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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 이를 평가하는 다양한 학계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9일 통일연구원 주최로 '2007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 평화·번영'이라는 제목의 토론회가 서울 프라자 호텔에서 열렸다.

 

첫 발제자로 나선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번 남북정상의 합의는 조지 부시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에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처음으로 공식적 화답을 한 것으로 북미 양 정상간 간접 대화의 의미를 가진다"고 밝혔다. 그는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이번에 평양에 다녀왔다.

 

공동선언 4항에는 3자 또는 4자 정상들의 종전선언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해 11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때 부시 대통령은 남북미의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또 지난 9월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서 부시 대통령은 "내 목적은 한국전쟁을 종결시키기 위한 평화협정에 김정일 위원장 등과 서명하는 것"이라며 이 같은 입장을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전달해줄 것을 요청했다.

 

따라서 공동선언 4항은 부시 대통령의 요청에 대한 김 위원장의 화답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번 공동선언은 6·15 공동선언을 계승·발전시켰을 뿐 아니라 그 길을 넓히고 반듯하게 포장함으로써 평화와 통일이라는 목적지까지 갈 수 있게했다는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그는 "개혁·개방이라는 용어에 북한이 거부감을 표현하는 것 자체가 역설적으로 지금 북한이 개혁·개방을 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준다"며 "총리급 회담, 경추위의 부총리급 격상 등 각급 회담이 정례화될 경우 낮은 단계의 국가 연합 진입이 사실상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정상회담 분위기와 관련 김 교수는 "즉흥적이고 감성적인 회담이 아니라 김 위원장이나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준비한 자료를 직접 챙겨보며 주장과 요구를 꼼꼼히 풀어갈 정도로 생산적인 분위기 였다"고 전했다.

 

"종전선언에서 중국 배제는 비 현실적"

 

김성배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공동선언문 1항의 6·15 기념일 제정, 2항의 상호체제 존중과 법률적·제도적 장치 정비, 8항의 국제 무대 협력 등이 북한이 제기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이라며 "나머지 30여개의 구체적인 합의 대부분은 그동안 남측에서 제기되거나 요구한 사항"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정상 선언은 '선언'이라고 하기에는 매우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며 "이는 합의의 이행력과 구속력을 높이고 되돌릴 수 없는 남북관계를 구축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밝혔다.

 

종전 선언 추진을 높게 평가한 김 교수는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으로 남북관계가 한반도 주변 정세를 주도한다기 보다는 한반도 정세의 급변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게 보다 객관적인 평가"라며 "TV로 생중계되는 김 위원장의 육성을 통해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 유훈으로 반드 지킬 것' 정도의 언급을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문제와 관련 김근식 교수와 다른 시각을 보였다.

 

김 교수가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의 2단계를 상정하면서 종전선언에는 한반도에 군대가 없는 중국은 빠질 수 있다고 보는데 비해, 김 연구위원은 "부시 대통령의 잔여 임기 등 1년여 밖에 남지 않은 한반도 시간표를 고려할 때, 선(先) 종전선언, 후(後) 평화협정 체결식의 단계적 접근보다는 하나의 패키지로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의 '한국전을 종결시키기 위한 평화조약(peace treaty)'라는 언급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별개의 과정으로 보고 있지 않은 것 같다"며 "이런 과정에서 법적·형식적으로 중국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북경협 점에서 선과 면으로 확대…'서해안 벨트' 구성

 

양문수 경남대 북한대학원 교수는 "이번 공동선언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의 창설"이라며 "기존 개성공단과 금강산이라는 2개의 '점'이 개성·해주·남포·안변(함경남도)으로 확대되었을 뿐 아니라 서해안과 개성·해주·인천의 연계, 그리고 남포까지 고려하면 이른바 서해안 벨트가 구성되어 남북경협이 점에서 선과 면으로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공동선언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다, 합의 내용도 2000년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내용을 담고있다"고 평가한 양 교수는 "그렇지만 일부 한계도 있다"고 지적했다.

 

'민족 경제의 균형적 발전과 공동번영'이라는 원론적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해 남북경협에 대한 비전의 공유가 약했고,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나 수송·조선·관광 등은 대단히 구체적이지만 자원개발·농업·보건의료 분야는 아주 포괄적으로 언급하는데 그쳤다.

 

또 개성공단의 3통 문제를 언급한 것은 성과지만, 투자보장·상사분쟁 등 4대경협합의서의 미이행이나 나진선봉이나 신의주 특구 등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양 교수는 "개성공단이 없었으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가 가능했을까? 또 남포 합영공장 같은 위탁가공의 역사가 없었으면 개성공단이 가능했을까"라면서 "결국 더디지만 하나하나씩 이뤄내며 축적해가는 것이 미래의 발전·도약을 담보한다"고 역사적 관점을 강조했다.

 

김영윤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반시설 투자가운데 정부가 부담할 가능성이 큰 사업은 해주경제특구·개성공단 2단계 기반시설·개성-신의주 철도개보수 등 앞으로 5년간 총 3조75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며 "북한이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될 경우 미국의 해외민간투자공사(OPIC) 등의 자금 지원을 받는 미국 기업의 대북 투자를 유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토론회 사회를 맡았던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내가 재직중일 때 서해북방한계선(NLL) 문제를 협의하자고 하면 북한은 국가보안법 철폐 등 4대 근본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안된다고 했다"며 "장관이 여러 번 만나봐야 진전안되면 문제가 양 정상이 만나니 바로 해결됐다. 이래서 정상회담이 중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상회담#통일연구원#이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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