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남인수(본명 강문수, 1921~1962)의 이름을 딴 가요제가 오는 10월 9일 진주성 야외공연장에서 개최되는 가운데, 찬반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경남 진주시와 진주MBC는 가요제 개최를 강행하고 있지만, 민족문제연구소와 시민단체는 항의할 계획을 세우고 있어 마찰도 예상된다.
올해로 12회째인 ‘남인수 가요제’에 대한 논란은 몇 해 전부터 있어 왔다. 2005년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인명사전 수록 대상자를 발표하면서 남인수를 포함시키자 진주지역 시민단체로 구성된 ‘친일잔재청산을위한진주시민운동’이란 단체는 가요제 명칭 변경을 촉구했다.
진주시민운동은 “남인수는 1948년 백범 김구 선생의 지시로 임시정부가 작성한 친일파 263명에도 포함된 인물”이라며 “막대한 시 예산을 들여 남인수 가요제를 여는 것은 국민적 가치관 혼란은 물론 민족성지를 껴안고 있는 진주인의 혼과 진주정신을 훼손시키는 결과”라 주장해 왔다.
남인수는 1943년 11월 해군특별지원령 시행에 맞춰 “반도의 핏줄거리 빛나거라 빛나거라 한 핏줄… 나라님의 병정 되기 소원입니다” 등의 가사가 들어있는 <혈서지원>이라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진주시민운동은 지난해 가요제 개최를 앞두고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 ‘명칭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며, 법원은 그해 12월 기각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남인수가 일제 군국가요 몇 곡을 불렀다는 것 말고는 반민족행위를 했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자료가 없고,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명단 역시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진주시는 남인수가요제에 예산 50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가요제는 매년 가을 개천예술제 기간에 열리고 있다. 처음에는 경남일보가 개최하다 몇 년 전부터 진주MBC가 주최해 오고 있다.
최근 진주MBC는 사보 <진주MBC 뉴스>를 통해 “새 지평 여는 남인수 가요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남인수 선생에 대한 엇갈린 역사적 평가로 지난해 개최여부 등 큰 진통을 겪기도 했지만, 남인수 선생의 가요계에 공헌한 공로와 업적이 공식적으로 인정되면서 올해는 보다 새로운 가요제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남인수의 공로와 업적에 대한 공식 인정’이란 표현에 대해, 진주MBC 관계자는 “지난해 법원에서 판결을 받았기에 그런 표현을 쓴 것”이라며 “사보는 직원용으로 만들어 배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주시민운동본부 박노정 공동대표는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냈던 것은 지난해 가요제 개최를 앞두고 급작스럽게 이루어졌다. 법원의 판단은 종합적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다. 지난해 개최와 관련해 가처분신청을 낸 것이지, 그것이 공식적으로 인정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홍보물 배포', 진주MBC '가요제 개최'진주시민운동은 오는 10월 9일 저녁 진주성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제12회 남인수 가요제” 때 항의하는 행동에 나설 계획이다. 박노정 공동대표는 “가요제를 개최하는 시간이 밤이라 집회를 열 수는 없을 것 같다. 시민들에게 남인수의 친일행적을 잘 알 수 있도록 홍보물을 만들어 배포할 계획 등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방학진 민족문제연구소 사무국장은 “친일파인 남인수의 이름을 딴 가요제 개최는 부당하다. 진주를 비롯한 서부경남지역에 회원들이 있는데, 회원들과 논의해서 반대하는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방 사무국장은 “남인수는 친일행위를 했고, 그래서 2005년 친일인명사전 예비명단에 포함시켰던 것이다. 당시 발표 이후 남인수가 친일행위에 대한 해명이나 번복할 만한 증거자료가 없었다”면서 “진주MBC와 MBC본사에도 여러 차례 가요제 명칭 변경 등을 요청했지만 묵살 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주시 관계자는 “지난해 시민단체에서 소송을 냈다가 패한 것으로 알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남인수에 대해 친일인명사전 등재를 최종 결정하게 되면 진주MBC도 회사의 명예를 더럽히면서까지 고집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최종 결정이 나면 그 때 가서 다시 논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진주MBC 관계자는 “가요제에서 남인수 명칭을 뺀다면 가요제를 할 의미가 없지 않나.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