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 구천동 계곡에 두 달 가까이 정화되지 않은 분뇨 침출수가 그대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문제의 화장실을 관리하는 곳은 구천동 국립공원관리공단이다.
추석인 지난 25일 무주 구천동 계곡인 무주군 설천면 두길리 수성대(水城臺)로 차를 몰았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관리하는 화장실 분뇨가 그대로 하천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제보를 접한 때문이다. 이날 오후 찾은 수성대는 구천동 3대 경승지답게 비경을 뽐내고 있었다.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망국의 비분을 참지 못해 자결한 구한말 학자 연제 송병선이 지은 서벽정(기념물 제80호) 바로 아래에 문제의 화장실이 자리잡고 있었다.
화장실에는 좌변기 14개와 소변기 5개가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화장실 아래쪽에 설치된 분뇨정화시설에서 바람을 타고 특유의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렸다. 분뇨를 정화하는 시설은 전원이 꺼진 채 작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가동상태를 알리는 센서도 먼지가 쌓인 채 꺼져 있었다. 수성대 계곡물과 불과 20~30m 떨어진 곳에 설치된 방류구도 역한 냄새를 토해냈다. 정화조 뚜껑을 열자 정화처리되지 않은 분뇨 등 오염물이 가득 쌓여 있었다.
인근의 한 주민은 "8월 초 부터 현재까지 두 달 가까이 정화시설이 작동을 멈춘 상태"라며 "정화되지 않은 오염된 물이 그대로 구천동 계곡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피서철인 8월에만 하루 수 백명의 관광객이 몰려 화장실을 이용했다"며 "많은 양의 오염된 물이 그대로 계곡으로 흘러 들어 갔을 것"이라고 혀를 찼다.
화장실과 인접해 살고 있는 한 주민은 구천동 국립공원관리공단을 한참동안 꼬집었다.
"지난 7월 말경 악취가 심해 살펴보니 정화시설이 가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바로 국립공원관리공단에 전화해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엎어지면 코 닿을 곳(구천동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수성대와 10 여분 거리에 있다)인데도 고치러 오지 않았다. 무려 5일간에 걸쳐 세 번을 전화했다. 늦게서야 도착한 국립공원관리공단의 한 담당직원이 귀찮은 표정을 짓더니 '(화장실을) 확 폐쇄시켜 버렸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한참을 투덜댔다. 그래서 그 직원의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다. 그때 '아차 내가 신고를 잘못했구나'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자체 정기 점검을 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랬더니 한 달이 넘게 안 고쳤다. 그래서 지난 9월 초에는 '설천발전회' 임원에게 얘기를 해 구천동 국립공원관리공단에 내가 보는 앞에서 정화조 고장 사실을 알렸다. 그런데도 추석때까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반면 국립공원관리공단측은 정화시설이 가동을 멈춘 동안에도 2차례에 걸쳐 방류구에서 침출수를 채취해 수질검사를 의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방류수를 채취하면서 정화시설 가동여부 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또 화장실 입구에는 '연락주시면 조치하겠다'고 적힌 '건의 및 신고안내' 문구가 붙어 있었다. '방류수 측정지점'이라고 새긴 푯말도 눈에 띄었다.
이에 대해 구천동 국립공원관리공단의 한 관계자는 28일 "오늘 오전 (기자의) 전화를 받고 확인해 보니 차단기가 내려가 있는 것으로 확인돼 조치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매주 한 번씩 화장실 내부를 청소하고 있다"며 "그동안에는 정화시설이 정상가동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주민에 의해 '화장실을 폐쇄시켜 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지목된 해당 직원은 "해당 주민이 화장실 창고에 농작물 등을 쌓아 놓는 등 사적용도로 사용해 창고를 폐쇄시켜 버리겠다는 의미로 한 말"이라며 "오해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해당 주민은 "당시 현장에서 창고 사용문제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고 창고 또한 관리공단측에서 사용해도 좋다고 해 쓰고 있는 것"이라며 "내가 한 두살 먹은 어린애도 아닌데 말귀를 못알아 듣겠느냐"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