 재해석해서 계속 선보일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목인데도 썰렁한 재래시장, 안타깝다


 요즘 사회적 이슈가 되고있는 학력위조사건을 패러디하기도 했다
요즘 사회적 이슈가 되고있는 학력위조사건을 패러디하기도 했다 ⓒ 창작극회

: "곧 있으면 추석도 다가오는데요, 며칠동안 들러본 재래장터 분위기는 어땠나요?"
: "그게~ 한창 대목 때인데도 너무 썰렁해요. 우리 재래시장이 이렇게까지 잊혀졌나 싶으니까 한편으로는 속도 상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오히려 몇 몇 분은 장사도 안 되는데 왜 이런 데 와서 훼방이냐는 듯 아니꼬운 시선을 보내시기도 해요. 그런데 막상 판이 벌이니까 차츰 즐거워하고 좋아하시더라고요. 많은 관심과 애정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재래시장이나 우리 전래동화나 모두요."

: "2007년에 재래시장에서 콩쥐팥쥐를 보았던 사람들은 모두 가슴에 향수어린 추억하나 가슴에 품게 되었을 것 같아요. '내가 어렸을 때 보았던 재래시장은 사람들의 시선속에 외면당하는 썰렁한 곳만은 아니었다. 콩쥐와 팥쥐라는 마당극을 보며 박수치며 웃고 떠들었던 기억이 있다'라고 회상할 수 있는 추억하나 간직할 테니까요."
: "그렇다면 저희로서는 더 이상 바랄 나위없죠."

: "남은 공연일정 모두 잘 마치시고 명절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 "이번 공연으로 인해 저희 극단 식구들 모두에게도 뜻 깊은 명절이 될 것 같네요."

한편 이번 공연은 오는 22일(토)까지 강화도, 정읍, 곡성, 화개장터, 부안 창북초등학교 등에서 계속된다.

덧붙이는 글 | 선샤인뉴스(http://sunshinenews.co.kr)에도 올립니다.



#콩쥐팥쥐#전주 창작극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가 아픈 것은 삶이 우리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도스또엡스키(1821-1881)-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