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적으로 논다! – 쉽지! 즐겁지! 유쾌하지!”라는 주제로 진행된 제3회 서울와우북페스티벌에는 지난 5월 17일에 타계하신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을 기리는 마음을 담은 프로그램들이 준비되었다.
10월 6일 토요일 오후 3시에는 책놀이터에서 극단숨은그림의 ‘꿈꾸는 종지기 권정생’이라는 공연이 진행되었으며, 오후 4시 30분에는 야외무대에서 아동문학가 故 권정생 선생 그림동화 낭독릴레이가 진행되었다.
책놀이터에서 진행된 극단숨은그림의 ‘꿈꾸는 종지기 권정생’은 故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 속 주인공들이 무대 위로 나와 이야기가 전개되는 마임극이다. 막이 오르면 인자한 노인이 무대 위로 걸어나와 힘겹게 종을 울린다. 그리고 뒤이어서 故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 속 주인공들이 하나둘 무대 위로 올라온다. 남자배우 한 명과 여자배우 두 명이 출연하는 공연에서 아이들은 배우들의 손짓과 표정에 매료되었다. 지나가는 어른들도 발길을 멈추고 이들의 공연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했다.
나비가 날아와 살포시 앉기도 하고, 어린 아이들에게 꽃을 한 송이씩 나눠주기도 하면서 배우들은 관객과 함께 호흡하려 했다. 공연이 작품의 단편적인 내용이었지만 각각의 장면 속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배우들의 연기가 진지했기 때문이었다. 짧은 마임공연이 끝나자 배우들은 관객들과 함께 간단한 마임을 소개했다. 나비, 꽃, 등 손으로 만들 수 있는 다채로운 사물들을 보며 어린 아이들은 자신의 손으로 각각 새로운 창조물을 만들어냈다.
한편 야외무대에서 진행된 ‘아동문학가 故 권정생 선생 그림동화 낭독릴레이’는 미리 신청한 사람들과 현장에서 접수된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는 시간이었다. 60여명의 어른과 어린이가 故 권정생 선생님의 작품 중 살구나무집 할머니, 강아지 똥을 포함한 다섯권의 책을 낭독했다. 한 사람 당 한 페이지의 분량이 주어졌으며 앞 사람이 읽은 부분에 이어서 읽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낭독릴레이는 소출력라디오 마포FM에서 진행했으며, 이날 참가자들이 읽은 동화는 오디오북CD로 제작해 참가자들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낭독릴레이의 첫번째 주자였던 정현정 어린이는 살구나무집 할머니의 첫번째 페이지를 또박또박 읽어내려갔다. 무대에 오르기 전 떨린다던 표정과 사뭇 다르게 진지한 표정이었다. 성미산학교 아이들, 어머니와 자녀, 옹달샘도서관 관장님 등 다양한 참가자들의 모습만큼이나 각각 책 읽는 소리가 남달랐다. 그러나 모두가 한결같이 진지하게 책을 읽어내려갔던 것은 참가자 모두에게 故 권정생 선생님을 기리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1969년 단편동화 ‘강아지 똥’을 발표하여 월간 기독교교육의 제1회 아동문학상을 받으며 동화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한 故 권정생 선생은 어린이들에게 따뜻한 마음을 품을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을 창작했다. 그는 벙어리, 바로, 외로운 노인, 강아지 똥 등 힘없고 연약한 주인공들을 통해 자연과 생명, 어린이, 이웃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했다. 故 권정생 선생을 기리는 프로그램은 7일에도 계속된다. 7일 오후 1시 30분에 야외무대에서는 북캐스터가 읽어주는 ‘故 권정생 선생 작품 낭독회’가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