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대립에서도 이념대립에서도 자유로운 손학규가 후보감." "DJ-노 대통령이 충청출신 이해찬 지원하면 한나라당 이긴다." "평화체제 시대의 준비된 대통령은 개성공단의 정동영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의 5·6번째 경선지역인 광주와 전남의 합동연설회는 그 이전 4차례의 합동연설회보다 뜨거운 열기를 보였다. 27 일 오후 2시에 합동연설회가 열린 광주 염주체육관은 총 9000석에 3000여명 정도가 들어왔다. 무대를 중심으로 오른쪽에 손학규, 가운데 정동영, 왼쪽에 이해찬 후보 지지자들이 관람석을 차지하고 막대풍선을 치고 연호하는 가운데 진행됐다. 손 후보 쪽은 짙은 녹색, 정 후보쪽은 주황색, 이 후보쪽은 옅은 노란색으로 통일했고, 각 지지자 규모는 비슷했다. 손학규 "광주에 상처드렸다면 빚지고 온 몸 던지겠다"
첫 순서는 손학규 후보였다. 칩거 뒤 첫 합동연설회에 나온 손 후보는 자신의 칩거 근거였던 충북의 '버스떼기' 의혹부터 거론했다. 그는 "충북인구 10%도 안 되는 지역에서 40% 표가 나온 것은, 어차피 이번 대선은 안될 것이므로 당권이나 공천이나 챙기자는 패배주의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신당의 경선에 빨간 경고등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손 후보는 "이명박의 가짜경제, 투기경제를 물리치겠다"면서, 자신의 경기도지사 재임시절 성과와 이명박 후보의 서울시장 때 성과를 비교했다. 또 "참여정부 실정의 책임자, 분당의 주역, 노무현 대통령의 대리인으로는 대선에서 이길 수 없다"면서 자신의 비교우위를 강조했다. 한나라당 경력을 사과하는 동시에 "과거를 넘어서자"고 호소하기도 했다. 손 후보는 "한나라당으로는 역사의 미래를 끌고 갈 수 없어서 신당에 왔고, 열린우리당 출신 동지들·민주당 출신 동지들·시민사회 출신 동지들도 그래서 다 모였다"며 "그런데 지금 현실은 어떠냐, 매일 과거 상처만 건드리고 있다"고, 자신의 경력에 대한 비판을 반박했다. 이어 "저는 엎드려 호소한다"면서 "제가 광주시민들과 다른 길에 있었던 것이 아쉽다, 상처를 줬다면 그 상처와 빚을 죄송스레 지고 민주평화개혁의 길에 온몸을 바치고자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자신을 "경기도 시흥 출신으로 영호남 지역 대립에서 자유로운 후보, 수도권 중부권의 중도세력 끌어들일 수 있는 후보, 진보와 보수·좌와 우를 크게 아우를 수 있는 후보, 남북을 아우를 수 있는 후보, 선진민주세력의 대통합 이룩할 후보"라고 표현했다. 연설이 끝난 뒤 그의 목소리는 쉬어있었다. 이전과는 달리 매우 격정적이고 격한 목소리였다. 손 후보측의 우상호 의원은 "후보가 절박하니까 그런다"면서 "어제 오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찬 후보는 지지자들이 '신의를 지키는 자만이 광주를 말할 수 있다'는 대형펼침막을 펼치는 가운데 연설을 시작했다. 이해찬 "망월동에 내 묏자리가 있다, 양심을 보여달라"
오전 방송토론에서 정동영 후보를 맹공했던 이해찬 후보의 연설주제는 '5·18'과 '이명박'이었다. 5.18 총상부상으로 지금까지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는 정영희씨 이야기로 말문을 연 이 후보는 "한나라당과 수구언론·이명박의 기세에 눌려 이번 대선을 포기하기에는 지난 27년 세월이 너무 안타깝다"면서 "행동하는 양심과 살아있는 광주를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80년 전두환 신군부에 고문당하고 재판받을 때도 '재판정에서 전두환 노태우를 감옥에 넣겠다'고 했고 그대로 실천했다"며 "민주세력의 힘"을 강조하기도 했고, "지금 이명박 정도되는 후보에게 정권을 뺏기면 언제 다시 권력을 찾아올지 알 수 없다"는 말을 반복하면서 위기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저는 유일하게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는 광주민주화 유공자"라면서 "망월동에 제 친구들이 누워있고 저는 그 정신으로 민주화운동과 정치를 하고 이 나라를 이끌어왔다, 망월동에 제 묏자리가 있기 때문에 저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광주와의 인연을 강조했다. 광주전남경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2002년 광주는 오로지 지역과 연고를 뛰어넘어 신의와 진실을 추구하는 후보, 정직한 후보를 선택해서 재집권에 성공했다"면서 "저 이해찬은 한번도 누구를 버려본 적이 없고, 박정희와 전두환 누구도 피해간 적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충청 출신인 자신을 지원하면 한나라당으로서는 이기기 어렵다는 논리로 비교우위를 설명했다. 또한 그는 "신당 경선은 초반부터 동원경선이다 뭐다 해서 말이 많았느데 이래서 어떻게 이기겠느냐" "한나라당에서 3등한 후보로는 한나라당 1등 후보를 이길 수 없다"고, 각각 정 후보와 손 후보를 비판했다. 이 후보는 "저밖에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서 "제가 책임지고 통합의 정부 만들어 사회통합·노사통합·지역통합·남북통합을 실현해내겠다"고 연설을 맺었다. 이 후보측의 윤호중 의원은 "감성에 호소하는 것이 주된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이해찬 후보쪽의 유시민 의원은 광주경선을, 지역연고가 있는 정동영 후보가 앞서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블랙박스 같다"고 표현했다. 뭔가 변화가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정동영 "차떼기 의혹 제기한 것에 대해 사과하라"
마지막에 나선 정동영 후보는 이날 오전 당이 '충북지역 동원선거 의혹과 관련한 현장실사를 벌였으나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밝힌 내용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차떼기 동원선거 의혹으로 비판받던 그로서는 족쇄가 풀린 셈이기 때문이다. 정 후보는 "누명 쓴 것도 억울하지만 당에 상처를 준 것이 더 억울하다"면서 "당이 근거없다고 밝혔다면 이제 도의적 양심적 책임을 지고, 정동영과 당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손 후보와 이 후보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울산과 충북에서 압승한 것은 광주전남이 압도적으로 밀어줘도 좋다는 신호"라면서 "29일 광주경선의 승리는 대선 승리의 점화식이 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전국에 대선승리의 들불을 놓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이어 광주와 각별한 인연이 있는 DJ를 거론했다. "김 전 대통령이 다음 대통령은 개성공단을 여러 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며 "개성공단 저 허허벌판에 철조망을 뚫고가서, 미국의 반대를 뚫고 미국의 수출통제법을 뚫고, 핵 위기 넘어서 남북관계악화속에 만들어낸 이 개성공단을 열개 만들라는 주문은 정동영이가 가장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을 평화협정 시대라는 천지개벽시대를 열어갈 준비된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후보와 자신을 대비해서 "불법 파헤친 언론인 출신·서민 출신·정치개혁 전도사·한반도 평화경제 설계도 만든 사람" 등이라고 표현했다. 정 후보는 손 후보와 이 후보가 현재 신당의 경선상황이 어렵다고 인정한 것과 달리 "국민의 참여가 높아지면 해결되는 문제"라면서 "모든 수단과 방법 동원해서 참여율 30% ,40%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손 후보와 이 후보에 대해서는 "능히 국가를 맡아 치세를 이룰 분들"이라고 평가하면서 "만약 제가 경선에서 졌을 때 이 분들이 원하면 선대위원장을 맡겠다"고 연설을 끝냈다. 이날의 고조된 분위기는 연설이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손학규 후보는 체육관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육성으로 연설을 했고, 이해찬 후보는 지지자들과 율동을 함께 했다. 정 후보측은 농악대가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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