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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까지 서늘해지는 가을이다. 청명한 하늘 아래 억새가 한들거리는 길을 걷다보면 보랏빛으로 익어 가는 작은 열매를 볼 수 있다.

 며느리배꼽의 열매는 접시에 놓인 작은 꿀떡처럼 보인다.
며느리배꼽의 열매는 접시에 놓인 작은 꿀떡처럼 보인다. ⓒ 김계성


바로 며느리배꼽의 탐스런 열매다. 며느리배꼽은 배꼽 모양의 둥근턱잎과 올라붙은 잎자루가 배꼽같이 보인다고 하여 배꼽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열매가 살짝 벌어진 듯한 꽃은 여간해선 보기 힘들다.
열매가 살짝 벌어진 듯한 꽃은 여간해선 보기 힘들다. ⓒ 김계성

열매는 눈에 잘 띄지만 꽃은 여간해선 보기 힘든 게 바로 며느리배꼽이다. 열매가 익기 전에 잠시 피는 둥 마는 둥한 연녹색의 꽃은 작기도 하지만 열매가 벌어진 듯한 꽃이 열매와 헷갈리기 때문이다.

꽃이 피기 전의 봉오리는 약간 갸름한 편이며 수분 후에는 연녹색에서 보랏빛 또는 자줏빛으로 동글동글하게 익어간다. 그 열매는 접시에 담긴 작은 꿀떡처럼 보이기도 한다.

 진보랏빛으로 익어가는 열매의 모습이다.
진보랏빛으로 익어가는 열매의 모습이다. ⓒ 김계성


며느리배꼽의 줄기와 잎맥에는 작지만 억센 가시가 촘촘하다. 들녘을 걷다가 종아리를 스치는 따가움을 느꼈다면 십중팔구는 며느리배꼽과 며느리밑씻개와 환삼덩굴 중 하나일 것이다.

며느리배꼽과 며느리밑씻개는 같은 식물로 보이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며느리배꼽은 둥근 삼각형 잎을, 며느리밑씻개는 약간 날카롭게 뾰족한 삼각형 잎을 하고 있다. 또한 며느리배꼽은 잎자루가 다소 위쪽에 붙고 며느리밑씻개는 잎의 끝에 붙는다. 며느리배꼽은 진보랏빛 열매가 둥근 포엽 위에 주렁주렁 달려 있어 며느리밑씻개와의 구분은 별로 어렵지 않다.

 며느리밑씻개의 꽃과 잎, 잎의 끝에 잎자루가 달려있다.
며느리밑씻개의 꽃과 잎, 잎의 끝에 잎자루가 달려있다. ⓒ 김계성


 며느리배꼽의 잎, 잎에 약간 올라 붙은 잎자루가 보인다.
며느리배꼽의 잎, 잎에 약간 올라 붙은 잎자루가 보인다. ⓒ 김계성


엄연한 가족의 구성원이면서도 제대로 된 대접을 받지 못한 이 땅의 며느리들,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 벙어리 3년의 세월…. 고부간의 갈등을 빗댄 야생화들은 하나같이 슬픈 전설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지나는 길손의 바지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지려 함인가.

며느리자가 붙은 꽃을 볼 때마다 애처로운 생각이 들곤 한다. 며느리배꼽의 삼각형 잎은 씹어보면 약간의 새콤한 맛이 우러난다.

보랏빛으로 익어 가는 열매가 뭔가에 의해 파헤쳐져 검은 씨앗이 불거져 보인다. 누군가 일없이 손톱으로 그리했을 리는 만무하고, 궁금증만을 자아내는데 얼마지 않아 열매 뒤에서 노린재 한 마리가 나타났다. 자연의 신비함! 며느리배꼽 열매의 껍질을 벗긴 것은 노린재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뭔가에 의해 파헤쳐진 열매에 씨앗이 불거져 보인다.
뭔가에 의해 파헤쳐진 열매에 씨앗이 불거져 보인다. ⓒ 김계성


 노린재가 나타나 며느리배꼽 열매 주위를 서성이고 있다.
노린재가 나타나 며느리배꼽 열매 주위를 서성이고 있다. ⓒ 김계성


며느리배꼽은 들에서 흔히 자라는 풀로서 길이 1∼2m이다. 갈고리 같은 가시는 다른 물체에 잘 붙어 자란다. 잎은 어긋나고 길이 3∼6cm이며 잎 가장자리가 밋밋하고 뒷면은 흰빛이 돌며 잎맥을 따라 잔가시가 있다. 꽃은 엷은 연녹색으로 7∼9월에 피고 수상꽃차례로 달리며 꽃이삭 밑에 잎 같은 포가 있다. 열매는 달걀모양의 구형이다.

황금 물결이 넘실대는 풍성한 가을들녘이다. 살랑살랑 코끝을 간질이는 바람을 맞으며 잠시나마 들꽃과 함께 하는 허리 쉼은 삶을 재충전하는 지혜가 될 듯싶다.


#며느리배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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