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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5일자 YTN 보도
 9월 25일자 YTN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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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15일 미얀마 정부의 예고 없는 기름값 인상조치로 촉발된 미얀마 사태는 현재까지는 단순한 민생 시위의 형태를 띠고 있을 뿐 민주화 시위로 발전했다는 뚜렷한 징표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 왜냐하면 시위 현장에서 민주화 구호가 나오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내의 TV 뉴스나 신문 기사에서는 별다른 분석도 없이 단순히 외신 보도만을 근거로 이번 사태를 민주화시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시위의 성격이 어떻게 규정되느냐에 따라 미얀마 정부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을 수도 있고 혹은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번 사태의 성격 규정은 단순한 탁상공론이 아니라 현실적 의미를 갖는 일이 될 것이다.

최근 한국 언론의 보도 중 하나를 살펴보면서 시위 성격의 규정에 대한 한국 언론의 태도가 과연 공정하고 객관적인가를 생각해보기로 한다. 9월 25일 오전 11시 18분에 YTN에서 보도된 <미얀마 민주화 시위 중대 고비>라는 동영상 기사가 좋은 표본이 되리라 본다.

물론 이 보도에서 나타난 문제점이 한국 언론인들의 잘못에서 비롯되었다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외국 통신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데에서 발생한 착오라고 보는 편이 나을 것이다.

2분5초짜리 방송인 이 보도의 제목은 <미얀마 민주화 시위 중대 고비>이지만, 이 보도 어디에도 시위대의 구호가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다. “이제는 군사정권 타도 구호로 이어지면서 민주화 시위로 성격이 변했습니다”라는 단정적 코멘트에 대한 근거로 제시된 것은 다음의 다섯 가지뿐이다.  

첫째 “시위 행렬이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 아웅산 수지의 집까지 이어져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 “민주화는 반드시 올 것”이라는 아웅산 수지의 2006년 5월 인터뷰다.

셋째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미안먀 군부가 폭력적인 대응을 해서는 안 된다며 시위대에 지지의사를 밝혔다”는 점이다.

넷째 “노르웨이 노벨재단 이사장도 미얀마 시위의 정신에 대해 환영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다섯째 “라이스 미 국무장관도 미얀마 군부가 야만적이라며 비판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첫째 것을 제외한 나머지 네 가지 근거들은 시위 현장의 분위기에 대한 객관적 자료가 될 수 없다. 아웅산 수지, 달라이라마, 노벨재단은 친미적 성향을 갖고 있는 인물이거나 혹은 단체다. 그리고 라이스 국무장관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위의 보도에서 아웅산 수지의 인터뷰는 그나마 2006년 5월의 것이다.

한결같이 미국 편에 서서 미얀마 정부가 붕괴되기만을 바라는 사람들의 말을 근거로 미얀마 사태가 민주화 시위라고 규정하는 것은 어불성설일 것이다. 시위대가 어떤 구호를 외치고 있는가를 소개하지 않고서 미얀마 사태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은 성급한 일일 뿐만 아니라 무책임한 태도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시위대가 아웅산 수지의 자택을 향했다는 점 자체가 곧바로 이번 사태의 성격을 규정하는 직접적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이것은 일종의 정황자료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시위 주도세력이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 위해 고안해낸 기획작품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시위 주도세력이 아웅산 수지를 이용하려 한다고 해서, 이번 시위를 곧바로 민주화 시위로 규정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을 범하는 일일 것이다.

위와 같이 현재 국내 언론에서 인용하고 있는 외신 보도는 별다른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상태에서 미얀마 사태를 민주화 시위로 규정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외신에서 전달해주고 있는 자료들은 하나같이 친미적 인물이나 미국인들의 평가를 담고 있을 뿐, 정작 현장의 분위기를 전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이번 사건에 대한 각종 외신 보도에서 “목격자의 말에 따르면”이라는 말이 자주 언급되는 이유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카메라 기자가 현장을 찍고 있는데도 목격자의 증언이 필요할까? 현장 기자가 민주화 구호를 확인했다면, 굳이 목격자들의 말을 빌려 이번 사태를 민주화 시위로 규정할 필요가 있을까?

위와 같이 미얀마 사태는 별다른 근거도 없이 민주화 시위로 둔갑하고 있다. 현 단계에서는 엄연히 민생 시위인데도 이번 기회에 미얀마 정부를 압박하려는 세력이 이 사건을 호도하고 있는 것이다.

미얀마 사태를 민주화 시위가 아닌 민생 시위로 평가한다고 해서, 그것이 미얀마 시위대에 대한 모독이 되는 것은 아니다. 또 그것이 미얀마 정부에 대한 지지가 되는 것도 아니다.

미얀마 사태를 올바로 평가하는 것은 국제문제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객관화시키는 데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미얀마 사태를 어떻게든 민주화 시위로 규정하여 미얀마 정부에 대한 압박을 정당화하려는 불순한 세력의 의도에 휘말려들지 않도록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미얀마 시위대가 민주화를 지향하고 있다는 뚜렷한 증거가 나오면 그때 가서 민주화 시위라고 평가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태그:#미얀마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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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일제청산연구소 연구위원,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패권쟁탈의 한국사,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노비들,왕의여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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