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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가요는 이미 남한 국민에게도 익숙하다.
북한 가요는 이미 남한 국민에게도 익숙하다. ⓒ 김용한


국방부가 군부대에 설치된 노래방 기기에서 <휘파람>를 비롯한 북한 가요들을 삭제하도록 지시해 남북교류의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마이뉴스>의 확인 결과, 국방부는 지난 9월 예하부대에 공문을 보내 북한의 대중가요를 삭제하도록 지시했으며, 이후 예하부대는 금영·TJ미디어 등 노래방기기 업체의 협조를 받아 북한가요를 삭제했다. 

국방부가 삭제를 지시한 북한가요는 남측에도 널리 알려진 '휘파람'과 '반갑습니다'를 비롯해 '심장에 남는 사람' '우리는 하나' '내 나라 제일로 좋아' '여성은 꽃이라네' '김치깍두기노래' 등 10곡에 이른다.

국방부 "9월 중순 예하부대에 북한가요 10곡 삭제 지시"

국방부 공보팀 총괄장교인 박왕옥 중령은 1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처음 군부대에 노래방 기기가 들어갈 때는 점검하지 못했는데 이후 각급부대에서 (군부대) 노래방에 북한가요가 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며 "관련부서에서 판단해 지난 9월 중순께 예하부대에 (북한가요 삭제를) 하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군에 영상자료나 책자 등이 들어오면 장병들의 교육자료로 적합한지 검토한 뒤 정신교육 효과에 역행하는 게 있으면 배포를 금지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군부대 노래방에 북한가요가 있는 것은 장병들에게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박 중령은 "일반 국민과 장병은 그 처지가 다르다"며 "우리 장병들은 (북한이라는) 적과 대치하는 군인들이고 안보관을 유지해야 하는 특수한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일반 주민이 남한의 인기가요를 즐겨 부르는 것과 북한 인민군이 즐겨 부르는 것은 다르다"며 "그 내용이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선전하는 것이 아니더라도 (남과 북이) 대치하고 있는 현실에서 확고한 안보관을 확립해야 하는 등 정신교육 차원에서 이런 조치가 필요했다"고 '북한가요 삭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군 장병은 특수한 목적을 위해 특수한 임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그런 신분에 맞춰 (북한가요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은) 당연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또한 박 중령은 "북한가요를 삭제시키는 것은 각급부대에서 한다"며 "부대에서 자체적으로 할 수도 있고, 노래방 기기 업체측의 협조를 받아 삭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방부에서 직접 노래방 기기 업체측에 삭제하라고 지시하지는 않았다"며 "예하부대에서 업체에 공문을 보내 협조 요청을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래방기기 업체 측도 군부대의 요청에 따라 북한가요를 삭제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금영측의 한 관계자는 "(군부대의) 요청이 있어서 (북한가요) 몇곡을 뺐다"며 "새로운 신곡을 넣을 때 일괄 삭제한다"고 밝혔다.

TJ미디어 측의 한 관계자도 "그런 요청이 있어 (군부대에 납품되는) 특정반주기에 (북한가요 삭제 조치를) 취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 문화를 이해한다는 차원에서 허용해도 나쁘지 않아"

하지만 '군대'라는 특수성을 헤아리더라도 국방부의 조치는 남북교류가 전면화되고 있는 시대흐름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북한의 대중가요가 '금기'였던 시대가 진작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군대에만 그 금기를 적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

북한가요는 노래방뿐만 아니라 리메이크 음반으로도 친숙하다. 지난 6월 유비엔터테인먼트와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은 <동인(瞳人)>이란 통일음반을 선보였다. 특히 이 음반은 최초로 북한과의 저작권 협의를 거쳐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 음반에는 바이브·마야·배슬기·베이브복스리브·JK김동욱·마로니에걸즈·엔젤 등 남한의 인기가수들이 부른 북한의 유행가요 10곡이 들어 있다. 여기에는 국방부가 삭제를 지시한 '반갑습니다' '휘파람' '심장에 남는 사람' '김치깍두기 노래' '여성은 꽃이라네' '우리는 하나' '내 나라 제일로 좋아' 등이 포함돼 있다.

또 가수 김연자씨는 지난 2001년과 2002년 북한의 평양과 함흥 등에서 펼친 공연에서 '반갑습니다' '휘파람' 등의 북한가요를 불러 호평을 받았고,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은 '심장에 남는 사람'을 애창곡으로 꼽을 정도다.

이와 함께 남측 가수들의 북한 공연이 잇달아 열리면서 북한에 '한류' 열풍이 불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북한 공연에는 평양친선음악회(1999), MBC 평양특별공연(2002), KBS 평양노래자랑(2003), SBS 조용필 평양공연(2005) 등이 있다.

이용선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본부 사무총장은 "군이 북한과 대치하고 있기 때문에 우려는 할 수 있지만 보수적인 군이 너무 예민하게 접근하는 것 같다"며 "이념성이 없고 국내에 널리 알려진 노래는 북한의 문화를 이해한다는 차원에서 허용해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사무총장은 "남북 정상이 서해특별지대 조성에 합의하면서 북한의 군 지역이 남북경협의 중심지역으로 떠오른 것은 북한군이 남북 경협에 참여하는 징표"라며 "그런 점을 감안할 때 우리 군쪽에서도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는 게 시대흐름에 맞다"고 강조했다.


#북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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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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