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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예비후보가 용산역에서 광주행 KTX에 오른뒤 손을 흔들며 '즐겁고 행복한 한가위가 되세요'라며 인사를 하고 있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예비후보가 용산역에서 광주행 KTX에 오른뒤 손을 흔들며 '즐겁고 행복한 한가위가 되세요'라며 인사를 하고 있다. ⓒ 윤대근

"여기서 1등하는 사람은 대한민국 전체에서 통하게 되어 있다."(정동영)

"29일 광주 경선은 이번 대통령을 결정하는 경선이다."(손학규)

"若無湖南 是無國家(약무호남시무국가, 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다)."(이해찬)

 

대통합민주신당 정치인들 대부분에게 광주는 특별하다.  5˙18 광주항쟁이 그 뿌리이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 경선중인 현재 상황에서는 2002년 3월 16일의 민주당 대선후보 광주경선의 기억도 특히 각별하다.

 

당시 민주당 3회 경선지인 광주에서 노무현 후보가 예상을 깨고 이인제 후보에 앞서 1위를 차지하면서,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대세론''을 형성했던 이인제 후보는 칩거뒤 복귀했으나 경선에서 중도하차했다.

 

당시 언론은 광주가 영남 출신인 노 후보를 선택한 것을 '지역주의' 벽을 넘어선 선택이라고 전했고, 이는 노무현 돌풍의 상징이었다. 노 후보는 결국 그 해 대선에서 광주 96.3%, 전남 92.9%, 전북 90.6%라는 압도적 지지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됐다.

 

광주경선에서 이겨 신당 후보가 된다 해도 본선 경쟁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광주경선이 대통령을 결정한다"는 표현은 어폐가 있지만, 신당의 손학규·정동영·이해찬 후보가  광주경선에 올인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이다.

 

세 후보는 추석 연휴 기간 내내 거의 광주, 전남 지역에 상주하면서 총력전을 폈다. 연휴가 끝나는 26일에도 손 후보는 광주 5·18기념문화회관에서 기자회견을 했고,  이 후보도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기자회견에 이어 선대위 회의도 열었다. 역시 광주전남을 누비고 있는 정 후보도 여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손-이 모두 "정동영과 경합 중"

 

경선을 3일 앞둔 현재 광주경선 판세는 어떨까. 정 후보 측은 "광주·전남 합쳐서 우리가 4.5, 손 후보가 3.5, 이 후보가 2 정도 되는 상황"이라면서 "절반을 차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누가 더 지지자를 끌어내느냐에 승패가 달렸다"면서 "특히 광주·전남 같은 데는 겸손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유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손 후보 측은  "광주에서는 손 후보와 정 후보가 2파전이고, 전남은 정 후보가 우세한 가운데 손 후보의 막판 추격이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추석연휴 전에는 정 후보가 상당히 우세한 분위기였는데, 추석기간에 수도권에서 내려간 귀향민들을 통해 손 후보에게 우호적인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찬 후보 쪽도 현재 "우리와 정 후보가 3.5 대 3.5 수준이고, 손 후보가 2인 상황"이라면서 "광주는 원래 손 후보-정 후보-이 후보가 5-3-2였는데, 10일 정도 전에 정 후보-손 후보-이 후보가 4-3-2 상황이 됐고, 손학규 후보의 칩거 상황 등을 거치면서 정 후보와 우리가 경합하는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손학규·이해찬 후보 측 모두 "정동영과 경합 중"이라는 주장이 눈에 띈다.

 

정 후보는 초반 4연전 1위 여세를 몰아 이른바 민주개혁세력의 성지인 광주·전남에서 승기를 굳히겠다는 생각이고, 칩거에서 돌아온 손 후보는 추격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광주 승리가 절실하다. '김대중과 노무현 지지세력 모두의 지지를 받는 후보'를 강조하는 이 후보도 광주·전남에서 승리해, 친노세력 강세지역인 30일의 부산·경남 경선과 연결시켜야 한다는 생각이다.

 

 경선 복귀 이후 첫 행선지로 광주 5.18묘지로 잡은 것은 29일 광주전남 경선에서 반전의 계기를 잡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경선 복귀 이후 첫 행선지로 광주 5.18묘지로 잡은 것은 29일 광주전남 경선에서 반전의 계기를 잡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 강성관

 

정대철 등 중진그룹-이낙연 등 민주당 출신 8인 '손학규 지지' 논란

 

경선이 뜨거워지면서 유력인사들의 지지를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손 후보쪽의 우상호 의원은 26일 오후 "지난 주에 정대철·문희상·유인태·김원기·김근태 등 중진 5인이 모인 뒤 '당 지도부가 조직동원 의혹에 대해 철저히 조사할 것으로 믿으며, 손 후보의 경선 복귀를 환영하고 격려와 힘찬 응원을 보내겠다'는 뜻을 전해왔다"면서 "정대철 전 의원과 문희상·유인태 의원 등 3명의 중진들과는 직접 통화해 손 후보 지지의사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후보 쪽은 " "당의 중진들을 대상으로 억지춘향식 지지를 끌어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다급한 상황에서 손 후보 쪽이 별 수를 다 쓰고 있다"는 분위기다.

 

<연합뉴스>는 이날 정대철 전 의원이 전화통화에서 "손 후보가 어려운 상황인데 지지요청이 있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며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는 없지만 손 후보가 잘 되기 바라며, 다른 중진들도 손 후보가 중도하차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에서 그런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우상호 의원은, 논란이 되고 있는 이낙연 신당 대변인 등 '민주당 출신 8인 모임의 손 후보 지지' 논란에 대해서도 "이 대변인이  공식적으로 선거운동을 한 게 아니라, 자신의 지역구를 방문한 손 후보에게 한 말인데 이를 선거중립 위반으로 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라면서 "이들이 왜 같은 호남출신인 정 후보가 아니라 손 후보를  지지하는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호남이 민주당 분당에 대한 앙금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정 후보가 대선후보가 될 경우 후보단일화가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손 후보 측은 지난 24일 이 대변인이 자신의 지역구인 전남영광을 방문한 손 후보에게 "그 여덟사람이 이번 경선과 관련해서 각자의 위치가 있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공개적으로 어떤 사람은 공개적으로 말은 않지만 그 여덟 사람이 의견을 모은 것이 있다, 적어도 이번 경선과정에서는 손학규 후보님을 지지하는 것이 우리의 명분에 맞다는 것이 여덟사람의 합치된 의견이다"라고 말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낸 뒤 취소한 바 있다.

 

우 의원은 보도자료 취소 이유를 "사실이 아니라  취소한 게 아니라 현장에 기자가 있었기때문에 그 기자가 보도하는게 낫다고 판단해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덟사람'은 이 의원을 비롯, 김효석 민주신당 원내총무, 박광태 광주시장, 박준영 전남도지사, 신중식 의원, 최일병 의원, 정균환 의원, 김영진 전 농림부 장관 등으로 민주당의 신당결합을 주도한 인사들이다.

 

이낙연 의원은 이에 대해 "8인모임 소속이었던 4~5명이 한달 전에  우리 취지에 근접한 분이 손 후보 아니냐는 의견교환이 있었다"면서 "어떤 행동이나, 지지결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정동영·이해찬 후보 측은 "자신의 지역구에 온 후보에게 한 덕담을 손 후보측 이 침소봉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으나, 손 후보측은 "광주·전남 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반기는 분위기다.

 

또 지난 17일 미국으로 출국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출국전에 박지원 비서실장을 통해 광주·전남 인사들에게 이해찬 후보 지지를 요청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이해찬 후보는 20일 오전 한명숙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광주5.18기념문화관에서 선대본부 회의를 했다. 이 후보는 29일 광주전남 경선을 앞두고 오는 23일부터 추석 날을 제외하고 27일 연설회까지 광주와 전남지역에 머물면서 반전의 계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해찬 후보는 20일 오전 한명숙 공동선대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광주5.18기념문화관에서 선대본부 회의를 했다. 이 후보는 29일 광주전남 경선을 앞두고 오는 23일부터 추석 날을 제외하고 27일 연설회까지 광주와 전남지역에 머물면서 반전의 계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 강성관

 

정동영 측, 이해찬 '관권선거'주장도... 19% 투표율 벗어날까

 

정동영 후보측은 이해찬 후보측을 겨냥해 관권선거를 주장하기도 했다. 문학진 선대본부장은 "장관급 공직자인 염홍철 중소기업특별위원장이 이 후보의 대전지역 선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고, 또 다른 장관급 공직자인 송철호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이 울산에서 이 후보 선거운동을 주도하고 있다"면서 "참여정부평가포럼이 조직적으로 이 후보 선거운동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은 전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측의 윤호중 의원은 "염 위원장은 사전에 선관위에 문의해서 정치활동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확인했다"고 반박했고, 이 후보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관권선거가 아니고 참여선거"라고 주장했다.

 

투표율도 문제다. 우상호 의원은 "다른 지역과는 달리 30%는 넘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누가 후보가 되든 지난 4연전과 마찬가지로,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김대중, 노무현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줬던 광주·전남에서 19%대 투표율이 유지될 경우 '버려진 경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02년 광주경선에서는 전체 선거인단 1941명 가운데 1572명이 투표, 투표율은 81%였다. 당시 선거인단은 대의원, 당원과 일반 국민 비율이 5:5 수준이었기 때문에, 현재의 완전국민경선과는 상황이 다르기는 하지만, 심리적인 영향은 크다.

 

29일 경선을 벌이는 광주 선거인단은 11만 353명이고, 전남은 13만 6163명으로 모바일투표와 여론조사를 제외한 전체 선거인단의 18%를 차지한다.


#정동영#손학규#이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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