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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통일로 가는 길, DMZ-개발이냐 평화냐, 지속 가능한 미래를 구상하자"를 주제로 총 4회에 걸쳐 DMZ 기획을 연재했습니다. 기획연재를 마치며 쓴 글입니다. [편집자말]
 임진강은 민족 분단의 상징이자 비무장지대 일대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하천이다.
임진강은 민족 분단의 상징이자 비무장지대 일대의 역사와 문화를 상징하는 하천이다. ⓒ 녹색연합


사실 제목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목은 그대로 둔 채, 내용만 수정할 요량입니다. 고로 'DMZ는 나에게 무엇일까?'가 이 글의 화두입니다. 이 질문은 또한 본 기획을 과감하게(?) 시작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제 물음은 분단이 남겨준 '뜻밖의 선물', DMZ에 대한 동경, 환상을 어떻게 구체적 감수성으로 바꿀 수 있을까 하는 문제였습니다. 느슨한 고리로 남아있지만 DMZ에 대한 제 첫 번째 인연은 군 복무와 관련됩니다. 영화로 유명한 'JSA'가 바로 제가 활동했던 무대였지요. 선글라스를 끼고, 특이한 자세로(우리는 그걸 코단 자세라고 불렀습니다) 군사 회담장을 지키던 일이 주요 업무였습니다. 그곳이 곧 금단의 땅, DMZ입니다.

저도 이시우씨처럼 국가보안법으로 잡혀갈까 무서워 자세한 이야기는 피하겠습니다만, 흥미를 돋우기 위해 영화 'JSA'의 오류 몇 가지를 정정해드리겠습니다. 이병헌이 북한 병사 송강호와 만나던 초소는 4초소라 불리는 곳인데요. 이곳은 그 유명한 '도끼만행사건' 이후로 폐쇄된 초소입니다. 또한 남북 병사가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건너다니는 것으로 묘사되지만, 실제로 이곳은 높은 철책과 시멘트 담으로 가로막혀 있습니다. 하나 더. 초소를 지키던 한국 병사 두 명이 동시에 초소를 비우는 것 또한 불가능한 일입니다. 끊임없는 통신점검에 보고해야 할 사항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었다가 석방된 이시우씨의 기소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캠프 보니파스에 보관된 화학무기를 세간에 알려, 군사기밀보호법을 위반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캠프 보니파스는 JSA를 지키던 병사들이 머무는 후방 기지인데요. 그 기사를 접하는 날 묘한 감정이 교차하더군요.

군의문사 추적 활동의 한 획을 그었던 '김훈 중위' 사건이 있던 때만 해도 저는 <조선일보>를 정독하는 평범한 '군발이'였습니다. 유엔사 소속임을 그저 자랑스럽게 생각할 뿐이었지요. 한국 헌병 앞에서도 꿀릴 게 없다는 사실은 멋진 일이었습니다. 한국 헌병은 나를 잡아갈 수 있는 관할권이 없다는 인식 정도는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바로 이시우 씨가 고군분투 싸워왔던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던 유엔사'의 정당성 문제와 직결된 문제입니다.

DMZ 관할권을 지금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유엔사는 도대체 무엇인가, 소속은 어디인가, 과연 실체는 있는가. 어쩌면 유엔사는 "점령군의 추억"에 묻혀 사는 50년대의 퇴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진도를 더 빼다가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잡혀들어갈지 모르겠습니다.

 대인지뢰대책회의에 따르면 아직까지 매해 최소 10명이 지뢰로 인해 피해를 입는다고 한다.
대인지뢰대책회의에 따르면 아직까지 매해 최소 10명이 지뢰로 인해 피해를 입는다고 한다. ⓒ 이시우
DMZ에 관한 호감은 대부분 독특한 생태계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 역시도 그러했고, 이시우씨도 그러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지금은 제 관심의 지평에 전혀 들어와 있지 않던, DMZ의 현실에 더 관심이 갑니다. 유엔사 문제도 그렇지만, DMZ 내에 광범위하게 매설된 지뢰 또한 여전히 현재진행형 사건입니다.

"DMZ에 매설되어 있는 100만 발 지뢰는 DMZ가 죽음의 땅인 것을 증명합니다. 어떤 지뢰 탐지기에도 끄떡없는 M14 플라스틱 대인지뢰를 비롯, 세계최고의 배설밀도를 자랑합니다. 지뢰밭은 제거에 60년 이상 소요되고 14조 이상 경비가 든다고 하는데, 이 엄청난 문제를 외면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봅니다."

너무나 매몰차게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 조재국 집행위원장은 말합니다. "지뢰지대로 남아있는 한 보존은 의미가 없고, 지뢰를 제거하면 자연이 파괴될 것이 분명하므로 군사시설과 지뢰문제를 고려한 논의가 필요"한데, 현실성 없는 공론을 계속하는 동안 지뢰피해자 등 현지인들의 고통만 더해갈 뿐이라고 지적합니다.

저의 막연한 생태적 호기심이 찬물을 뒤집어쓴 느낌이었습니다. 그렇다고 DMZ의 생태적 가치가 전혀 무의미하다고 정리한 것은 아닙니다. DMZ는 분명 독특한 자연경관과 생물다양성을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는 귀중한 자산이라고 봅니다. 시계청소를 위한 산불이든, 철책이든 간에 50여년간 독특한 형태로 형성되고 보존된 DMZ는 전 세계의 명물이며, 동북아 평화의 새로운 가능성의 지대임에 틀림없습니다. 다만, 정부의 입장, 지자체의 개발계획, 대선주자들의 공약 등이 서로 얽혀, 상호 모순적이고 충돌하는 지점이 많은 것에 대해 분명하게 짚고 싶다는 생각은 분명했습니다.

"멸종위기종 1급 7종, 멸종위기종 2급 34종이 서식하거나 찾고 있는 곳이 DMZ입니다. 한반도 허리를 둘러친 철책은 비극적인 사건이지만 뭇 생명들의 입장에서 보면 더 없이 안전하고 고마운 공간입니다. 사람의 입장에서는 분단의 상처이지만 이들 입장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생명의 띠입니다." 'DMZ생태연구소' 김승호 소장의 말입니다.

 한국정부는 2005년에 민통선 주위에 사는 민간인들을 위해서 TV, 라디오, 팸플릿 등을 통하여 지뢰 사고 방지 교육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방지역에 사는 시민들과 인터뷰한 결과 아무런 지뢰 방지 교육을 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한국정부는 2005년에 민통선 주위에 사는 민간인들을 위해서 TV, 라디오, 팸플릿 등을 통하여 지뢰 사고 방지 교육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방지역에 사는 시민들과 인터뷰한 결과 아무런 지뢰 방지 교육을 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 이시우

생태계의 가치를 발견하거나 보전이냐, 개발이냐를 주장하는 것은 결국 문화의 시선에 달려있습니다. DMZ의 보전, 평화적 이용을 논하는 것은 결국 우리 사회 통일과 남북교류를 대하는 시선의 문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DMZ에 관한 무궁한 상상력을 우리 사회 정치인들이 앞장서 외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이에 반해 DMZ 문제를 오랫동안 고민해 왔던 각계 민간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우려를 표하는 것은 사뭇 대조적입니다.

DMZ야말로 상상력이 필요한 공간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DMZ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접근했던 많은 전문가, 활동가들이 정치인들의 상상력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전히 잘 새겨두어야 할 DMZ의 현실입니다.

DMZ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환경부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지정을 DMZ의 미래로 설정하고 있다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남한과 북한의 합의라고 합니다. 일단은 지금 솟구치듯 논의되고 있는 개발 계획과는 근본부터 어울리지 않는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네스코와 무관하게 결국 가장 중요한 일은 DMZ에 대한 북한의 입장입니다. 우리의 모든 논의의 한계도 거기에 있습니다. 앞으로 평화체제가 본격화되면, 유엔사 문제나 DMZ 중무장 문제를 거론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DMZ의 생태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를 놓고 남한과 북한이 한바탕 논쟁하는 것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북한이 DMZ의 보존 가치를 더욱 강하게 인식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아름다운 통일로 가는 길에 DMZ가 놓여 있다는 사실입니다.


#DM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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