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회화와 같은 시각예술이고 최종 결과물도 평면으로 발표되지만, 회화와는 전혀 다른 특성을 갖고 있다. 제작과정에서 카메라는 도구를 사용하고 광학과 화학적인 프로세스를 이용한다는 점에서도 다르지만, 그 태생의 배경도 회화는 원시인들의 동굴벽화에서부터 자연스럽게 발생하였지만 사진은 과학기술의 산물이자 정치·경제·사회문화적인 현실의 산물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진은 발명 당시부터 현실 그 자체로 오해받아왔다. 하지만 1950년대 후반부터는 단순한 기계적 재현의 수단이라기보다는 표현매체이자 특정한 현실을 과장하게 보여주는 매체라는 것이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특히 19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미술에서는 특정한 허구나 꿈과 상상력을 표현하는데 좀 더 적극적으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정원은 2006년도 여름에 무작정 프랑스를 여행하면서 일상적인 공간에서 회전목마가 있는 풍경을 발견하면서 어릴 적 경험과 꿈을 추억하게 되었다. 그래서 ‘회전목마’를 만날 때마다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찍었는데, 특히 밤에 찍은 회전목마 사진은 동화책이나 그림책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작가는 촬영 이후에 후처리 과정에서 특정한 컬러를 강조하여 보는 이들의 감성을 좀 더 자극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그리고 전시작품의 액자도 작품의 내용과 부합되게 금빛의 컬러로 택하였다. 그리고 프린트를 한 다음에도 사진을 코팅하여 유치한 느낌이 들게 하였다. 전시 작품의 프린트도 대형으로 하여 보는 이들의 시각을 효과적으로 자극한다.
작품 한 장 한 장을 볼 때마다 어릴 때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감상에 젖게 한다. 그것은 사진메커니즘의 특성과 날씨 그리고 작가의 감성과 이성이 효과적으로 작용하여 생긴 결과이다.
정원의 이번 전시회는 보는 이들의 감성을 자극하면서도 이성도 함께 자극한다. 프랑스의 특정한 문화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현대미술과 현대사진은 관람객들의 감성에 호소하기 보다는 텍스트화되어 이성을 더 자극한다. 하지만 정원의 회전목마를 찍은 사진은 감성적이면서도 작가의 미적 주관과 이성을 모두 느끼게 한다. 1970년대 한국의 어느 골목 풍경을 떠올리게 하는 전시회이다.
덧붙이는 글 | 기간 2007-09-19~2007-10-02 장소 토포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