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일곱 살인 아들 강민이는 몸무게가 16킬로그램이다. 강민이가 처음 태어났을 때 참 기뻤다. 나의 2세가 태어났다는 그 뿌듯함. 게다가 잘 생기기까지 했으니. 가끔 아빠 닮아서 잘 생겼다는 말을 들을 때면 그야말로 기분 최고였다. ‘음, 아빠 닮아 잘 생겼으니 이제 엄마 닮아서 건강하기만 하면 되겠구나. 아들아, 부디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그렇게만 되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생각에 체격이나 건강만큼은 제발 아빠를 닮지 않기를 바라면서 하루하루 아들이 자라는 모습을 지켜봐 오기를 7년, 이제는 마음을 비워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들은 얼굴뿐만 아니라 체격까지 아빠인 나를 빼 닮았다. ‘삐쩍 말랐다’는 말로는 약하다. 이 말로는 아들의 몸매를 제대로 표현할 수 없다. 아들의 벗은 모습을 보면 아빠인 나마저 낙담할 수밖에 없다. 앙상한 갈비뼈가 울퉁불퉁한 아들의 모습은 영락없는 소말리아 난민 어린이다. 약골인 아들 강민이 아들의 체격관리를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을 해 보았지만 별 효력이 없었다. 맛있는 걸 해 줘 봐도 통 먹지를 않는다. 식성까지도 아빠를 닮아 도대체 뭘 먹지를 않는다. 뭐 좀 먹일라치면 별 '쌩 쇼'를 다해야 한다. 별별 말로 달래고 구슬리고 해서 겨우 몇 숟가락 먹이는 게 고작이다. 기본 골격이 작은데다 통 먹지를 않으니 왜소하고 약할 수밖에. 이번 추석 때 고향엘 갔더니 식구들이 난리였다. “아들이 저 지경이 되도록 뭐 하고 있었느냐? 뭘 좀 해 먹여라!” 이런 저런 질책과 주문이 쏟아졌는데, 그 중에 태권도를 시켜보라는 의견이 있었다. 운동을 시키면 밥도 잘 먹고 몸도 튼튼해지고 정신적으로도 강해질 거라는 조언이었다. 집으로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하다 식구들의 강력한 권유도 있고, 또 그렇잖아도 초등학교 들어가면 운동을 하나 시키려고 생각하고 있던 터라 이 참에 시작하자 싶어 10월부터 집 근처에 있는 태권도장엘 보냈다. 그런데 태권도를 시작하고 이틀째 되는 날, 아들이 다리가 아프다고 찡얼거렸다. 도장에 겨우 이틀 다니고 나서 벌써 가기 싫었나 싶어 “얼마나 아픈데?”하고 물었다. “많이 아파!” 아들은 왕짜증을 낸다. “엄살은! 한 번 걸어봐.” 웬 엄살인가 싶어 걸어보라고 했더니 아들의 걸음걸이가 불편해 보였다. 다리를 좀 저는 것 같았다. 다음 날 병원으로 데려갔다. “다리 관절이 좀 부었네요. 아이가 뭐 무리한 것 있으세요?” 의사 선생님이 물었다. “예, 태권도장에 이틀 다녔는데요.” “음, 한 2~3주간은 운동을 시키지 마세요. 심하게 뛰어 놀지도 못하게 하구요.” 세상에, 겨우 이틀 태권도장에 갔다고 다리 관절이 부었단다. 이틀 동안 무슨 대단한 운동을 했다고. 하지만 뭐 관절이 부었다니 어쩔 수 없이 태권도는 한 달간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어쩌면 좋아요? 저렇게 약해서, 내년이면 초등학교 들어가는데.” 아내가 걱정스러운 듯이 한 마디 한다. “그러게 말이야. 제발 ‘왕따’는 당하지 말아야 하는데.” 어릴 적 왕따의 아픈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이 점이 제일 걱정스럽다. “그래도 강민이가 우유는 잘 먹으니까 앞으로 튼튼해지겠지 뭐” 나는 우유에 마지막 희망을 걸며 말했다. 외삼촌이 사준 생일선물
그런 일이 있은 며칠 후, 처남이 아들을 불러냈다. “강민아, 외삼촌이 생일 선물 사줄게.” 강민이 생일 지난 지 며칠이 되었는데, 새삼 처남이 생일선물을 사 주겠다고 아들을 불러냈다. 그리고는 아들에게 자전거를 하나 사 주었다. “강민아, 자전거 맘에 들어?” “응, 좋아!” “그럼 자전거 열심히 타서 다리에 힘 많이 길러. 알았지?!” “응” 처남과 아들과의 대화이다. 조카 건강해지라고 생일을 핑계삼이 자전거를 선물한 처남. 아빠인 나는 아들에게 장난감 하나 사 줄때도 가격이 비싸면 망설이곤 했는데 자전거를 선뜻 선물하는 처남이 참 고맙고 대견스러웠다. 총각이라 자기 용돈 쓰기도 빠듯할 텐데. “총각이 무슨 돈이 있다고 이런 걸 사.”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처남에게 한 마디 했다. “괜찮아요. 강민이가 좋아하면 저는 그걸로 기쁩니다. 열심히 타서 다리에 힘 좀 생겼으면 좋겠네요.” 처남의 대답은 다시 한 번 내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지난 토요일(6일), 아들은 아직 포장도 다 뜯지 않은 자전거를 끌고 집 앞의 초등학교를 향했다. 아파트 주차장에서부터 학교 운동장까지는 겨우겨우 자전거를 타고 갔다. 좌우로 삐쭉거리며 느림보 소걸음으로 운동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운동장에서는 자전거가 말을 듣지 않는다. 운동장 바닥이 모래여서 그런지 아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는 쉽사리 앞으로 나가지를 않는다. “아이, 자전거가 왜 이래. 바퀴가 잘 안 움직여.”
아들은 기어이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아빠가 좀 밀어줄까?” 자전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아들은 신이 났다. “아빠, 이 세상에서 내 자전거가 제일 빨라!” “그럼, 당연하지!” 아들의 자전거를 밀면서 속으로 말했다. ‘강민아, 앞으로 자전거 열심히 타서 건강해져라. 그래서 외삼촌과의 약속 꼭 지켜라.’ 그리고 나는 확실히 믿는다. 처남의 소망대로 이 자전거를 통해서 아들 강민이가 튼튼해지고 건강해 질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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