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엄마 나 설거지 하고 싶어!"
 
6살 된 손자가 그러자 제엄마는 "그래 이리 와서 엄마가 닦은 거 잘 헹구어봐"한다. 제 엄마가 해보라는 소리에 얼른 의자를 갖다놓고 그위에 무릎을 끌고 앉아서 설거지를 하기 시작한다. 난 속으로 '설마 설거지를 하라고 할까?' 했었다. 어린 것이 설거지를 하면 일이 더 많아 질 수 있어 귀찮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빚나가고 말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제 엄마 옆에서 설거지를 하는 우진이는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니었다. 닦아 놓은 그릇을 만저보니 뽀드득 뽀드득 소리가 나는 것이 아주 깨끗하게 잘 닦았다. "어 우진이 설거지 깨끗하게 잘하는데"라고 칭찬을 해주었다.
 
 
제 형이 엄마를 도와 설거지를 하는 모습을 본 작은손자(우협이)도 서툰 말로 "내가 내가"하더니 의자위로 올라가 서서 설거지 하는 시늉을 한다. 셋이 나란히 서서 설거지를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우진이가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닌데."
"응, 엄마 집에서도 가끔 지가 한다고 해. 그럼 난 그냥 놔둬. 요즘은 남자들도 어릴 때부터 집안일을 배워야 한다니깐."
 
 
 
 
그리고 어제(5일) 저녁 딸아이집에 잠깐 들렀다. 집에 들어가니깐 거실에서 두 손자가 빨래를 개고 있었다. 난 그모습에 "어머나 우진이,우협이가 빨래도 개네. 할머니가 할게. 우진이, 우협이는 TV나 봐"라고 했다.
 
그러자 우진이는 "그럼 할머니는 큰 빨래만 개. 난 양말갤 테니깐"하는 것 아닌가. 양말을 개는 우진이를 쳐다봤다. 양말을 개는 것이 보통 솜씨가 아니었다. 정확하게 짝을 찾아 양말 한 쪽에 다른 양말을 넣어 찾아 신기 좋게 개고 있었다. "야 우리 우진이가 양말 개는 솜씨도 아주 대단해요"하면 칭찬을 해주니 우진이는 싱글벙글한다.
 
 
"할머니 여기(왼쪽) 작은 것은 우협이 양말이고 이쪽(오른쪽)은 내 양말이야" 한다. 딸아이는 "엄마 바쁠 때는 우진이가 빨래 개주면 얼마나 도움이 되는데"라고 말한다. 그때 딸아니는 주방에서 바쁜 저녁준비를 하고 있었다. 
 
"엄마 얘네들이 어른이 되면 지금 남자들처럼 집안일을 안 하면 큰일 나. 아빠도 그렇잖아. 지금은 그래도 많이 나아졌지만 그정도 같고는 어림도 없지. OO도(제 남동생) 자꾸만 시켜야해. 직장생활하는 사람이 안 힘든 사람이 어디있어. 그애 결혼해서도 집안일을 지금처럼 안 해봐. 맨날 싸우지. 그래서 어렸을 때부터 생활화가 되어야 해."
 
하기사 손자들이 나름대로 집안일을 도와 주는 것은 평소 제 아빠가 집안 일을  잘 하는 것을 봐와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위는 딸아이가 바쁠 때는 마트도 가고, 저녁 때 어린이집에가서 아이들도 데려온다. 또 아이들이 아플 때는 병원에도 잘 데리고 간다. 어른들의 좋은 모습을 보면 아이들은 말을 안해도 자연스럽게 따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제 아빠가 하는 모습을 보고 큰 손자가, 또 작은 손자가 따라 하는 것을 보면 '어른은 아이의 거울, 본보기'란 말이 새삼 실감이 나기도 했다.  

#집안일 #손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주로 사는이야기를 씁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