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이 획기적인 사업계획서를 가지고 은행에 가면, 없는 3년 치 실적을 가져 오라고 한다. 지난 3년 실적이 있는 후보? 이명박은 내년엔 망할 사람이다. (국민이) 어느 곳에 투자를 하겠는가? 대선 완주? 수평선 너머, 돛에 (지지율) 4.4%를 단 배가 보이지 않는가? 추석이 지나면 5%를 돌파할 것이다. 그리고 12월 20일, 돛에 반드시 51% 이상을 달고 (대한민국) 항구로 들어오겠다." 문국현 대선예비후보는 자신을 사업계획이 분명한 벤처기업에 비유하며 대선 완주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문 후보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실적(현대건설 대표이사와 서울시장 역임)은 완전 모래성 같은 것"이라고 지적하며 "과연 어떤 집안이 5년간 (이 후보의) 비리와 의혹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겠느냐, 현명한 국민들을 볼 때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대선을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이는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근처 모 음식점에서 '시민사회 청년 활동가 모임' 주최로 열린 '사람이 희망이다. 문국현 선배님과 청년세대 소주토크'에서 문 후보가 밝힌 내용이다. 저녁 7시 30분부터 밤 10시 30분까지 진행된 이날 소주토크에는 60여 명이 참석해 문 후보와 시종일관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 "한나라당은 중소기업은행 앞에 가서 사죄하라" 문 후보는 모두 발언에서 대선 출마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너무 절박하기에, 북한과 미국의 수교를 간절히 바라기에 출마를 결심했다. 시민운동 경력 24년, 회사입사한 지 34년 됐다. 입사 10년 만에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운동을 펼쳤다. 20개 이상의 단체에 직간접으로 후원하고 있다. 저는 경제, 환경, 문화, 역사, 시민운동 등 후원 분야에 따라 전문성을 다양하게 인정받는다. 그만큼 준비가 돼 있다. 한나라당이 중소기업 했던 사람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고 했는데, 제가 그랬다. '한나라당은 중소기업은행 앞에 가서 사죄하라'고. 전국 노동자의 93%가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가. 또 말은 바로 하자. 10년이 넘도록 정부가 관리하고 있는 현대건설(이명박)과 아시아인구 15억을 상대하는 유한킴벌리(문국현)를 어떻게 비교할 수 있나?" 이날 대화는 문국현 후보와 60여 명의 상호 토론에 가까웠다. 질문이 숱하게 쏟아져 자유로운 소주토크임에도 시간 조절을 하느라 애를 먹을 지경이었다. 다음은 참석자들과 문 후보가 나눈 질문과 답변을 간추린 내용이다. "국가보안법 폐지 찬성 단, 변화 관리 능력 우선돼야"
지난 2003년 한총련 의장을 역임했던 정재욱씨는 "민주노동당원이지만 다른 선택지로 문 후보의 가치가 있는지 알아보러 왔다"며 "제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생할 당시 법무부장관이 강금실과 천정배였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장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결국 이를 반대하는 권력·기득권·검찰 등의 문제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운동가로서는 국가보안법 폐지에 찬성 한다"면서도 "다만, 정치인으로서는 (국가보안법 폐지에 따른) 변화를 관리할 능력이 우선돼야 한다"며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국민을 설득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상대방을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국가보안법'이라는 하나의 사안에 국력을 소모하는 대신, 북한과 미국의 수교를 위해 노력하는 게 필요하다. 북미수교는 '빅뱅(big bang, 대폭발)'이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물론이고 개성공단, 북한 핵, 6자회담 등의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 남북문제는 정치를 먼저 내세우면 안 된다. 경제, 생태환경, 문화 등에서 협력하면서 정치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휴전협정에 따라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자동개입권은 아직도 유효한 상태다. 북미수교를 통해 여론을 모아 그 힘으로 함께 해결해야 한다. 남(북미)의 힘을 활용하는 슬기가 필요하다." 문 후보는 "북미수교를 간절히 원하기에 출마를 결심했는데, 최근 이명박 후보가 버시 바우 미 주한대사와의 면담에서 '이번 선거는 친북좌파와 보수우파의 대결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한, 철 지난 냉전사고를 듣고 제 결심이 옳았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원가공개, 후분양...국민들 400만원만 부담하면 돼" '정의평화기독인연대'에 몸을 담고 있다는 박은규씨는 "건설회사에서 상무로 근무하고 있는데 '삽질은 안 된다'는 문 후보의 생각과 1/4값 아파트 건설이 어떻게 가능한지 듣고 싶다"고 물었다. 문 후보는 "얼마 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는데 '1400억 달러의 외국자본을 유치했더니 엄청난 건설 수요가 생기고 있다'고 했다"며 "건설사들이 2012년 APEC 등 거대사업을 준비하며 집값이 3~4배 오르고, 호텔 숙박비가 400~500불로 치솟고 있는 러시아 등 해외로 눈을 돌렸으면 좋겠다"며 답변을 이었다. "정부가 짓는 아파트는 원가 공개를, 민간이 짓는 건 후분양을 하면 된다. 실제로 후분양을 통해 오세훈 서울시장이 평당 1750만원 하던 분양가를 1150만원으로 600만원 낮췄고, SH공사의 경우는 780만원까지 낮추기도 했다. SH공사의 780만원을 살펴보니 땅값이 380만원이고 건축비가 400만원이었다. 정부가 땅값을 장기 저리로 대신 부담하면 실제 국민들은 400만원만 부담하게 된다. 1/4값 아파트는 충분히 가능하다. 더욱이 후분양하고 원가를 공개하면 부정비리가 없어질뿐더러, 4~5단계를 거치는 대기업의 하청비리와 정경유착 문제도 해결된다." 노무현과 이명박은 '강', 문국현은 '유', 외유내강 문 후보는 답변 내내 그간 부족하다고 지적됐던 '대통령을 향한 권력의지'를 분명히 강조했다. 특히, 문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과 자신을 비교하며 다음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을 짚는 대목에서 눈길을 끌었다. "성격으로 비교하면 노무현 대통령은 '강'이다. 이명박 후보의 정치 방식도 강하고 독선적이라는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닮았다. 그러나 저는 '유', 외유내강이다. 지금은 통합과 대화가 필요한 시기다. '강'한 대통령은 어울리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의 개혁적인 뜻은 좋았다. 하지만 대화와 타협하는 실력이 모자랐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기득권층에 포위돼 버렸다. 최근 현대 정몽구 회장을 처리하는 것도 그렇다. 사람 처벌한다고 어떤 기업도 망하지 않는다. 원칙을 중시하는 대통령이 지도층에 대한 원칙을 훼손하며 하나(대기업)를 얻기 위해 모든 것(민심)을 잃어버린 셈이다." 유한킴벌리 175일 일하고 190일 휴식, 비정규직 해법 있다 권영길 후보를 지지하지만 개인적인 관심으로 참석했다는 이창희씨는 "KTX 여승무원, 이랜드 등의 사건을 어떻게 보느냐"며 "대통령이 된다면 비정규직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라고 물었다. 문 후보는 "제 두 딸들이 모두 비정규직이라 더욱 주시하고 있는데 비정규직의 해결방법은 구체적으로 갖고 있다"며 "잘 아는 이철 사장이 있는 KTX는 정말 이해할 수 없지만, 일반 기업들에 정부가 일일이 간섭할 수는 없다"고 강조하며 말을 이었다. "개발경제를 뒷받침하는 건설업 종사자 250만 명 중 95%가 비정규직이다. 건설업에 법으로 직접시공제를 51% 적용하면 그 51%는 정규직이 된다. 100만명이 넘는 숫자다. 노동법의 '근로시간 주 48시간 규정'에 처벌 조항을 만들면 그만큼 일자리가 늘어난다. 유한킴벌리는 175일 일하고 190일을 휴식한다. 이런 식의 근로환경을 전국에 확산시키면 일자리 500만개가 생긴다. 800만명의 실업자들 중 일부와 대부분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는 규모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큰 틀에서 보고 접근해야 한다. 말로만이 아니다. 유한킴벌리에서 아이엠에프 때에도 인력을 늘리며 그것을 증명했다." 이날 소주토크가 열린 음식점 한 벽면에는 문국현 후보가 내세운 '사람이 희망이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참석자들이 이 구호를 외치자 문 후보는 "제일 기억에 남는 대선 구호는 '못 살겠다 갈아보자'인데, 올해 대선은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웃었다. '사람중심, 진짜경제'가 답이라는 것이다. 독립영화 문국현, 블록버스터 이명박과 붙어도 승리한다
<시사인> 고재열 기자는 "시사인 창간호 구독자와 현재 문 후보의 지지율이 같은데 앞으로 선의의 경쟁을 해 보자"며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낸 뒤, "영화로 치면 블로버스터인 이명박과 독립영화인 문국현이 붙은 형국인데, 패배를 감안할 때 어떻게 아름답게 할 것인가도 중요한 것 같다"고 따져 물었다. 문 후보는 "지지율 51%로 반드시 대통령이 될 테니 패배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빌 클린턴 대통령은 '기업형 정부'를, 매르켈 총리는 '창조형 정부'를 내 걸고 성공했는데, 저는 '중소기업형 대통령'을 지향하는 '창조한국'으로 승리할 자신이 있다"고 패배 언급을 일축했다. "추석이 지나면 지지율 5%의 벽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그렇게 되면 (법으로) 언론에서 저를 다루게 돼 있다. 방송사부터 시작하면 종이 신문이 안 다룰 재간이 없다. 10월 중순 창당하고 10월말 대통합민주신당 등의 후보가 확정되면 기존 정당 쪽 인사들이 합류할 것이다. 제가 아직 명분만 내세운 국민후보이지만 여당과 개혁진영을 아우르면 대선에서 분명히 승리할 수 있다. 국민들이 통합신당에 보내는 신호는 나르시시즘(자기애)과 왕자병에 대한 퇴장이다. 신당 쪽에 좋은 분들이 많이 계신다. 하지만 정동영 후보가 확정되면 20%의 벽을 넘을 수 있을까. 그것을 가지고 승리한다고 이야기하면 이기적인 욕심이다. 통합과 미래로 대선을 내년 총선까지 내 달릴 때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 이날 참석자들 중에는 민주노동당원이라고 밝힌 이들이 꽤 됐고, 한나라당을 지지해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연거푸 패배했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국민후보를 내 걸어서일까. 문 후보는 60여 명에 불과(?)한 이들이 모인 장소에서 3시간이 넘도록 진지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노무현 대통령은 재벌을 너무 몰랐다" 문 후보는 끝으로 "'기부'를 얼마나 하느냐"는 어느 참석자의 물음에 이렇게 답변하며 말을 마쳤다. "대한민국에서 연봉을 가장 많이 받는 사람이다. 세금이 연 3억~4억 정도이고, 활동하는 스무 개 단체 후원 비용 등이 4억 가량 정도 되는 것 같다. 아쉬운 것은 기부금의 세금 감면이 소득의 10%까지라는 것이다. 그래서 기부금의 40%가 세금으로 나간다. 세계적으로는 50%까지 세금감면을 인정해 준다. 기부 문화를 활성화하려면 반드시 바꿔야 한다. 지도자의 희생 속에 국민이 행복하다고 믿는다. 아쉽게도 노무현 대통령은 재벌을 너무 몰랐다. 깨끗하고 따뜻한 번영을 이루고, 문화수준이 높은 나라를 만들고 싶다. 지도층이 깨끗해야 한다. 그래서 '법치'를 최우선으로 여긴다. 이용훈 대법원장이나 천정배 의원과 가까운 이유다. 반드시 12월 20일 '사람중심, 진짜경제'로 2천만 중소기업인들의 아픔을 달래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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